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을 단정히 앉아

십년단좌옹심성 十年端坐擁心城 십년을 단정히 앉아 마음의 성을 지켰더니

관득심림조불경 慣得深林鳥不驚 숲속의 새들도 길들어져 놀라지를 않는구나.

작야송담풍우악 昨夜松潭風雨惡 어젯밤 소나무 못 밑에 비바람 몰아치더니

어생일각학삼성 魚生一角鶴三聲 고기는 못 한 구석에 모여 있고 학은 세 번

울며 날아가네.

이 시는 서산 스님의 오도송(悟道頌)으로 알려져 있는 시이다. 예로부터 마지막 사구째의 해석을 두고 이론이 분분했던 시이다. 오랜 세월 선정을 닦아 경계를 물리치고 번뇌를 쉬게 된 경지를 자기 본래마음, 진심을 성에 비유하여 외적의 침입을 막듯이 지켰다 했다. 그리하여 주객이 대립 갈등을 일으키는 일이 없어지고 보니 숲의 새들마저 무심해져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간밤에 비바람이 몰아쳤다는 것은 번뇌의 습기를 몰아내는 엄청난 회오리가 내면에서 일어났나는 것을 상징하는 말이라 하겠다. 한 소식 체험한 경계를 읊은 것이다. 어생일각이라는 말을 두고 고기에 뿔이 났다는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깨침 이후의 평상도리를 나타낸 말로 본다. 비온 뒤 고기들이 못 한쪽 귀퉁이에 모여 있고 소나무의 학이 날아가면서 연거푸 울음소리를 냈다는 말이다.

지안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8년 1월 제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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