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이에 찾아뵘 늦은 것 부끄러운데
조계산 밝은 달 창가에 걸렸네
구슬 찾은 망상(罔象) 원래 사실 아닌데
꿈속에 들어간 전생은 필경 누구인가
찾아온 곳 연한(烟霞)의 명승지인데
소나무 잣나무 한 가지를 보고자 하네
총림엔 예부터 고승이 있어
대승의 교화가 융성하구나
송광사의 금명당 스님에게 쓴 편지이다.
아는 사이에 찾아뵈옴 늦은 것이 오히려 부끄럽다는
편지의 서두가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고승의 벗에 대한 마음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우리는 어찌하여
가까운 친구에 대한 마음마저 간절하지 못한 것일까.
불가(佛家)의 사랑은 벗과 부처님이 전부이다.
‘마음 안에 벗이 있으니 그 벗의 얼굴을 가슴에 오래 묻어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