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스님─ 안수정등(岸樹井藤)

안수정등(岸樹井藤)

-삼중스님-

현대의 어느 스위스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왔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서인지는 모른다.

죽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인지는 모른다.

갈 것이다.

그러나 어디인지는 모른다.’ 분명히 이 시인은 불교를 깊이 알고 있거나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부처님께서는 일찌기 ‘너는 어디에서부터 왔으며, 그 몸 받기 이전의 너의 본래의 모습은 무엇이며, 무엇때문에 살며, 그 삶이 언제까지 갈 것이냐’라고 물으셨다.

바로 이 질문을 아침 저녁 바쁘게 밀려가고 밀려다니는 현대인들에게 한 번쯤 던져보고 싶다.

그리고,무엇이 그리 바쁘며 무엇때문에 그리 서두르냐고도 묻고 싶다.

그 대답은 ‘더 잘 살기 위해서죠’일 것이다.

여기에서 더 잘 산다는 기준은 더 좋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겠다는 극히 형이하학적인 생각일 뿐, 결코 인간답게 인간으로 산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6조 혜능(慧能)대사는 ‘세상에는 내 것이란 없고 본래가 무일물’ 이라고 말했다.

어느 철학자가 인간의 수명을 길게 80년으로 볼 때,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기간이란 고작 26년 정도라고 한 말을 읽은 적이 있다.

태어나서 철없이 자라던 시절, 먹고 잠자는 시간, 탐욕에 잠기거나 부질없는 생각을 품고 있는 시간, 우두커니 시간만을 보내는 시간 등을 빼면 26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수명 80년에서 26년은 전체의 3분의 1이다.

내 생각으로는 과연 우리 인간이 일평생을 하루 3분의 1씩 인간다운 생각을 매일 하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낀다.

아마 10년도 채 못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10년이라도 정말로 알뜰히 살기 위하여 우리 모두는 자아를 인식하고 마음의 본바탕을 알아 참된 인간에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머지 않아 차가웁고 검은 운명의 손이 우리의 눈빛을 가릴 것이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이며, 삶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불경중에 [비유경]에 있는 이야기 하나를 여기에 소개한다.

어떤 나그네가 막막한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데 뒤에서 무서운 맹수가 미친듯이 추격해 오고 있었다.

어디 숨을 곳이란 전혀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나그네는 쫓기는 것에 지쳐 차라리 죽은 것이 낫다는 자포자기적인 생각과,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욕망사이에서 때로 주저앉기도 하고 때로 달리기도 하다가 오아시스에 이르러 깊은 우물 하나를 발견했다.

그 우물가에는 굵은 칡넝쿨이 샘물 속으로 늘어져 있었다.

‘살았구나’하고 생각한 나그네는 그 칡넝쿨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가 우물 바닥에 커다란 구렁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다시 올라가려는데 머리 위에서는 흰쥐와 검은쥐 두 마리가 교대로 그 칡넝쿨을 갉아먹고 있었고, 돌로 층층이 쌓아올린 우물벽에는 독사 4마리가 눈을 반짝이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진퇴유곡의 상황이다.

이때, 칡넝쿨 줄기에 매달린 벌집으로부터 똑,똑, 똑, 똑, 똑, 5방울의 꿀물이 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달콤한 쾌감, 그 쾌감에 빠져있는 동안은 무서운 공포심이 사라졌지만 다시 꿀물이 떨어질 때까지에는 말할 수 없는 무서운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꿀물이나 받아먹으며 죽어야 할 운명, 바로 그것이었다.

이 비유의 이야기에서 사막이란 바로 사바세계요, 나그네는 우리 중생이며 무서운 맹수는 시간이요, 흰쥐와 검은쥐는 무상하게 바뀌는 낮과 밤이며, 우물 속으로 늘어진 칡넝쿨은 우리의 목숨줄이요, 커다란 구렁이는 우리가 사악하게 지은 업(業)이며, 5방울의 꿀물은 물질욕, 색욕, 명예욕, 식욕, 수면 욕의 다섯가지 욕심, 즉 5욕(慾)이며, 무서운 눈을 반짝이며 독기어린 혀를 날름거리는 4마리의 독사는 우리가 죽어 분해 될 흙(地)과 물(水)과 불(火)과 바람(風)의 4가지 근원 즉 사대(四大)이다.

안수정등(岸樹井藤)이란 바로 우리 인간이 맹수에게 쫓겨 도망하다가, 이를 피해 올라간 나무가지가 깊은 강가에 처진 나무가지에 매달림 같고, 앞에 인용한 이야기의 우물가 칡넝쿨에 매달려 있음과 같다는 뜻이다.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근원은 곧 마음이다.

마음이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 또한 아니다.

크게는 온누리를 감싸지만 작게는 바늘구멍도 용납치 못한다.

같은 마음으로 지옥과 극락을 동시에 느끼지 않는가? 마음, 그것은 과연 무엇인고?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 것이고?

중상과 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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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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