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이 맛있는 이유

추수의 계절 가을이다. 산과들 우리 주변 모든 곳에 곡식이랑 과일이 결실을 맺고 있다. 들녘은 황금 빛깔의 곡식으로 나무에는 갖가지 색상의 과일들이 전시회라도 하는 듯하다. 농부들은 가장 바쁜 일손을 필요로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마음만큼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부의 풍성한 마음을 뒤로 하고 나무 가지에 달린 사과, 배, 감, 대추, 밤 여러 종류의 과일을 바라보면서 “과일은 왜 맛이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해 보신적은 없으신지? 달콤함 또는 향긋함으로 과일은 왜 나름대로의 특유한 맛을 가지고 있을까? 무심코 그냥 생각 없이 맛있네 하면서 먹어 오던 과일인데, 어디에서 그 해답을 찾을까 한번 고민해 본다.

학자들의 말을 인용하면 그 답은 종족 번식의 본능에서 출발 한다고 한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종류의 종들은 자손을 번창 시켜야만 할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래서 이동이 가능한 동물들은 어디에서나 짝짓기가 가능하며 먼 거리에서도 종족의 번식이 가능한 것이다. 기후에 따라 여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종족 번식이 가능하다. 이에 반하여 식물들은 이동이 제한적이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으며 부자연스런 조건 하에서 번식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식물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어떻게 하면 종족 번식을 원활히 할까를 고민해 왔을 것이다.

각종 식물들의 특성을 보면 좀 더 명확히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예를 들어 민들레를 보면 꽃이 지고 씨앗이 달리게 되면 씨앗이 솜털처럼 가벼워 아주 미약한 바람에도 그 바람을 타고 낙하산처럼 생긴 씨앗은 멀리로 날아가 발아를 하게 된다. 도깨비 풀을 보자 씨앗이 옷이나 동물의 털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다가 멀리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이렇듯 어떤 종은 아주 가벼워 이동을 하게 되고 어떤 종은 움직이는 다른 종을 이용하여 이동을 하여 번식이 가능하다. 이제는 과일을 한번 살펴보자 나무에 과일이 달리면 어떻게 이를 이동 시킬까? 그 답은 역으로 과일이 맛이 없다고 가정하면 씨앗은 그저 나무 아래에만 떨어져 그 주변에만 서서히 퍼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과일이 맛있다면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은 그 과일을 먹을 것이고 그래서 배설물과 함께 씨앗이 뿌려져 배설물이 거름이 되어 더 번식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여기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할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과일 나무의 열매를 보면 몇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과일 껍질 부분이 맛이 있으면 대부분 내부에 있는 씨앗은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씨앗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동물들이 먹은 씨앗을 소화 시키지 않고 배설물과 함께 내 놓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면 사과, 배, 감, 수박, 참외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 또는 씨앗이 맛있는 경우는 그 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이 아주 딱딱한 물질들로 둘러 쌓여져 있다. 예를 들면 호도, 은행, 잣, 밤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씨앗을 함부로 먹지 못하게 보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에게도 그 특유의 종족 번식을 위한 비밀이 그 열매나 씨앗에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풍성한 가을 “과일이 왜 맛있을까?”를 한번 생각 해 봄직도 좋을 듯하다.

종산 황태준 글. 월간 반야 2009년 12월 109호

남겨 두는 일도 있어야 한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여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부지런히 노력해서 성공을 거두기 위하여 정열을 바치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세속적 환경에서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설사 생산적인 노동의 일이 아니라도 취미를 즐기거나 유흥을 즐기고 싶은 야한 욕구도 하고 싶은 일에 속하는 것이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것으로 그 일로 인하여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일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이 쓸쓸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할 일을 선택할 수 없는 경우는 스스로의 패배감을 맛보는 괴로움의 시련이 시작되는 일인 것이다. 일이란 삶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방출하는 것이므로 인생이란 일을 위해 있는 것이다. 인도의 옛말에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일은 개인이 갖고 있는 소망과 함께 있게 된다. 가야할 목적지가 있기 때문에 역에 가서 기차를 타거나 터미널에 가서 버스는 타는 것처럼 내 소망 때문에 내가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는 것은 아무데도 보탬이 되지 못하는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할 것이다. 톨스토이는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일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라고 말했다. 즐겁게 일을 하면 그것이 낙원이 되고 싫은 일을 억지로 괴롭게 하면 곧 지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에도 공적인 일과 사적일 일이 있다. 공직에 종사하면서 하는 공적인 일은 사적인 개인의 입장에서 하는 일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사회생활에 있어 공사 관계는 사실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사로이는 수레가 통할 수 있지만 공적으로는 바늘귀만큼도 들어갈 틈이 없다고 하였다. 공사의 구분은 예로부터 사람의 인격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공사를 가릴 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의 역량이 되는 것이다.

일은 욕심으로서 하면 안 된다. 또한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해서도 안 된다. 언제나 바른 생각 순수한 정신으로 일에 임해야 한다. 일에도 공경과 겸손이 있어야 한다. 객기 만용으로 하는 일은 성공하기 어렵다. 공리적 타산만 앞세워 하는 일은 설사 벌이에는 성공하였다 하드라도 일의 과정이 올바른 가치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실패하는 일이 되는 수는 얼마든지 있다. 내가 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남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또 일은 할 때가 있고 그만 해야 할 때도 있다.

경제가 어려워 일자리가 없다는 산업현장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사회적 불안마저 조장하고 있는 요즈음 무리한 일을 벌여서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종교인 가운데 가장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분인 어느 스님께서 불교계를 향하여 경제가 어려운 기기에 돈 드는 불사를 자제하여 중단하자고 호소한 적도 있다. 물론 가람 수호를 위하여 꼭 해야 할 불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외형 위주의 허장성세를 과시하는 불사들이 자행되는 경우도 있다. 개중에는 일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이기적 오버페이스를 하다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인생은 여백을 남기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여백이란 호흡을 가다듬고 새로운 숨을 쉴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이다. 하고 싶은 것을 자제하여 내가 다하지 말고 남이 하도록 남겨 두라는 말이다. 사람의 욕망이 한이 없는 점에서 보면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살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도화지에 여백을 남겨 두듯이 하고 싶은 일에도 때로는 내 자신을 위하여 여백을 남기고 남을 위하여도 할 수 있는 일을 남겨두라는 말이다. 이는 인간적 윤리 의식에서 하는 말로 몫을 남겨 두어 남에게 제공해 준다는 의미이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를 때가 되면 남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순리이듯이 사람은 자리를 떠날 준비와 함께 물려줄 준비를 하여야 한다. 사회적 공공관계에서도 이 일 저 일을 내가 다하여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턱없는 공명심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이기적 아집의 오점을 남기는 일 밖에 안 될 갓이다. 내가 앉아 있는 의자는 언젠가 누구에게 비워주어 앉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인륜의 도리이다. 사람은 일을 하되 도리에 맞게 하여야 한다.

樂山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9년 3월 제100호

2015년 12월 26일 불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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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5-12-26, 11:06:05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