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타부처님은

阿彌陀佛在何方 아미타불재하방 아미타부처님 어디에 계신가?

着得心頭切莫忘 착득심두절막망 가슴에 얹어 두고 잊지 말아라.

念到念窮無念處 염도염궁무념처 생각이 다해 더 생각할 수 없는 곳에 이르면

六門常放紫金光 육문상방자금광 눈 귀 코 입 온몸에서 붉은 금색광명 쏟아지리라.

이 시는 고려 때 나옹스님이 지은 것이다. 이 시가 지어진 이면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20살 때 친구의 죽음을 보고 충격을 받아 출가한 스님에게 누이동생이 있었다. 이 누이동생이 오라버니가 보고 싶어 자꾸 절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나옹스님은 만나주지 않고 다른 스님에게 다른 곳으로 가고 없다 하라고 부탁을 하곤 했다. 그래도 누이동생은 이 절 저 절을 나옹 스님을 수소문하여 찾아 다녔다. 이리하여 나옹스님은 누이동생에게 편지를 써 두고 누이동생이 찾아오면 전하게 하였다.

“나는 이미 세속을 떠나 출가한 몸이라 속가의 가족을 가까이 할 수 없다. 유가에서는 가족을 가까이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우리 불가에서는 가족을 가까이하는 것을 수도의 장애라고 여긴다. 앞으로는 나를 찾아오지 말고 아미타 부처님이 어디 있는지 내 생각이 날 때는 이 부처님 생각을 가슴에 얹어 두고 생각이 막힐 때까지 하고 있어라.”

편지의 마지막에 써둔 시였는데 아미타불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자기에 대한 생각을 끊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6년 11월 제72호

아라홍련

문이 열렸다

눈을 뜨고 귀를 곧추세워 주위를 살피더니

드디어 입을 열고

향기롭게 몸을 풀었다

700 여 년을 암흑 속에 엎드려

참회와 기도로 수행정진 하였더니

분노와 애증, 슬픔과 설움 같은 것들

무수한 그리움의 파문들까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업장이 소멸되었다

꽃잎 속에서 누군가 속삭인다.

향기로운 길, 밝고 맑은 빛을 위해

700년을 기다리다 싹을 틔운 고려시대 연꽃

아라연꽃

꽃잎마다 인욕과 자비의 향기, 가득하다

내 마음밭 적멸보궁 마음 心자 위에도

慈(자)

悲(비)

光(광)

明(명)

다시 쓴다

文殊華 하영 시인 글. 월간 반야 2011년 1월 122호

십년을 단정히 앉아

십년단좌옹심성 十年端坐擁心城 십년을 단정히 앉아 마음의 성을 지켰더니

관득심림조불경 慣得深林鳥不驚 숲속의 새들도 길들어져 놀라지를 않는구나.

작야송담풍우악 昨夜松潭風雨惡 어젯밤 소나무 못 밑에 비바람 몰아치더니

어생일각학삼성 魚生一角鶴三聲 고기는 못 한 구석에 모여 있고 학은 세 번

울며 날아가네.

이 시는 서산 스님의 오도송(悟道頌)으로 알려져 있는 시이다. 예로부터 마지막 사구째의 해석을 두고 이론이 분분했던 시이다. 오랜 세월 선정을 닦아 경계를 물리치고 번뇌를 쉬게 된 경지를 자기 본래마음, 진심을 성에 비유하여 외적의 침입을 막듯이 지켰다 했다. 그리하여 주객이 대립 갈등을 일으키는 일이 없어지고 보니 숲의 새들마저 무심해져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간밤에 비바람이 몰아쳤다는 것은 번뇌의 습기를 몰아내는 엄청난 회오리가 내면에서 일어났나는 것을 상징하는 말이라 하겠다. 한 소식 체험한 경계를 읊은 것이다. 어생일각이라는 말을 두고 고기에 뿔이 났다는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깨침 이후의 평상도리를 나타낸 말로 본다. 비온 뒤 고기들이 못 한쪽 귀퉁이에 모여 있고 소나무의 학이 날아가면서 연거푸 울음소리를 냈다는 말이다.

지안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8년 1월 제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