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아는 것을 알고 이름만 높으니 난세에 위태로워 어느 곳에 이 한몸 숨겨야 할지 어촌이나 술집이 어느 곳엔들 없으랴만 이름을 감추려하니 더욱 드러나는 것 두렵네 통도사에서 해인사로 가는 도중 읊은 시다. 말년에 경허스님은 스스로 이름을 감추고 호를 난주라 하였다. 나중에는 스스로 머리를 기르고 선비의 관을 쓰고 바라문(波羅門)으로 변신하여 떠돌아다녔다. 이는 진정한 ‘도(道)’의 길이 만행두타에 있었음을 깨달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