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산 서황에서

무단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반궁(泮宮)같이 높은 곳에서 가을바람을 맞는구나 잡초를 뽑아주니 다시 푸르른데 아까운 기이한 꽃 떨어져도 붉구나 하늘에 구름은 외로운 성에 그림자 드리우고 하루 종일 강물 소리는 산골을 울리누나 술 깨인 밤에 달도 밝은데 어찌하여 시 이야기가 그대와 같을 수 있을까 반궁이란 조선시대의 문묘(文廟)를 말하는데 높은 묘 등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읊은 경허스님의 시다. 스님은 말년에… 김소산 서황에서 계속 읽기

갑산 가는 길

인간은 어찌 금을 귀하다고 쌓아놓는가 참으로 좋은 것은 맑고 한가로운 물질 밖의 삶인 것을 자세하 소나무 잣나무 천 길 골짜기를 바라보니 안개구름이 점점 필어올라 만 길이나 뻗치는구나 기이한 꽃에 청춘을 짙게 풍기고 이상한 새들이 서로 태고의 소리를 전하네 흰 머리 날리는 속진에 물든 이들 어찌 능히 이런 데 깃든 몸과 마음 고요히 하겠는가 강계 아득포… 갑산 가는 길 계속 읽기

겨울 서가에서

무심히 서가에 앉아 생각하니 반평생 괴롭고 즐거음을 거울 안고 보듯하네 삼월인데 꽃 안 피니 봄은 아직 이르고 암벽에 눈이 쌓여 여름인데도 춥구나 경치가 그다지 편안치 않으니 내가 늙은 걸 알겠고 편지조차 끊기니 그대 안부 염려되네 장부란 스스로 얽매임 없는 것을 좋아하니 흥에 겨워 서로 찾아 다니기 어렵지 않네 경허스님의 외로움이 구구절절 드러나 있다. 노구를 이끌고… 겨울 서가에서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