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찾아와 함께 깊은 백운에 앉다 맑은 경치 높고 밝게 펼쳐졌고 꾀꼬리가 녹음을 노래하네 숙세의 인연은 헤어지기 어려운데 먼 데서 온 손은 돌아가려 하네 서로 잡은 손을 놓기 아쉬워하는데 헤어지는 마당에 또 한 번 읊조리네 진정한 벗이란 ‘마음이 통하고 마음을 함께 했을 때 그 마음을 이루는 것’이다 경허스님의 벗은 무수히 �았다 속가의 벗, 불가의 벗,… 계속 읽기

숙세(宿世)의 신근(信根)으로 향각(香閣)을 신축하니 맑은 인연이 이 땅에 깊었네 빈 뜰에 괴조가 날아와 한낮의 계곡 시원한 그늘을 노래하네 온 세상에 누가 꿈속이 아니냐 현문(玄門)에 마음 둔 이만이 꿈을 깬다네 생각해 보니 감개가 무량해 떠나려나 또 읊조리네 세상은 한바탕 꿈속이다. 경허스님은 생전에 쉼 없이 만행을 했는데 이 시는 건축물을 짓고 난 뒤에 쓴 것이다.

범어사에서

무슨 일 들어 보임이정말 아름다운가 다듬지 않아도 단정한 흙사발이 생겼네 계명 바위를 뚫어 한 웃음소리 감추었네 뒷발 하늘가에 우레소리로 울리리라 이 시는 부산 범어사에 계명암을 세우면서 쓴 경허스님의 게송이다. 계명(鷄名)이란 산마루터에 닭의 화석과 발자국이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그 산세가 무척 아름다워 사람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때문에 더욱 계명암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