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덕스님 법문

●평생을 빚쟁이로 살지 않으려거든● 묵거 혜덕스님 “물 한 모금 마시고 밥 한술 떠 넣으면서도 더불어 먹고 더불어 감사해야 하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일부러 “부처님 감사합니다.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 하는 생각을 지어서 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깊이 감사하는 마음과 믿음이 있으면 자동적으로 모든 행동이 일체 중생, 일체제불과 같이 하는 것인 줄 알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살아가는 것이 그대로 회향이 된다.

아침 예불시에 국가의 은혜, 부모의 은혜, 스승의 은혜, 베푸는 이의 은혜, 좋은 벗의 은혜를 명심하여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데 어찌 그 다섯뿐이겠는가.

이웃의 은혜, 땅의 은혜, 물 바람 불의 은혜 등 어느 것 하나라도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든 것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나 하나 잘나서 독불장군이라 할 것이 없으니 절로 둘 아닌 도리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를 막론하고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

자급자족도 실은 불가능하다.

모든 생명체는 베풀고 나누는 관계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렇다고 생명체끼리만 더불어 사는 게 아니라 의당 자연도 한 몫 톡톡히 거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은혜 속에서 산다.

독불장군으로 살 수는 없다.

은혜 속에서 살기 때문에 우리는 갚으면서 살아야 한다.

어떤 한정된 대상에 대해서만 갚으면 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향해 갚으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듣는다.

그것은 욕심을 억제하라는 의미이기 이전에 빚을 지지 말라는 뜻이다.

어느 한 순간이라도 나 이외의 것으로부터 뭔가를 꾸준히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인 이상 나의 삶은 순간순간이 빚을 지는 삶인 것이다.

고로 사는 동안에 빚은 늘어만 간다.

꾸준히 되갚지 않는다면 누구나 눈을 감는 순간에 엄청난 빚더미를 남겨 놓고 가게 된다.

그러므로 더 갖기를 바라지 말고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알라는 것이다.

더 갖겠다는 욕심은 빚을 더 지겠다는 것이니 어찌 일생을 통해 빚 잔치나 하고 살아가려 하느냐는 물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분수와 만족을 넘어 은혜에 감사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성의를 다 기울여서 회향해야만 한다.

먼저 감사한 줄 알아야 갚을 마음도 생긴다.

감사한 줄 모르는데 베풀고 나눌 마음인들 생기겠는가.

실은 베푸는 것도 나누는 것도 없다.

오직 되갚음이 있을 뿐이다.

감사하게 느끼니까 의당 갚아야 하겠노라는 마음이 생긴다.

절로 무주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일상 속에서 감사할 줄 모른다.

특별하게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면 으례 그러려니 생각한다.

그래서 예불 때마다 오종대은(五種大恩)만이라도 명심하여 잊지말라고 가르친다.

얼마나 은혜를 모르고 살면 아침마다 이를 외우라고 했던가.

하물며 땅의 은혜, 물 불 바람의 은혜이겠는가.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공기를 더럽히고 물을 오염시키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금의 나 자신에게 감사해 보자.

내 정신이 바르고 사지가 멀쩡하다는 사실에 감사해 보자.

팔이 하나 없는 사람, 다리에 장애가 있는 사람, 몸에 병이 들어 고통받는 사람이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온전한 사지육신, 건강을 되찾는 일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나 자신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다음에 감사의 대상을 주변으로 확대시켜 보자.

내 가족 한사람 한사람이 감사한 존재로 마음에 떠오를 것이다.

내 이웃, 내 직장의 동료 중에도 감사하게 느껴지는 얼굴이 생각보다는 많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저 푸른 하늘도 감사하고 바람 물 불에도 감사할 일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부루나존자는 부처님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했다.

“남이 나를 비방한다면 그가 몽둥이를 들지 않음에 감사할 것이고 그가 몽둥이를 들고 덤빈다면 칼을 들고 찌르지 않는 데 감사할 것입니다.

그가 나를 찌른다면 죽이지 않는 데에, 그가 나를 죽인다면 옷을 벗게 해준 데에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나를 위해 베풀어 주고 나눠주는 데에 감사하지 못할 것인가.

감사할 줄 알면 공감하게 되고 공감을 하면 공생이 되고 공생이 되면 내게 기쁨이 찾아온다.

평생 빚지고 살지 않으려거든 주위에 감사의 마음을 보내자.

그것은 마땅히 해야하는 갚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