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네없네 깔아뭉개

유무좌단로진상 有無坐斷露眞常 있네 없네 깔아뭉개 진상을 드러내니

일점고명약태양 一點孤明若太陽 한 점 밝은 그것 태양 같구나.

직하승당유끽방 直下承當猶喫棒 바로 곧 알아채도 방망이 맞을 건데

나감냉좌암사량 那堪冷坐暗思量 어찌 쓸쓸히 앉아 이리저리 생각하랴.

선의 세계에 들어가면 우선 논리를 세우는 것부터가 금물이다. 관념화된 의식이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생각 자체가 철저히 비워져야 한다. 있네, 없네 하는 고정관념에 묶여 있으면 변견(邊見)에 떨어져 중도실상을 통달하지 못한다. 제 일구의 뜻을 바로 이 점을 밝혀 놓았다. 유와 무를 다 끊어 없애고 나니 참되고 한결같은 그 자리가 드러나더란 말이다. 밝기가 한 점 태양과 같아 어둠을 몽땅 삼켜버렸다. 이 자리에서는 알았다는 지견이 생기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하물며 생각을 굴리는 것이야말로 절대 금물이다.

이 시는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1178~1234)이 지은 시이다. 고려 말 보조국사의 수제자가 되어 보조의 법을 이은 혜심은 진사에 급제했으나 보조스님을 찾아가 출가를 한다. 자호를 무의자(無衣子)라 했으며 『선문염송』30권을 지었는데 중국의 『전등록』에 버금가는 명저로 알려져 있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6년 7월 제68호

잃어버리고 산 소중한 것들 –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낮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원자, 분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했다.

유혹은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 철도, 더 편리한 일회용품들

더 많은 광고 전단, 더 줄어든 양심,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