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끝은 어디인가

“제가 합승을 해도 조금 양해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합승을 하시지요.”
이렇게 말을 시작한 그 기사분, 옆차선으로 끼어들더니 마침 같은 방향으로 가는 한 사람을 태우게 됐다.
“손님, 죄송합니다.
“천만에요, 이렇게 합승이라도 하지 않으면 어려우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 못 가서 그 손님이 내리자 기사는 백미러로 나를 쳐다보더니,
“어디선가 뵈었던 스님 같은데….”
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모른 척 다른 얘기를 꺼냈다.
“날씨도 무더운데 수고가 많으십니다.”
“열심히 벌어야지요! 제가 이렇게 합승이라도 하지 않으면 힘들지요. 고작 5십만 원밖에 안 되는 월급만 가지곤 먹고살기 어렵습니다, 스님.”
“한 달에 얼마나 버십니까?”
“전 한 달에 2백5십만 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택시 기사들보다는 조금 많은 편이지요.”
보통 회사택시치고는 수입이 꽤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자면 몸은 또 얼마나 혹사당하고 있겠는가. 안쓰러운 마음에 나는 그를 나무랐다.
“당신, 미쳤소?”
“네, 전 미쳤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많은 액수를 번단 말입니까?”
젊은 기사분을 다시 보니 복장은 여느 회사택시 기사였지만 스마트하게 생긴 외모에다 눈빛이 영리한 폼이 보통이 아닌 느낌이 들었다.
“실은…, 빚이 5천만 원이나 됩니다. 그것을 갚기 위해선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뛰어도 모자랍니다.”
“5천만 원이라면 보통 큰 돈이 아닌데, 왜 그처럼 엄청난 빚을 지시기 되었소?”
“제가 미친 탓이지요. 경마에 빠져 도박을 했는데…, 그만 실수로 엄청난 돈을 잃었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다니던 대기업에도 사표를 내야 했고…,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택시를 몰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내와 뱃속에 든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그 기사분의 말이 나는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다행히 제 아내는 참 착한 여자이지요. 불평 한미다 없이 저를 믿어 주고 고생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내의 고마운 마음 때문에 전 다시 마음을 잡았습니다. 제 아내 때문에 사람 노릇을 하고 사는 셈이니까요.”
“정말 그렇겠군요. 불평 한마디 없이 살아 주는 게 보통 일은 아닌 거지요. 이제는 도박 안 하시는 겁니까?”
“죽어도 다시는 안 합니다!”
“열심히 사시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퍽 좋습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나중에 언젠가는 꼭 성공하실 게요. 그래서 손자를 무릎에 앉혀 놓고서 옛날이야기를 하실 날이 반드시 오겠지요. 그때 ‘나는 참 열심히 살았다.’라고 손주에게 얘기를 들려주시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나는 믿습니다.”
“스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아니오, 고마운 건 오히려 내 쪽이오. 열심히 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열심히 사는 그 젊은 기사분이 참으로 대견하게 생각됐다. 누구나 한 순간의 실수는 있는 법이다. 비록 도박빚을 져서 지금 현재는 힘들게 살고 있지만 실의에 빠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많은 기사분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지만 그들 중에는 사업이 망해서, 혹은 남의 빚보증을 잘못 선 탓에 가진 재산을 모두 잃고 택시 기사로 나선 이들이 많다. 그런 경우에는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생각으로 임시 방편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 이 기사분처럼 도박으로 돈을 모두 잃고 빚을 갚고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핸들을 잡는 경우도 있다.
도박을 왜 하는 것일까. 기사분들 중에도 이처럼 뻔히 알면서도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선 손쉽게 돈을 벌어 재미가 있으니 하게 되겠고, 또 처음 재미삼아 하던 것이 나중에 습관이 된 탓이다. 애써 하루 벌이를 해야 벌 수 있는 목돈이 손쉽게 굴러오니 솔솔 재미가 붙어서 하게 되고, 또 하다보니 돈을 잃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게 되고…, 안 봐도 쉽게 상상이 가는 일이다.
부처님께서는, ‘쾌락에서 근심이 생기고 쾌락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쾌락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겠는가.’라고 ‘법구경’에서 말씀하셨다.
한번 잘못 발을 들이면 도저히 빠져나오기 힘든 것이 도박의 속성이다. 잘못됐을 경우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 이자율이 엄청난 사채까지 끌어다 쓰고 뒷돈을 대야 하는 것이 도박이다.
도박으로 인해 평온한 가정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고 철창 신세를 지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또 기사분의 경우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무리하게 운전을 하다보니 과로로 몸을 버려서 쓰러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조금 더 벌려고 하는 조급한 마음에서이다. 이 모두 일순간 가벼운 마음으로 쾌락에 탐닉하게 됨으로써 빚어지는 비극인 것이다.
‘좋은 밤을 찾다가 좋은 낮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네덜란드 격언이 있다. 지나친 향락의 추구에 탐닉하다 보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의미이다.

옛날 보안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이웃나라 네 명의 왕과 가깝게 지냈는데 하루는 이 네 명의 왕을 청해서 큰 잔치를 베풀었다. 오랜만에 모처럼 만난지라 좋은 음식과 즐거운 풍악 속에서 연회는 밤낮없이 한 달 간이나 계속되었다.
잔치가 다 끝나갈 무렵 보안왕은 그들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즐거운 것입니까?”
그러자 한 왕은,
“이처럼 유희를 즐기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두번째 왕은,
“친척들이 모여 음악을 즐기는 것입니다.”
세번째 왕은,
“재물이 많은 것입니다. 마음대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물이 많아
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왕은,
“애욕을 마음대로 즐기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네 왕의 말을 다 듣고 난 보안왕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고뇌의 근본이요, 근심, 걱정의 주역들입니다. 지금은 즐겁지만 뒤에는 반드시 괴로움이 따르는 것입니다. 고요해서 구하는 것이 없고 마음을 깨끗이 해서 도를 얻는 것이 최상의 즐거움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은 누구든 생노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살아가면서 고민과 고통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사바세계이기 때문이요, 이는 참고 사는 영토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괴로움을 참기보다는 순간의 고통을 잊기 위해 다른 위안거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술을 지나치게 탐닉하거나 애욕이나 도박, 혹은 위험한 마약에 빠지게 된다. 이 모두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또는 단지 즐거움 때문에 이를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감각적인 쾌락이란 일시적인 위안일 분 그 해결은 될 수 없다. 오히려 종국에는 이 즐거움으로 인해 고민과 괴로움과 불화를 자초하게 되는 경우를 나는 수없이 보아왔다. 결국 죄를 짓게 되고 자신을 망치는 일이 허다한 것이다.
무서운 줄 모르고 향락에 자신을 던지는 이들이 결국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영원히 씻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기에 부처님께서는 ‘향락은 피안을 추구하지 않는 어리석은 자를 멸망시킨다. 어리석은 자는 향락의 욕망으로 남과 함께 스스로를 망친다.’라고 말씀하셨다.
대개 우리들이 느끼는 괴로움이나 고통은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만족의 연속이 결여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족이란 끝이 없는 법이다. 어떤 욕망이든 채우고 나면 또 다른 욕망이 풍선처럼 부풀려지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렇게 보면 진정한 즐거움이란 보안왕의 말처럼 마음을 비우고 깨끗이 하는 것, 지나친 욕망을 자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고 최상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三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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