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가경(冕伽經) _ 사람의 신분에는 차이가 없다.

불경의 이름에 여성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경전이 가끔 있다. <승만경>이나 <옥야경>이 그렇고 <마등가경(冕伽經)>도 여성의 이름으로 제목이 된 경이다. 이 경에 설해져 있는 내용은 좀 특이한 점이 있다. 인도의 카스트제도인 사성계급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오고 다른 대승경전에서 금기시하는 별자리를 보고 길흉을 이치를 설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2권으로 되어 있는 이 경은 오(吳)나라 때 축률염(竺律炎)이 지겸(支謙)과 함께 A.D 230년에 번역한 것으로 되어 있다. 품수로는 7품으로 되어 있는데 인도의 고대사회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문헌적 가치를 지닌 경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이 경에 등장하는 여성 마등가는 원래 <능엄경>에도 나오는 여성인데 아난을 똑같이 유혹

한 일이 있는 여성이다. 마등가는 천한 신분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사람을 지칭하므로 이름처럼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두 경이 차이가 있다.

제1품인 ‘도성녀품’에 보면 이른 아침 아난이 성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나오다 우물가에서 전다라 출신의 신분이 미천한 여자로부터 물을 얻어 마신다. 이때 이 여자가 아난의 용모와 음성 등에 반하여 남편으로 삼고자 하는 마음을 내어 어머니의 주력을 빌어 아난을 자기 집으로 끌어들이려 하였다. 이때 부처님이 재빨리 이를 알아차리고 위신력으로 아난을 여자의 집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길을 찾아 돌아오도록 하였다. 이렇게 되자 다음 날 여자는 성안에서 아난을 기다리고 있다가 아난이 걸식을 하고 돌아가는 뒤를 따라 기원정사에까지 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부처님을 만나 부처님으로부터 설법을 듣게 된다.

부처님은 마등가녀에게 애욕은 고통의 근원이며 그것은 마치 불나비가 불에 뛰어드는 것 같다 하면서 출가를 권하여 그녀를 비구니가 되게 한다.

제2품인 ‘명왕연품’은 지나간 과거의 인연을 밝힌다는 품인데, 성안에 있던 여러 바라문, 장자, 거사들이 부처님이 전다라 여인을 득도시켰다는 말을 듣고 혐오하는 마음과 질투를 내어

“천한 종성이 어떻게 4부대중과 함께 범행을 닦을 수 있겠는가?”

하면서 이 사실을 파사닉왕에게 고했다. 이 말을 들은 왕도 깜짝 놀라 권속들과 함께 기원림으로 간다. 부처님은 이러한 대중들의 마음을 알고 과거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설해준다.

과거 아승기 겁 전에 갠지스 강변에 ‘아제목다국’이란 나라가 있었다. 왕이 제승가(帝勝伽)였는데 전다라인 마등가 종성이었다. 왕자 사자이(獅子耳)를 혼인을 시키려고 바라문 출신의 연화실(蓮花實)의 딸에게 청혼을 하였다. 그러자 연화실은 천한 신분이 감히 바라문에게 청혼을 한다 하면서 분개하여 사정없이 거절을 해버린다. 이에 제승가 왕은 말한다.

“비록 바라문과 전다라의 차별이 있다하지만 나고 죽는 생사에는 아무 차별이 없다. 4성이 모두 범천에서 나왔다면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와 같지 않은가? 그러므로 형제가 신분의 차별이 있을 수 없듯이 종성은 모두 평등한 것”

이라 말한다.

각 품을 이어 왕의 논리 정연한 이야기가 계속 설해지고, 연화실에게 종성의 기원을 설해 주며 교만을 없애라 하는 장면과 달과 별 28수의 길흉까지 설해주는 대목이 있다. 마침내 연화실은 왕의 말에 감동하여 존경을 표하면서 결혼을 허락한다.

경의 끝 부분에 가서 부처님은 그때의 왕 제승가는 바로 부처님이고 연화실은 사리불, 사자이는 아난, 그리고 마등가의 딸은 성(性) 비구니라고 말한다. 이 경은 사람에게 있어서 신분의 차이가 없는 평등한 인격을 다 같이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놓았으며, 법은 실로 모두 평등하여 두가지 모습이 없다 하였다.

지안스님, 월간반야 2010년 8월 제117호

땅을 파면 어디든

지착개생수 地鑿皆生水 땅을 파면 어디든 물이 나오고

운수진벽천 雲收盡碧天 구름 걷히면 푸른 하늘 드러나는 법

강산운수지 江山雲水地 구름과 물이 있는 강산의 땅이여

하물불거선 何物不渠禪 무엇 하나 선 아닌 게 어디 있으랴.

‘본래 아무것도 없는 것이 본래 다 있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이치를 공(空)과 불공(不空)으로 설명하면서 달리 진공묘유(眞空妙有)의 도리라고 한다. 땅을 파면 어디든지 물이 나오고 구름 걷히면 본래의 청명한 하늘이 있다는 건 본래 갖추어진 진공속의 묘유를 상징하는 말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은 있다 하고 안 보이는 것은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이는 피상적인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므로 현상의 배후를 모르고 순간의 감각만 가지고 말하는 경우다. 따라서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인 유무(有無)를 초월한 중도를 알지 못한다. 유무는 식심분별이 일어난 의식의 파동일 뿐 실상의 분별없는 지혜가 되지 못한다. 의식이 멈춰질 때 판단이 중지되며, 판단이 중지될 때 선(禪)이 되는 것이다. 만물은 사람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본래의 제 모습대로 있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선의 경지이기에 무엇 하나 선 아닌 것이 없다고 하였다.

이 시는 조선조 영조 때의 화엄대가 묵암최눌(黙庵最訥1717~1790)의 시이다. 화엄과도인 <화엄품목>을 짓고 사교의 행상을 모아 <제경문답>을 편찬하였다. 문집 묵암집이 남아 전하며 송광사에 부도비가 있다.

요산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8년 10월 제95호

들꽃

왕골돗자리 위에 새겨진

기쁠 희(囍)자 사이로

강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뒷산 종달새 소쩍새 소리 들린다. 기쁘다

온갖 풀냄새 꽃냄새에 취한다

그것도 기쁘다

달짝지근한 곶감참외의 붉은 살빛이

황소울음에 묻혀

저 먼 곳 내가 항상 맨발로 뜀박질하던

토끼풀

그 행운의 네잎클로버 언덕을 맴돌다

달개비꽃 위에 내려앉는다

들꽃 무더기가

기쁠 희(囍 )자를 아로새긴다

복, 복(福)자를 써나간다

한 아이가

돗자리 위에 누워

오래 오래 별을 헤고 있다.

하 영 文殊華(시인· 반야불교학당) 글. 월간반야 2008년 8월 제9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