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만 부인의 열 가지 큰 서원
그 때 승만 부인이 수기를 들은 뒤에, 합장하여 열 가지 큰 서원[大受]를 세웠다.
“첫째,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받아 지닌 계율에 대하여 범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둘째,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모든 어른들에 대하여 오만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셋째,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모든 중생에 대하여 화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넷째,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다른 사람의 신체 및 소유물에 대하여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다섯째,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을 위해서 재물을 쌓아 두지 않으며 전부 가난한 중생들을 성숙시키는 데 쓰겠습니다.
일곱째,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을 위해서 사섭법(四攝法)을 행하지 않겠사오니, 모든 중생을 위해서입니다. 애착하지 않는 마음, 싫어하거나 만족하지 않는 마음, 걸림 없는 마음으로 중생을 거두어들이겠습니다.
여덟째,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부모가 안 계신 아이, 자식이 없는 노인, 죄를 짓고 갇힌 사람, 병든 사람 등 갖가지 고난으로 괴로움에 처한 중생을 보면 마침내 잠시도 외면하지 않으며 반드시 안온케 하겠습니다. 재물로써 이익케하여 모든 고통을 벗어나게 한 뒤에야 외면하겠습니다.
아홉째,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동물을 잡아 기르는 등의 갖가지 올바르지 못한 생활 방편[惡律儀] 및 계를 깨뜨리는 것을 보게 되면 절대로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힘을 얻게 될 때는 어느 곳에서든지 마땅히 잘못을 항복 받아야[折伏] 할 사람에게는 항복 받으며 마땅히 용서해 줄 사람은 용서하겠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때로는 항복하고 벌함으로써 때로는 용서함으로써 가르침을 오래도록 머물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르침이 오래도록 머물게 되면, 신들과 다시 사람들의 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늘어나고 나쁜 갈래[惡趣]에 가는 사람은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능히 여래께서 굴리시는 바 법륜(法輪)에 따라서 부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익을 보기 때문에 구하여 거두어들임을 잠시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열째,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여서 마침내 잊지 않겠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가르침을 잊는다는 것은 곧 대승을 잊는 것이 되며, 대승을 잊는다는 것은 곧 바라밀을 잊는 것이 되며, 바라밀을 잊는 것은 대승을 욕구 하지 않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보살이 대승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곧 능히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며, 즐거워하는 바를 따라서 들어가고자 하나 영원히 범부의 경지를 뛰어넘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와 같이 한량없는 큰 잘못을 보며, 또한 미래에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일 보살마하살들의 한량없는 복덕을 보기 때문에 이러한 큰 서원을 세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