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고향길 바라보니

월야첨향로 月夜瞻鄕路 달밤에 고향 길 바라보니

부운표표귀 浮雲颯颯歸 뜬구름만 흩날리며 돌아가고 있네.

함서참거편 緘書參去便 구름 가는 길에 편지라도 부치고 싶은데

풍급불천회 風急不聽廻 바람이 급하여 내 말 알아듣지 못하는구나.

아국천안북 我國天岸北 내 나라 하늘 끝 북쪽에 두고

타방지각서 他邦地角西 남의 나라 서쪽 모퉁이에 와 있는 몸

일남무유안 日南無有雁 더운 남쪽 천축은 기러기도 오지 않으니

수위향림비 誰爲向林飛 누가 고향 숲을 향해서 날아가려나.

이 시는 『왕오천축국전』의 저자 헤초(慧超 704~787)의 시이다. 오천축을 순례하다가 어느 날 달밤에 향수에 젖어 지은 시이다. 혜초 스님은 일찍이 중국에 들어가 인도 출신 승려 금강지(金剛智)에게 밀교를 배웠다. 금강지는 남인도 출신으로 제자 불공(不空)과 함께 중국에 건너와 밀교의 초조(初祖)가 되었던 스님이다. 혜초는 19살 때 천축으로 구법여행을 떠나 만 4년 동안 인도 여행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전해진다. 카슈미르(Kashmir), 아프카니스탄, 중앙아시아 등지를 두루 답사하고 다시 장안으로 돌아온 것은 30살 때쯤이었다.

이 시에 나타난 것처럼 간절한 향수에 젖어 있던 그는 끝내 신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787년에 입적했다고 기록해 전한다. 『왕오천축국전』에 실려 있는 이 시는 1908년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에 의해 돈황석굴 천불동에서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요산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7년 1월 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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