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空同兩 齊含萬象
하나의 공은 양단과 같아서
삼라만상을 함께 다 포함하여
不見精醜어니 寧有偏黨가
세밀하고 거칠음을 보지 못하거니
어찌 치우침이 있겠는가.
앞 구절에서 ‘하나의 공’이란 공공적적(空空寂寂)하여, 일체의 명상(名相)이 떨어져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공이 양단과 같으므로 일체 삼라만상 그대로가 중도 아님이 하나도 없읍니다. 돌 하나 풀 한 포기까지도 중도 아님이 없으므로, 사사무애(事事無碍)한 법계연기(法界緣起)의 차별이 벌어지게 되어서 삼라만상을 다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차멸이 벌어진다고 하니 어떤 실제의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면 큰일납니다. 삼라만상의 모든 차별이 벌어져 드러났다 하여도 거기에 세밀함과 거칠음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공이 곧 공이 아니며 공 아님이 곧 공이므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 지만, 여전히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산이라느니 물이라는 생각과, 산은 높고 물은 푸르다는 등 이러한 견해가 있으면, ‘한 가지 공이 양단과 같아서 삼라만상을 다 포함한다’는 뜻을 확실히 알지 못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쌍차쌍조(雙遮雙照)하여 차조동시(遮照同時)한 무장애법계에 있어서는 세밀함과 거칠음을 불 수 없읍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쪽으로 치우치고 편벽된 것을 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모든 상이 다 떨어져 원융무애하고 대자재한 것을 말한 것이지, 세밀함과 거칠음이나 편당(偏黨)을 가지고 하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누구든지 세밀함과 거칠음에 기우는 편당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하나의 공이 양단과 같아서 삼라만상을 다 포함한다’는 도리는 절대로 볼 수 없게 됩니다.
性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