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오스님─인연(因緣)이란 무엇인가

인연(因緣)이란 무엇인가?

-원오스님-

옛날 가르침에

“사람에게 인연이 있으면 쉽게 믿고,

법에 인연이 있으면 쉽게 깨달음에 들어 간다“고 하였다.

여기서 인연이란 무엇인가,

오랜 겁 동안 심었던 인(因)이 금일에 감응하는 것이다.

연을 만남은 불조 성현도

피하고자 했으나 피하지 못했다.

더구나 나머지 중생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동산연조스님께서는

“누구나 목전의 연을 따르게 마련이다”는

훌륭한 훈계을 남겼다.

이것은 바로 순종을 뜻하는 것으로서,

바르게 순종하여 흘러넘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자신으로부터 감응하여 나타나는 것을

업(業)이라 하고, 다른 것으로부터 감응하여

나타나는 것을 연(緣)이라 한다.

깨달은 사람은 한 과보(果報)의

연이 성숙됐다는 것을 알고

멀리 하려거나 얻으려 하지 않고,

기쁨.

슬픔에도 관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도리를 모르는 사람은

좋으면 구차하게 얼른 가지려하고,

싫으면 구차하게 얼른 버리려고 한다.

그러다가 얼른 가지려는 욕심이 이루어지면

금새 뽐내고 과시하다가,

구차하게 얼른 버리려는 욕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탄식과 원망을 그치지 않는다.

보연(報緣)이 한번 정해지면 구차히 피하려 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면,

종신토록 좋아하는 것을 가졌다고 해도

더 기뻐하지도 않고,

죽도록 싫어하는 것을 만난다해도

더 노여워하지도 않는다.

경전에 ‘미운 사람을 만나는 고통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에 대한 말씀이 있다.

여기서 말한 괴로움이란 목전의

연(緣)을 따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받는 것이다.

가령 목전의 연이 당연히 그러리라는 것을 알고

바르게 순종했다면, 괴로움이 침투할 틈이 없다.

이것은 세상의 변치 않는 연(緣)이다.

도인은 출세간의 종지를 탐구하는 사람이므로

본래 보연으로 따질 것은 못된다.

그러나 추리해 보면 보연에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다.

옛날에 하나를 듣고 열을 깨달아

대총지(大總持)를 갖춘 사람이 있었는데,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보리도(菩提道)의

연(緣)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겨자와 바늘이 서로투합(鍼芥相投)하듯

오랫동안 잊었던 것이 갑자기 기억나,

알음알이를 굴리지 않고 즉시에 통달한 것이다.

또는 스승과 제자의 보연이 성숙되어

그 음성을 듣거나 용모만 바라보아도,

방편을 자세히 베풀지 않더라도

단박에 종지를 깨닫기도 한다.

더러는 중신토록 배워도 깨닫지 못하는 자가 있는데,

이것은 숙세의 연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이 성숙되지 않았는데도 억지로 깨닫기를 바란다면,

어린아이들에게 어른의 일을 대신하게 하는 것과 같다.

어찌 이것을 바른 이치라 하겠는가?

보연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힘써 노력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오래도록 물러나지 않는다면,

하루 아침에 힘 센 장사가 남의 도움 없이 팔을 굽히듯이

스스로 깨달을 것이다.

이것도 역시 보연(報緣)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