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시아버지가 최고라구요?

언젠가 김포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택시를 탔는데, 우연히 앞에 놓인 면허증을 보니 호주국적이었다.

“기사님,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취득한 면허증이 아니군요?”

그러자 나이 지긋한 그 기사분은 미소를 띠며, “호주에서 영사 생활을 20년간 하다가 우리나라에 돌아왔습니다. 와서 보니 취직이라기보다는 이렇게 운전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겠습니까?” 라고 대답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그 기사분의 사고방식으론 당연한 것이겠지만, 체면을 무엇보다도 앞세우는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무척 당당해 보이는 그 기사분의 표정을 보니 나 역시 마음이 편해졌다.

“요즘 며느리들이 좋아하는 시아버지 직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스님?”

나이 지긋한 기사분이 택시 안에서 내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며느리들이 좋아하는 직업이라… 제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어느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요즘 며느리들은 시아버지가 개인택시 영업하는 것을 선호한다는군요.”

“아, 그렇습니까. 하긴 맞는 말 같군요. 개인택시 기사는 조기퇴직이다 명예퇴직이다 해서 쫓겨날 염려가 없으니까요.”

“암요! 그래서 저는 아들 녀석 장가 보낼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늙으면 용돈 때문에 며느리 눈치 보지 않아서 좋고…. 게다가 손주 용돈도 듬뿍 줄 수 있으니 말년 걱정은 덜한 편이지요.”

“제가 생각해 봐도 지금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처럼 마음 편한 직업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 기사분의 말을 듣고 보니 나 역시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말이지, 예전만 해도 택시 기사라고 하면 누가 제대로 대접이나 했습니까? 자식들도 지들 애비가 택시 운전한다고 부끄러워하는 게 보통이었지요. 하지만 이젠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요. 제 자식들은 아버지가 이렇게 택시 운전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답니다. 지금이야 자식 공부 뒷바라지 하려면 잠자는 시간도 줄이면서 열심히 벌어야하지요. 하지만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면 마음 편안합니다. 노후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요!”

그 기사분은 썩 기분좋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그렇다. 기사분의 얘기를 듣고보니 정말 우리 사회에 달라지고 있는 것이 많은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나 박사, 의사, 변호사, 약사… 등 소위 ‘사’자 붙는 직업이 여전히 대우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전과 달리 최상의 직업이라고는 여기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뭐라든 자신의 적성과 개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발전하는 만큼 직업들도 많이 다양해졌고 기술직만 해도 ‘1인1기 교육’이라 하여 각광받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전만 해도 ‘광대’라 하여 천시하던 연예인들이 오늘날에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으며 또 스포츠인들도 연예인 못지 않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세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택시 안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내가 만나는 기사분들 중에는 최고학부를 나온 이들도 있고 또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직업에 대한 귀천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젠가 김포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택시를 탔는데, 우연히 앞에 놓인 면허증을 보니 ‘호주’국적이었다.

“기사님,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취득한 면허증이 아니군요?”

그러자 나이 지긋한 그 기사분은 미소를 띠며, “호주에서 영사 생활을 20년간 하다가 우리나라에 돌아왔습니다. 와서 보니 취직하기보다는 이렇게 운전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그 기사분의 사고방식으론 당연한 것이겠지만, 체면을 무엇보다도 앞세우는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무척 당당해 보이는 그 기사분의 표정을 보니 나 역시 마음이 편해졌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그 기사분이 말을 이었다.

“스님, 외국의 경우에는 은행장으로 정년퇴임한 뒤 은행의 수위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역장으로 퇴임한 후 구두 닦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나도 들은 적이 있소만, 잘 사는 나라일수록 직업에 있어 귀천이 없는게 사실인가 봅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선 하나의 직업을 대대로 이어가는 것이 보통이라고 합디다.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대신, 선조가 대대로 해오던 자그마한 소바(국수)가게를 영영하며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는 얘길 들었지요.”

“우리나라 같으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 아닙니까. 애써 힘들게 공부를 해서 고작 국수나 만들어 판다는 일이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일이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창피하게 여기기는커녕 자식이 오히려 그 직업을 대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지요? 바로 그 점이 우리와 다른 그네들 사고방식이고 차이점이기도 하지요. 이런 좋은 점은 우리도 좀 그들에게 배웠으면 하는 부분이지요.”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도 이젠 많이 달라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맞장구를 치던 그 기사분은, “스님, 저는 이따금 ‘나야말로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제게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요! 일전에 제가 아는 사람이 와서 자문을 구하더라고요. 대기업에서 명예퇴직을 했는데 막상 일없이 놀기만 하자니 죽을 지경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택시 일을 하려고 하는데 절더러 좀 도와달라는 거였지요. 그 사람, 늘 골프만 치고 살 수 있는 여유 있는 형편인데도 말입니다.”라고 했다.

“저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고생 그만하고 편히 쉬시지요.라는 말처럼 듣기 싫은 말은 없지요. 스님, 제발 좀더 열심히 다니세요, 열심히 다니셔서 일을 더 많이 하셔야지요, 라는 말을 들을 때가 저로선 제일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렇다. 사람에게 있어 일이란 활력을 주는 것이다. 또 인생의 젊음을 유지하게 만드는 필수 비타민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난 사람을 얼마 후에 보면 몰라보게 늙어 있거나 거의 폐인처럼 변해 있는 모습을 마주치고 놀라는 때가 있다. 그 사람에게 일이 없다는 것이 쉬 늙게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일이란 것이 사람에게 새로운 힘과 살아나가는 활력을 주는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직업이 있다는 사실은 우선 감사해야 할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선택한 사람이든 혹은 다른 어떤 이유에서이든 사람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성공의 대열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는, ‘성공하는 사람은 한 길만을 선택하고 거기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사업과는 인연이 먼 사업에 투자를 하는데, 참된 금광맥은 바로 자기 눈앞에 있는 자기 자신의 공장이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서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카네기의 말처럼 바로 자신의 눈앞에 금광맥이 있다는 점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서 성공하려면 우선 자신의 일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과 직업에 대해 긍지와 사랑을 갖는다면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제자들이 그에게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첫째는 말을 적게 하며, 둘째는 일을 즐길 것이며, 셋째는 한가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은 세 가지를 다 실천하기는 너무 많으니 그 중에 한 가지를 빼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그렇다면 한가한 시간을 갖는 것을 버리게.”라고 했다고 한다.

일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하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론이었다.

약은 여우보다는 미련한 곰이 먼저 강을 건너게 된다고 한다. 얕은 꾀보다는 우직하고 성실하게 일에 달라붙는 길만이 성공을 가져다 주는 지름길이라는 말이다.

‘미치면 미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일을 좋아해서 미치도록 열심히 몰두하다 보면 성공에 이르게(미치게)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공의 열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을 좋아하면 저절로 되는 것이다.

자부심을 지니고 열심히 자신의 일에 몰두할 때 성공이란 스스로 다가오는 것이니, 우리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자.

먼저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자.

三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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