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읊다 3

현묘함을 참구도 하지 않고 놀지도 않았는데 불명 산속엔 벌써 가을이네 내일은 내 지팡이 짚고 영남의 몇 군데 누각에 오를지 모르겠네 금강경을 읽어보면 ‘과거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현재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고 했거늘 놀지도 않고 참구도 하지 않고 마냥 허송세월을 보낸 것에 대한 경허스님의 자기 성찰의 시다 세월은 그저 속절없이 흘러가고 마음만 부질없이 산사의 누각을 향하는데.

탐욕번뇌(貪慾煩惱)

술이 방광(放光)하고 여색(女色) 또한 그러해 탐욕 번뇌 보낼 기약 없네 지팡이와 짚신이 사자로 변하여 등한(等閑)이 한 번 뛰니 누가 능히 앞서겠나 불명산 윤필암에 가면서 쓴 시다. 단청불사(丹靑佛事)로도 유명한 유명한 경허스님은 곡차를 유난히 좋아하셨다. 인간의 탐욕 번뇌가 그러하듯 마음의 번뇌를 지우는 일은 속세의 사람이나 스님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경허스님은 그 번뇌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마음을 다스렸다.… 탐욕번뇌(貪慾煩惱) 계속 읽기

이름

아는 것을 알고 이름만 높으니 난세에 위태로워 어느 곳에 이 한몸 숨겨야 할지 어촌이나 술집이 어느 곳엔들 없으랴만 이름을 감추려하니 더욱 드러나는 것 두렵네 통도사에서 해인사로 가는 도중 읊은 시다. 말년에 경허스님은 스스로 이름을 감추고 호를 난주라 하였다. 나중에는 스스로 머리를 기르고 선비의 관을 쓰고 바라문(波羅門)으로 변신하여 떠돌아다녔다. 이는 진정한 ‘도(道)’의 길이 만행두타에 있었음을 깨달은… 이름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