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석인의(總釋印意)
총괄적으로 도장(圖印)의 의미를 해석한다는 과목의 이름을 붙여 법계도를 짓게 된 까닭을 밝히는데, “석가여래께서 가르치신 그물과 같은 교법이 포괄하는 3종의 세간을 해인삼매로부터 드러내어 니타내기 위함이다” 라고 하였다. 해인삼매에 들었을 때 나타나는 3종의 세간, 즉 기세간(器世間)과 중생세간(衆生世間), 그리고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 법계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흰 종이 위에 도인(圖印)의 길을 표시하는 붉은 줄과 검은 글자로 만들어진 법계도가 3종 세간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말이다. 한편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다시 있다.
“백지(白紙)는 기세간(器世間)을 표시한다. 백지에는 본래 염색이 되어 있지 않다. 먹으로 찍으니 검고, 붉은 획을 그으나 붉다. 기세간도 이와 같다. 깨끗하거나 더러운 것 중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다.
중생이 처하면 더러움에 물들고, 성현(聖賢)이 처하면 맑고 깨끗하다. 그러므로 검은 글자는 중생세간(衆生世間)을 나타낸다. 검은 글자는 모두 검고, 글자 하나 하나는 모두 같지 않다. 중생도 이와 같다. 무명번뇌(無名煩惱)가 모두 자신을 어둡게 덮고 있으며, 그것은 온갖 차별을 나타낸다.
반면에 붉게 그은 획은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을 나타낸다. 붉게 그린 한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끊어짐이 없이 모든 글자들 속에서 연결된 고리를 이루고, 그 빛과 색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처님의 지혜도 또한 이와 같이 평등하고 광대하여 두루 중생들의 마음에 미친다. 십세(十世)가 상응하여 중생을 원만하고 밝게 비춰준다. 이런 까닭에 인(印)은 3종의 세간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어 백지와 검은 글자 그리고 붉은 줄이 서로 상호관계 속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것과 같이, 3종 세간이 융통상섭(融通相攝)하여 혼연히 한 덩어리를 이루지만, 그러면서도 문이 각각 달라 분명하고 동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세간이란 세계라는 말과 같다. 앞서 설명했듯이, 시간과 공간에 의하여 한계지어지는 상태를 뜻한다. 범어의 loka를 세간, 혹은 세계라 번역한다.
(2)별해인상(別解印相)
별해인상(別解印相)이란 도인(圖印)을 하나 하나 나누어 해석한다는 뜻인데, 여기에 다시 설인문상(設印文相). 명자상(明字相). 석문의(釋文義)로 나누어져 설명된다.
1) 설인문상(說印文相)
의상스님이 직접 인문(印文)의 양상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를 요약하면 “인문이 하나의 길로 되어 있는 것은 여래의 일음(一音)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그 길이 번거롭게 많은 굴곡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중생들의 근기와 취향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삼승교(三乘敎)가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 하나의 길에 시작과 끝이 없는 것은 여래의 선교방편에는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없어 대응하는 세계에 따라 적당하게 융통되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것은 원교(圓敎)에 해당한다.
4면이 4각으로 되어 있는 것은 사섭법(四攝法)과 사무량심(四無量心)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인문(印文)은 삼승에 의하여 일승을 드러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명자상(明字相)
시문(詩文)의 모양을 밝히는 것으로, 의상스님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시문은 시작과 끝이 있는데, 그것은 수행하는 방편을 말하는 것으로 인(因)과 과(果)가 다름을 나타낸다. 그리고 문중(文中)에 많은 굴곡이 있는 것은 삼승의 근기와 취향이 차별되어 같지 않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 왜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가 중앙에 있느냐 하면, 인과의 두 자리가 법성 집안의 진실한 덕(德)과 용(用)임을 표시하는 것인데, 그 성품이 중도(中道)에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도인(圖人)의 전체적인 의미 설명과 아울러 인문(印文)과 시문(詩文)의 모양에 대하여 설명하고 문의(文意)의 해석에 들어간다.
3) 석문의(釋文義)
시문, 즉 법성게 한 게송 한 게송의 뜻을 자세히 풀이해 나가는 부분이다.
법성게는 7언 30구의 시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송부터 18송까지는 자리행(自利行)을 19송부터 22송 까지는 이타행(利他行)의 수행방법, 그리고 22송부터 30송까지는 수행의 이익을 나타내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 세 부분을 다시 자세하게 나누어 가면서 내용상 의미를 구분해 과목을 나눈다.
요산 지안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7년 4월 제 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