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금반지가 되어 푸른 하늘에 걸려 있고

月作金環掛碧天(월작금환괘벽천) 달은 금반지가 되어 푸른 하늘에 걸려 있고

水爲玉屑落長川(수위옥소낙장천) 물은 옥가루가 되어 긴 내에 떨어지네.

箇中無限眞風景(개중무한진풍경) 이 가운데 무한한 진여의 풍경이여

豈易山人筆下宣(기이산인필하선) 어찌 산사람의 붓으로 펼쳐낼 수 있으랴.

조선조 중엽 월파(月波1695~?) 대사가 남긴 문집 [월파집(月波集)]에는 자연을 묘사하며 읊은 서정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산의 경치(山景)’라는 제목의 이 시는 하늘의 달과 폭포의 물을 소재로 하여 지은 시인데 산속에서 볼 수 있는 시야의 공간을 한껏 넓혀 놓고 이것이 진여의 풍경이라 하여 붓으로 도저히 펼쳐 묘사할 수 없다고 하였다.

보고 듣는 것이 모두 부처의 모습이요 부처의 법문이라 하는 말처럼 잘 보고 잘 들으면 현상의 배후에 숨어 있는 실상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자연의 부처님을 만나고 무정설법(無情說法)을 듣는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달빛반야

소나무가지에 걸린 달빛으로

정갈한 옷 한 벌 지어

숨 멎을 듯 그리울 때,

마음이 그대에게 가자고 할 때마다

꺼내 입으리

그 마음길,

댓잎에 사운대는 바람소리

산짐승 울음소리 발자국소리는 물론

풀벌레의 숨소리까지 고이 싸서

아스라한 하늘 저쪽

아득한 하늘길에 던져두리

저 옷 한 벌,

추운 이들

바라만보아도 참으로 따뜻해지리

하영 文殊華 (시인 반야불교학당) 글. 월간반야 2008년 4월 제89호

달밤에 고향길 바라보니

월야첨향로 月夜瞻鄕路 달밤에 고향 길 바라보니

부운표표귀 浮雲颯颯歸 뜬구름만 흩날리며 돌아가고 있네.

함서참거편 緘書參去便 구름 가는 길에 편지라도 부치고 싶은데

풍급불천회 風急不聽廻 바람이 급하여 내 말 알아듣지 못하는구나.

아국천안북 我國天岸北 내 나라 하늘 끝 북쪽에 두고

타방지각서 他邦地角西 남의 나라 서쪽 모퉁이에 와 있는 몸

일남무유안 日南無有雁 더운 남쪽 천축은 기러기도 오지 않으니

수위향림비 誰爲向林飛 누가 고향 숲을 향해서 날아가려나.

이 시는 『왕오천축국전』의 저자 헤초(慧超 704~787)의 시이다. 오천축을 순례하다가 어느 날 달밤에 향수에 젖어 지은 시이다. 혜초 스님은 일찍이 중국에 들어가 인도 출신 승려 금강지(金剛智)에게 밀교를 배웠다. 금강지는 남인도 출신으로 제자 불공(不空)과 함께 중국에 건너와 밀교의 초조(初祖)가 되었던 스님이다. 혜초는 19살 때 천축으로 구법여행을 떠나 만 4년 동안 인도 여행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전해진다. 카슈미르(Kashmir), 아프카니스탄, 중앙아시아 등지를 두루 답사하고 다시 장안으로 돌아온 것은 30살 때쯤이었다.

이 시에 나타난 것처럼 간절한 향수에 젖어 있던 그는 끝내 신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787년에 입적했다고 기록해 전한다. 『왕오천축국전』에 실려 있는 이 시는 1908년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에 의해 돈황석굴 천불동에서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요산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7년 1월 제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