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순간에 집안이 몰락하여 거지가 된 이가 있었다.
보통 거지는 문전걸식하며 하루 끼니를 얻기 마련인데, 이 거지는 어떻게나 복이 없었던지 동냥을 다니면 밥을 얻기는커녕 몽둥이 찜질을 당하거나 개에게 물리기 일쑤였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남의 집 쓰레기 더미를 뒤져 먹을 것을 찾았다.
그렇게 기막히고 비참하게 살아가던 어느날,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그는 마을 뒷산으로 갔다. 밧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소나무 가지에 묶고 목을 매려는 순간, 갑자기 허공에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쓰레기 열 포대 먹을 업을 지은 놈이 어찌 세 포대밖에 먹지 않고 죽으려 하느냐!”
아직 일곱 포대의 쓰레기를 더 먹어야 하니 죽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환청과도 같은 허공의 소리에 거지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차피 열 포대를 먹어야 할 운명이라면 빨리 찾아먹자.”
그날부터 거지는 조금도 운명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남의 집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았다. 그런데 한 포대분을 채 찾아 먹기도 전에 거지는 우연히 만난 귀인의 도움을 받아 전처럼 잘 살게 되었다.
‘기꺼이 받겠다’는 자세가 한 포대도 다 찾아먹기 전에 나머지 일곱 포대의 업을 녹여버린 것이다.
아무리 현실이 괴롭더라도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참고 견디면 나쁜 업은 더 빨리 소멸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하여 과거의 나쁜 업이 다 녹아 죄가 없어지면 복이 생기고, 복이 깃들면 마음이 신령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日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