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일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모두 꿈속의 일이로다 북망산(北亡山) 아래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 뛰어난 경허스님의 화두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모두 꿈속의 일인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죽고 나면 모두 북망산 가는 것을, 슬프도다, 몸은 허망하기가 물거품 같아서 생명이란 풀 끝에 맺힌 아침이슬 같도다. 그렇다, 세상에 어찌 저절로 태어나는 미륵이 잇으며 자연으로 된 석아모니가 있을 것인가.

가을 저녁

귀뚜라미 우는 벽산루의 비 오는 밤 은근히 고향 생각 머리를 쳐드네 세상만사 뜬구름인데 무엇이 참됨이며 백년이 흐르는 물 부평 같은 삶일세 억지로 모이기 힘들어 오늘도 늦었고 무단히 모였다 헤어진 지 몇 해나 되었던고 백발도 슬프거니 이별 또한 어이 하며 그대 가고 나면 나 혼자 어이 하리 청암사 조실 만우당 스님과 작별하며 쓴 전별송이다. 그때 경허스님은… 가을 저녁 계속 읽기

뜬세상에 앉아서

한숨 자세나 무얼 그리 설칠 게 있는가 혼자서 일없이 앉아 있으니 봄이 옴에 풀이 절로 푸르네 아아 오랫동안 문 밖을 나가지 않으니 이 무슨 경계이며 이낱 속을 향하여 돌아보지 않으니 이 무슨 경계인가 뜬세상 이러고저러고 상관치 않으니 이 무슨 경계인고 양 눈썹을 아끼지 않고 너를 위하여 드러내 보이리라 사람에게는 항상 백팔 번뇌가 있다. 이는 사람이기… 뜬세상에 앉아서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