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2

운파에게 이렇게 한 번 만남도 하늘이 정해 준 인연인 듯 향기로운 머릿결에 장식 또한 아름답네 양대의 구름비는 조석으로 뿌리고 낙포의 기러기 용처럼 날으네 잎이 누렇게 되고 숲이 황폐하니 여름도 늦었고 맑은 연기는 물 파란 옛 성터 옆을 흐르네 이별이 너무나 아쉬워 술잔을 비웠네 뜬세상이지만 이 자리가 두고두고 여운을 남기리 ‘운파’라는 기생의 별장을 찾아가서 쓴 시다.… 이별 2 계속 읽기

봇가꽃 오얏꽃

문 앞 복사꽃 오얏꽃이 일이 많아서 만떨기마다 옛 부처의 마음을 붉게 뿜어내누나 절창이다. 이보다 더 뛰어난 서정시는 없다. ‘옛 부처의 마음’을 붉게 뿜어내고 있을까. 꽃에 동화된 몸, 바람에 가사를 날리는 몸, 바람부는 대로 누이는 몸, 그런 스님이 바로 부처가 아닌가 싶다.

화천 두첩사에 앉아

중이 어찌 명산에 머물지 않으리 골짝마다 연운이 서렸네 신령스런 학 날아오기도 전에 사람은 늙어 누각에 기대어 석양만 시름없이 바라보네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고 꼬리를 물고 이어져 심안을 괴롭히는데 홀로 두첩사에 앉아 넋을 잃고 석양만 바라보는 경허스님. 기다리는 사람이 대체 누구길래 이젠 늙어 하염없이 누각에 기대어 시름없이 석양만 바라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