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면 창가에 숲 그림자 아른거리고

신창림영개 晨窓林影開 새벽이면 창가에 숲 그림자 아른거리고

야침산천향 夜枕山泉響 밤이면 베개 밑에 샘물 소리 스며오네

은거부하구 隱居復何求 숨어 사는 판에 무얼 구하려 하겠는가?

무언도심장 無言道心長 말없이 살다보면 도심이 자라겠지.

이 시는 주자(朱子)의 은구재(隱求齋)라는 제목의 시이다. 젊은 시절에 주자는 불교나 도교에도 상당한 심취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는 바로 산에 사는 도인의 수도생활을 읊어 놓은 것 같다. 숨어사는 은둔자의 노래라 볼 수 있고, 물외한인(物外閒人)의 탈속한 생활을 묘사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유교적 학문에 통달 주자학이란 새로운 학풍을 세운 그였지만 노장학에도 관심을 가지기도 하였고 한 때 불교에도 관심을 가졌었다. 19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24세에 임관하여 4년간을 관직에 종사하였지만 그 후로 20여 년을 조정의 연금을 받아가면서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여 40세가 넘어서 그의 사상의 대강(大綱)을 확립하였다.

“말없이 도심을 기른다.” 는 이 말은 진리를 탐구하는 근본정신이자 삶의 본질을 밝힌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말이다. 사실 도심을 잃어버리면 내 인생의 알맹이를 잃는 것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