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날 서장대의 기슭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목이 탔다. 기슭 아래 자리잡고 있는 호국사를 찾아가 물을 얻어 마셨다. 한참 꿀컥꿀컥 마시고 있는데, 한 스님이 그 모습을 보고 있더니 이렇게 물었다. (왜 사람은 물을 마셔야 하느냐?) 나는 미처 무어라고 대답할 말이 떠올라 말이 오지 않았다. (왜 불이 뜨겁고 얼음이 찬 줄 아느냐?) (마음이 뜨겁다고 생각하고… 너무나 놀랍던 마음이란 말 계속 읽기
[월:] 2015년 06월
겨울 산의 고독
겨울 사원은 언제나 적막하다. 더욱이 흰눈이 며칠이고 계속 내려 시내로 가는 산길은 흔적도 없어지고, 눈과 나무라는 단조로은 형태로 산이 정리되고 나면 산엔 바람소리밖에 그 고요를 깨뜨리는 것이 없다. 겨울 산의 바람소리는 쓸쓸하다. 더욱이 황혼이 어둠속으로 묻히고 그림자들이 밤으로 밤으로 밀리는 초저녁의 바람소리는 산사람들의 가슴을 몹시도 심하게 흔들어 놓는다. 그런 날의 승려들의 모습은 왠지 쓸쓸해 보이고… 겨울 산의 고독 계속 읽기
비장의 밀실과도 같이
한 사람이 회고록을 쓸 때에 다같이 지나가 버린 일에 대해서라도 어떤 종류의 기쁨과 따사로움을 가지고 쓰게 되는 부분이 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비장의 가보와 같이, 내밀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부분이 그의 일생에 없다면 그 화고록을 기술하는 사람의 심정은 얼마나 삭막한 잿빛의 것이랴. 다행히도 나에게 그 생기에 차고 4월의 벚꽂과 같이 화사한 부분이 있다. 내가… 비장의 밀실과도 같이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