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듣고 싶은 고승들의 주옥같은 법문 – 제01회 청화 스님
다시 듣고 싶은 고승들의 주옥같은 법문 – 제01회 청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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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고 싶은 고승들의 주옥같은 법문 – 제01회 청화 스님
兒捕蜻蜓翁捕籬(아포청정옹포리) 아이는 잠자리를 잡고 놀고 노인은 울타리를 고친다.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작은 시내 봄물에 고기를 잡아먹는 가마우지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청산이 끊어진 곳에 가야할 길은 먼데
橫擔烏藤一箇枝(횡담오등일개지) 어깨에 지팡이 하나 걸치고 가는 사람아!
옛날 시골 풍경이 물씬 하는 시이다. 이제는 동화 속의 그림 같은 이야기 이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 시골은 이와 같은 풍경이었다. 손자는 마당가에 잠자리를 잡고 노는데 할아버지는 찢어진 울타리를 고친다. 집 밖의 작은 시내에는 가마우지가 물속의 고기를 잡아먹는데 저 멀리 산 밑에 어깨에 지팡이를 걸치고 길을 가는 사람이 보인다. 그림으로 말하면 한 폭의 동양화다.
이 시는 매월당 김시습이 지은 시이다. 유랑생활을 하다 어느 마을을 지나면서 지은 시인 것 같다.
阿彌陀佛在何方 아미타불재하방 아미타부처님 어디에 계신가?
着得心頭切莫忘 착득심두절막망 가슴에 얹어 두고 잊지 말아라.
念到念窮無念處 염도염궁무념처 생각이 다해 더 생각할 수 없는 곳에 이르면
六門常放紫金光 육문상방자금광 눈 귀 코 입 온몸에서 붉은 금색광명 쏟아지리라.
이 시는 고려 때 나옹스님이 지은 것이다. 이 시가 지어진 이면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20살 때 친구의 죽음을 보고 충격을 받아 출가한 스님에게 누이동생이 있었다. 이 누이동생이 오라버니가 보고 싶어 자꾸 절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나옹스님은 만나주지 않고 다른 스님에게 다른 곳으로 가고 없다 하라고 부탁을 하곤 했다. 그래도 누이동생은 이 절 저 절을 나옹 스님을 수소문하여 찾아 다녔다. 이리하여 나옹스님은 누이동생에게 편지를 써 두고 누이동생이 찾아오면 전하게 하였다.
“나는 이미 세속을 떠나 출가한 몸이라 속가의 가족을 가까이 할 수 없다. 유가에서는 가족을 가까이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우리 불가에서는 가족을 가까이하는 것을 수도의 장애라고 여긴다. 앞으로는 나를 찾아오지 말고 아미타 부처님이 어디 있는지 내 생각이 날 때는 이 부처님 생각을 가슴에 얹어 두고 생각이 막힐 때까지 하고 있어라.”
편지의 마지막에 써둔 시였는데 아미타불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자기에 대한 생각을 끊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6년 11월 제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