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반궁(泮宮)같이 높은 곳에서 가을바람을 맞는구나
잡초를 뽑아주니 다시 푸르른데
아까운 기이한 꽃 떨어져도 붉구나
하늘에 구름은 외로운 성에 그림자 드리우고
하루 종일 강물 소리는 산골을 울리누나
술 깨인 밤에 달도 밝은데
어찌하여 시 이야기가 그대와 같을 수 있을까
반궁이란 조선시대의 문묘(文廟)를 말하는데
높은 묘 등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읊은 경허스님의 시다.
스님은 말년에 두루두루 암자를 찾아 떠돌아다녔는데
이때 특히 시를 많이 썼다.
대부분 자연을 벗 삼아 인간의 마음을 노래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