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당시에 일곱 분의 어진 여자들이 있었다.
이분들은 요즘 관음회니 지장회니 하는 것처럼 회를 조직하여 매월 서로 모여 법문을 듣고 불공을 드리고 스님들을 받들어 섬겼는데, 하루는 시다림(尸陀林)하는 곳을 구경 가게 되었다.
시다림이란 인도에서는 장례를 네 가지로 하고 있다. 첫째는 매장(埋葬)인데 시체를 태우는 것이며, 둘째는 화장(火葬)인데 시체를 불에 태우는 것이며, 셋째는 수장(水葬)인데 시체를 물에 넣어 물고기들에게 그 몸을 보시하는 것이고, 넷째는 임장(任葬)인데 시체를 숲 속에 버려 들짐승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다림이란 시체가 많은 숲이라는 말이므로 임장을 하는 장소를 말한다. 대개 임장을 하는 장소에서는 시체를 찢어 나뭇가지에 걸어 먹게 하기도 하고 그대로 놓아 두어 그냥 뜯어먹게 하기도 한다.
7현녀들이 시다림 장소에 가다가 보니 그 근처에 아주 맑고 깨끗한 뼈가 한 무더기 있었다.
“이 뼈의 주인은 어디에 갔을까?”
한 선녀가 그 머리뼈를 가르키며, “글쎄…”하는 사이에 7현녀가 똑같이 도를 깨쳤다.
그런데 그때 하늘로부터 이상한 광명이 쏟아지더니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하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 7현녀는 그대로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하늘나라에 가니 범천(梵天)이 물었다.
“무엇이고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저희들이 원하는 대로 대령 하겠사오니 말씀하십시요.”
“우리는 아무 것도 필요치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현녀들을 통하여 복을 짓고자 하니 사양하지 마시고 말씀하십시요.”
그때 한 선녀가 말하였다.
“우리에게 선물을 주시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무엇이 세 가지 입니까?”
“첫째는 음양이 없는 땅덩어리 하나이고, 둘째는 뿌리 없는 나무가 하나 필요하며, 셋째는 메아리가 나지 않는 산골이 필요합니다.”
범천왕이 이것을 구하기 위하여 3천대천 세계를 분주하게 돌아다녔으나 결국 구하지 못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어 고민하다가 부처님께 말씀하였다. 부처님께서는“초지보살(初地菩薩)은 알 수 없고 십지(十地) 이상이 되어야 이를 구할 수 있다. 문수·보현·관음 세 보살이 그들이다. 이것은 남에게 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하여야 하느니라.”
범천은 그때 겨우 4지 보살이었다. 4지보살이 어떻게 200°의 경지에서 270°경지를 구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구해 얻은 사람은 270° 경지를 개척하는 것이니 여러분은 이것을 반드시 구해서 7현녀 보살들께 공양하여야 할 것이다.
여여지는 360°의 경계이다. 대자연에 돌아가서 갈 것도 없고 올 것도 없는 경지를 개척한 곳이다.
그 경지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봄이 오면 풀은 저절로 나고 청산은 움직이지 않으나
흰 구름만 저 스스로 오고 가누나.
봄이 오면 풀이 저절로 나므로 중생이 오면 근기를 따라 대접하고 그러나 청산은 동요가 없으므로 마음의 동요가 없다.
동요 없는 마음이 바람을 만나면 흰 구름처럼 인연 따라 동서로 윤회한다. 옛날에는 가고 싶지 않는 것도 억지로 끌려 다녔고, 나고 싶지 않는 곳에도 억지로 나서 살고 싶지 않는 삶을 살았는데, 이제는 그 입을 마음대로 돌리고 다니면서 삼계의 귀한 손님노릇을 한다.
360°의 지대(地帶)는 0°와 같은 지대이지만, 불청객이 되어 눈치보고 살아가는 인생과 귀객이 되어 대접받고 영향력을 미치는 인생과의 차이에는 360°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굴리어지느냐, 구르느냐. 그대들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가?
마장동 도살장에 가 보면 수 없는 소들이 ‘음매 음매’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리고 찾아온다. 제 발로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 새끼줄에 묶이어 매를 맞으며 찾아온다.
일평생 여물죽을 먹고 논과 밭을 쏘다니며 갖은 고통을 겪었던 소들이 이제 마지막 몸받칠 곳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소는 대담하게 매를 맞을 필요도 없이 제발로 걸어 들어가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죽지 않으려 몸부림 친다고 죽지 않는 것은 아닌데 ‘죽는 마음’ 그것 하나 때문에 공포의 눈물이 육신을 적신다.
이것이 0°의 가련한 인생이다. 시다림에 나아가 서기방광을 하고 하늘에 올라가 범천왕을 교화한 7현녀는 270°에 360°를 보낸 인생이다. 얼마만 있으면 그들은 나는 줄도 모르게 봄따라 나서 바람따라 자유자재로 오갈 것이기 때문이다.
崇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