이름

아는 것을 알고 이름만 높으니 난세에 위태로워 어느 곳에 이 한몸 숨겨야 할지 어촌이나 술집이 어느 곳엔들 없으랴만 이름을 감추려하니 더욱 드러나는 것 두렵네 통도사에서 해인사로 가는 도중 읊은 시다. 말년에 경허스님은 스스로 이름을 감추고 호를 난주라 하였다. 나중에는 스스로 머리를 기르고 선비의 관을 쓰고 바라문(波羅門)으로 변신하여 떠돌아다녔다. 이는 진정한 ‘도(道)’의 길이 만행두타에 있었음을 깨달은… 이름 계속 읽기

금과 유물

그까짓 금과 유물 아무데나 걸어두렴 도의 가치 천추에 빛나 산과 바다도 가볍네 유구하고도 너른 회포 누가 알겠나 차가운 경쇠 빈 젓대가락 겁외까지 사무치네 백련암 환성노사의 시에 차운사를 달인 것이다. 금과 유물은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고 다만 중요한 것은 ‘도(道)’라는 말이다. 그 가치란 천추에도 빛나고 겁외(劫外)까지 사무치는데 인간이 만약 ‘생과 사’의 문제에서 자유롭다면 물질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금과 유물 계속 읽기

백운암에서

백운암이 백운 속에 있어 반은 층암에 반은 허공에 걸쳤다 숲의 연운 칡덩굴 속에 운치로운데 바람에 끌려서 백운 가운데 그네라도 타는 듯 통도사 백운암을 찬탄한 시다. 산세가 깊은 백운암은 통도사의 자장암, 극락암과 더불어 3대 암자 중의 하나로서 늘 흰 구름 속에 갇혀 있다. 반은 층암에 반은 허공에 아스라히 걸쳐 있어 마치 바람이 그네를 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