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보살의 올바른 배움
그리고 수보리 장로는 부처님의 위신력과 도움을 받으며,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수보리여, 저 보살대사들이 반야바라밀을 얻는 마음을 어떻게 일으키고 또 저 보살대사들이 어떻게 반야바라밀로 향하여 들어가는지, 그것에 대하여 설명하라’ 라고.
그러나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지금 ‘보살, 보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 보살이라고 불리어지는 명칭은 어떠한 실체에 대한 명칭 입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보살이라는 실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반야바라밀이라는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 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가 그 어떤 보살을, 그 무슨 반야바라밀을 가르쳐 설명해 보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이와 같이 보살이라는 실체물과 반야바라밀이라는 실체물은 없다 라고 설하고, 보이고, 해명하고 있는 말을 듣고도 만약 기가 꺾이지 않고, 마음이 절망하지 않고, 벌벌 떨지 않고, 큰 공포감에 빠지지 않는다면, 참으로 그 보살대사는 반야바라밀의 가르침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야말로 정말 보살대사의 반야바라밀 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반야바라밀에 대한 저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또,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을 실천 수행하는 보살대사는 스스로 ‘나는 반야 바라밀을 실천 수행하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보살의 올바른 배움입니다. 왜냐하면, 마음이란 곧 마음이 없는 것이며, 이와 같이 마음이 없으므로 항상 깨끗하고 밝은 것이 마음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사리불 장로는 수보리 장로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수보리 장로여, 그러면, 마음 아닌 마음이 있다는 것입니까?”
그러자 수보리 장로는 사리불 장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리불 장로여, 마음 아닌 마음은, 그것이 있다든지 또는 없다든지 그런 식으로 포착할 수 있겠습니까?”
사리불 장로가 대답했다.
“포착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러자 수보리 장로는 이렇게 말했다.
“사리불 장로여, 그 마음 아닌 마음을 있다든지 없다든지 하는 그런 식으로 포착할 수 없다면, 그 마음 아닌 마음을 있다든지 또는 없다든지 하는 질문은 확실히 틀린 것입니다.”
그러자 사리불 장로는 수보리 장로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보리 장로여, 그러면 그 마음 아닌 마음이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수보리 장로가 말했다.
“사리불 장로여, 마음 아닌 마음이라는 것은 마음에 움직임이 없는 것과 알음알이가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때, 사리불 장로는 수보리 장로에게 칭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수보리 장로여, 참으로 그대는 다툼이 없는 것에 안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에서 제 1인자(無諍第一)이다 라고 세존께서도 인정하셨습니다만, 정말 그와 같이 다툼이 불가능한 형태로 가르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온갖 성문(聲聞)의 경지에 있는 사람과 독각(獨覺)의 경지에 있는 사람과 보살(菩薩)의 경지에 있는 사람은, 이 반야바라밀의 가르침을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항상 수지독송· 연구·포교하며, 그 가르침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반야바라밀의 법이 곧 부처님의 법이기 때문입니다.”
팔천송반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