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서가에 앉아 생각하니
반평생 괴롭고 즐거음을 거울 안고 보듯하네
삼월인데 꽃 안 피니 봄은 아직 이르고
암벽에 눈이 쌓여 여름인데도 춥구나
경치가 그다지 편안치 않으니 내가 늙은 걸 알겠고
편지조차 끊기니 그대 안부 염려되네
장부란 스스로 얽매임 없는 것을 좋아하니
흥에 겨워 서로 찾아 다니기 어렵지 않네
경허스님의 외로움이 구구절절 드러나 있다.
노구를 이끌고 강계의 높은 암벽에서
한겨울을 시자 없이 홀로 지샌 경허스님.
삼월인데도 나무에 꽃은 피지 않아 봄은 아직 멀었고,
기다리는 편지 끊겨 그리움이 노구의 가슴속에도 쌓이는데
그대의 안부 또한 궁금하다고 한 스님.
암자에서 겨울을 보내는 일은 참으로 혹독하다.
요즘에야 암자에도 불이 들어오고 난방이 되지만
그 당시 겨울에는 물 한 울 얻기가 힘들었다.
경허스님은 스스로 이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