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왕골돗자리 위에 새겨진

기쁠 희(囍)자 사이로

강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뒷산 종달새 소쩍새 소리 들린다. 기쁘다

온갖 풀냄새 꽃냄새에 취한다

그것도 기쁘다

달짝지근한 곶감참외의 붉은 살빛이

황소울음에 묻혀

저 먼 곳 내가 항상 맨발로 뜀박질하던

토끼풀

그 행운의 네잎클로버 언덕을 맴돌다

달개비꽃 위에 내려앉는다

들꽃 무더기가

기쁠 희(囍 )자를 아로새긴다

복, 복(福)자를 써나간다

한 아이가

돗자리 위에 누워

오래 오래 별을 헤고 있다.

하 영 文殊華(시인· 반야불교학당) 글. 월간반야 2008년 8월 제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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