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의 ‘밭(田)’

얼마 전에 오랜 만에 반야암을 찾아온 신도 한 사람이 있었다. 30여 년 전 울산에서 불교청년회 활동을 하던 사람이었다. 절을 매우 좋아 하면서 한 때 스님이 되는 출가를 할까 망설이다가 어떤 청년의 열렬한 사랑의 호소에 시집가는 출가를 해버린 사람이었다. 이제 50대 후반의 나이로 절에 와서도 30살이 된 아들과 28살이 된 딸의 결혼 걱정을 하는 평범한 어머니인 이 신도와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나를 감동하게 한 사연 하나를 들었다.

그것은 9순이 넘는 친정 부모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간병 시중을 11년을 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머니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 환자이고 아버지는 앉고 일어설 수는 있으나, 보행을 할 수 없는 몸 가누기가 잘 안 되는 분이라 하였다. 이런 두 부모를 11년이나 곁을 지키면서 수족노릇을 해 왔다는 이야기를 눈물을 글썽이면서 하는 것을 보고, 보기 드문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 효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도 여러 명 있고 언니 동생도 여러 명이 있음에도 자신이 간병을 도맡기 위해서 생계를 꾸리던 가게도 문을 닫고 부모 모시는 일이 가장 좋은 팔자라고 생각 했다 하였다. 마침 서울에 사는 언니가 내려와 동생의 간병 고생을 안타깝게 여겨, 이틀만 어디 가서 쉬다 오라 하여 절을 찾아 왔다 하였다. 나는 참으로 복을 많이 짓고 산다며 위로 겸 칭찬의 말을 해 주었다.

사람의 마음을 ‘복전(福田)’이라 한다. ‘복을 심는 밭’이란 뜻이다. 마음을 땅이나 밭에 비유, ‘심지(心地)’니 ‘심전(心田)’이니 하는 말들이 경전에 자주 등장한다. 땅이 모든 식물의 씨앗을 흙속에 묻어 싹을 트게 해주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땅이나 밭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그때그때 일으키는 행위를 현재 일으키는 행동이라 하여 현행(現行)이라 하는데 이 말과 상대되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 ‘종자(種子)’이다. 흙속에 묻혀 있던 씨앗에서 싹이 나오는 것처럼 마음속에 들어 있던 종자에서 현행의 행동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마음속에는 어떤 행위를 일으킬 수 있는 업종자(業種子)가 들어 있다는 말이다. 이 종자를 싹을 틔어 자라게 하므로 ‘밭’이라 한다.

농사를 짓는 밭에 재배하는 농작물의 이름을 따라 밭 이름을 붙이는 수가 있다. 가령 배추를 심었으면 ‘배추밭’이라 하고 고구마를 심었으면 ‘고구마밭’이라 한다. 콩을 심으면 ‘콩밭’이요 보리를 심었으면 ‘보리밭’, 밀을 심었으면 ‘밀밭’이다.

마음의 밭에는 무엇을 심어 이름을 부르는가? 물론 업이 심어져 있으면 ‘업밭’이라 하겠지만 그러나 마음의 밭을 가장 아름답게 부르는 말이 바로 ‘복전(福田)’이라는 말이다. 복을 심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의 근본 주제이다.

복전인 사람의 마음에는 세 개의 밭이 있다. ‘경전(敬田)’과 ‘은전(恩田)’과 ‘비전(悲田)’이다. ‘경전’은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복을 짓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삼보를 공경하거나 공경할 만한 사람을 공경하면 한량없는 복을 얻는다 하였다.

‘은전’은 은혜를 베풀거나 갚으면 복이 지어진다는 뜻이다. 특히 은혜를 입고 은혜를 갚지 않으면 감복(減福)이 된다하여 불교에서는 부모나 스승 등의 은혜를 갚을 것을 강조 한다. 원한은 갚으려 하지 말고 은혜는 갚아야 한다고 부처님은 가르쳤다.

‘비전’은 자비를 베풀 대상으로서 가난 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연민의 정을 보내 주는 것을 말한다.

부모는 ‘은전’이면서 동시에 ‘경전’이다. 공경하고 은혜를 보답 하려는 마음, 이 마음에는 언젠가 반드시 복이 온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신환경이 건조해지고 황폐화 된다고 염려하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복전사상’ 곧 ‘삼전사상’이 널리 퍼져, 사람마다 ‘복밭’을 일구려는 노력으로 새로운 사회의 규범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공경할 줄 모르고 은혜를 갚을 줄 모르고 남을 동정할 줄 모르는 비정한 마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 가지 밭을 잘 경작하는 것이 내 인생의 풍년을 기약하는 것이다. 이것이 잘 실천되면 거기에서 오는 수확이 복의 열매가 된다. 이기적 아만 때문에 삼전을 잃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활동의 공적도 삼전의 실천지수를 통해 나타나야 한다.

조선 후기의 만덕(1739~1812) 비구니는 제주도에 대 기근이 닥쳐왔을 때 육지에서 쌀을 사들여 제주도민을 구휼하였으며, 서울 봉은사의 학밀(學密) 스님은 1925년 한강이 범람하여 큰 수해가 일어났을 때 절의 양식을 죄다 꺼내 수재민을 구제하였다. 비전공덕을 실천한 사례들이지만 하루하루의 생활이 ‘삼전을 밭’의 잘 가꾸며 사는 것이 인생의 바른 자세며 올바른 도리라 할 것이다.

지안 큰스님 글. 월간 반야 2010년 8월 117호

2016년 01월 23일 불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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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6-01-23, 11:33:52 오후

달빛반야

소나무가지에 걸린 달빛으로

정갈한 옷 한 벌 지어

숨 멎을 듯 그리울 때,

마음이 그대에게 가자고 할 때마다

꺼내 입으리

그 마음길,

댓잎에 사운대는 바람소리

산짐승 울음소리 발자국소리는 물론

풀벌레의 숨소리까지 고이 싸서

아스라한 하늘 저쪽

아득한 하늘길에 던져두리

저 옷 한 벌,

추운 이들

바라만보아도 참으로 따뜻해지리

하영 文殊華 (시인 반야불교학당) 글. 월간반야 2008년 4월 제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