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7. 배도와 배탁 형제의 선행(善行)

중국 당나라 때 배휴라는 유명한 정승이 있었다.

그는 쌍동이로 태어났다. 그것도 등이 맞붙은 기형아로 태어나자 부모가 칼로 등을 갈라 살이 많이 붙은 아이를 형으로, 살이 적게 붙은 아이를 동생으로 삼았다.

부모는 형과 동생의 이름을 ‘도’자로 짓되, 형의 이름은 ‘법도 도’로 하고 동생은 ‘헤아릴 탁’이라고 불렀다. 배휴는 어릴 때의 형인 배도가 장성한 다음 지은 이름이다.

어려서 부모를 여읜 배도와 배탁은 외삼촌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어느날 일행선사라는 밀교의 고승이 집으로 찾아와서 그들 형제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외삼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저 아이들은 누구입니까?”

“저의 생질들인데 부모가 일찍 죽어 제가 키우고 있습니다.”

“저 아이들을 내보내시오.”

“왜요?”

“저 아이들의 관상을 보아하니 앞은 거지상이요 뒤는 거적대기상입니다. 워낙 복이 없어 거지가 되지 않을 수 없고, 그냥 놓아두면 저 아이들로 말미암아 이웃이 가난해집니다. 그리고 저 아이들이 얻어먹는 신세가 되려면 이 집부터 망해야 하니, 애당초 그렇게 되기 전에 내보내십시오.”

“그렇지만 자기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내보냅니까?”

“사람은 자기의 복대로 살아야 하는 법! 마침내 이 집이 망한다면 저 애들의 업은 더욱 깊어질 것이오.”

방문 밖에서 외삼촌과 일행선사의 대화를 엿들은 배도는 선사가 돌아간 뒤 외삼촌께 말하였다.

“외삼촌, 저희 형제는 이 집을 떠나려고 합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가다니? 도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말이냐?

“아까 일행선사님과 나눈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 형제가 빌어먹을 팔자라면 일찍 빌어먹을 일이지, 외삼촌 집안까지 망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떠나겠습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자꾸만 만류하는 외삼촌을 뿌리치고 배탁과 함께 집을 나온 배도는 거지가 되어 하루하루를 구걸하며 살았다.

어느날 형제는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였다.

“우리가 이렇게 산다면,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의 혼령도 편안하지 못할 것이다. 산으로 들어가서 숯이나 구워 팔면서 공부도 하고 무술도 익히자.”

그들은 산속에 들어가 숯을 구웠고, 틈틈이 글읽기를 하고 검술도 익혔다. 그리고 넉넉하게 구워 남은 숯들을 다발다발 묶어 단정한 글씨로 쓴 편지와 함께 집집마다 나누어 주었다.

“이 숯이 저희들이 정성을 들여 구운 것입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마음놓고 쓰십시오.”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이렇게 꾸준히 숯을 보시하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던 마을 사람들도 감사하게 생각하였고, 마침내 숯이 도착할 시간이면 ‘양식에 보태라.’며 쌀을 대문밖에 내어놓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들 형제들은 먹을 만큼 이상의 양식은 절대로 가져가지 않았다.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침내 두 형제에 대한 소문은 온 고을로 퍼져나갔고, 그 소문을 듣고 외삼촌이 찾아와 ‘잠깐이라도 좋으니 집으로 들어가자’고 간청하였다. 그들이 집에 이르자 때마침 일행선사도 오셨는데, 배도를 보더니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얘야, 너 정승이 되겠구나.”

“스님, 언제는 저희 형제더러 빌어먹겠다고 하시더니, 오늘은 어찌 정승이 되겠다고 하십니까? 거짓말 마시오.”

“전날에는 너의 얼굴에 거지 팔자가 가득 붙었더니, 오늘은 정승의 심상이 보이는구나. 그동안 무슨 일을 하였느냐?”

배도와 배탁이 그동안의 일을 자세히 말씀드리자 일행 선사는 무릎을 치면서 기뻐하셨다.

“그러면 그렇지! 너희들의 마음가짐이 거지 팔자를 정승 팔자로 바꾸어 놓았구나.”

그 뒤 참으로 배도는 정승이 되었고, 동생 배탁은 대장군의 벼슬을 마다하고 황하강의 뱃사공이 되어 오가는 사람을 건네주며 고매하게 살았다고 한다.

내 업은 내가 기꺼이 받겠다는 자세로 살았던 배도와 배탁 형제.

가까운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가난한 이웃을 도운 선행이 거지 팔자를 정승 팔자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日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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