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 가을 바람 소슬한데 절 옆에 쓸쓸히 서 있는 비 청산 그늘 속에 세월이 얼마나 흘렀나 영규대사의 지난 자취 물을 곳 없고 석양녘의 소와 양 떼 먼 마을로 내려가네 금산 보석사에 있는 영규(英規)대사의 무덤 앞에서 쓴 시다. 청산 그늘 속에 맢묻힌 비석을 앞에 두고 세월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한탄했다. 죽고 태어남이 이미 부처의 손에 있거늘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자신의 몫임을 깨달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