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집] 제2편 2장 중도(中道)의 원리 02. 대승(大乘)불교 운동

대승경전이 성립되기 전에 소승경전이 많이 성립되었는데 그것은 이른바 부파(部派)불교라고 하는 것입니다.

부파불교시대에는 부처님의 중도 사상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순전히 유와 무, 곧, 양변의 유, 무사상을 가지고 싸움을 일삼았습니다. 어떤 파는 유를 가지고 부처님의 근본 사상이라고 하고, 어떤 파는 무를 가지고 부처님의 근본 사상이라고 주장하니 부처님의 근본 사상은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그들 각 파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편집할 때 자기들이 본 대로, 자기들의 주장대로 부처님 경전을 편집하였습니다. 결국 이것이 소승불교의 근본이 된 것입니다. 부처님의 중도사상이 오히려 망각되고 왜곡되어 버린 것입니
다.

대승경전보다 앞서 성립되었다는 팔리어로 쓰여진 소승경전은 유, 무에 입각해서 성립되었기 때문에 부처님의 근본사상을 완전히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에 성립된 대승경전은 전체가 중도사상에 입각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대승불교 사상을 이해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그것은 소승불교에서 발달된 사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근본사상이 아니라고 오해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뒤에 알고 보니 부처님의 근본 사상은 중도대승(中道大乘), 중도일승(中道一乘)에 있음이 입증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대승불교 사상은 부처님 사상을 그대로 전한 사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승불교 운동은 부처님의 근본불교 복구 운동이라고 합니다. 근본불교를 복구 시킨다 함은 부처님의 사상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본디의 말씀대로 돌아감을 뜻합니다.

대승불교가 근본불교의 복구 운동임을 밝히는 데에서 가장 앞선 선구자가 바로 용수보살입니다. 용수보살은 많은 저술을 내었는데, 현재 전해지는 것으로 <중론(中論)>과 <대지도론(大智度論)> 등이 있습니다. <대지도론> 100권은 그 사상을 자세하게 펼친 것이고 <중론>은 간략하게 요약한 것인데, 그 내용은 똑같습니다. 특히 <중론>은 내용이 요약되어 그 사상의 골수를 잘 드러내 보이는데 이름을 ‘중론’이라 한 까닭은 부처님의 근본 사상이 중도에 있음을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부처님의 근본 사상은 오직 중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파불교 시대에 불교가 잘못 전해져, 유다 무다, 생이다 멸이다 하면서 싸우기를 그치지 않으니 그러한 싸움을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도 부처님의 근본 사상인 중도를 바로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뜻에서 부처님의 근본 사상을 조직적으로 체계화해서 저술한 책이 바로 <중론>입니다.

용수보살은 부처님의 중도사상을 바로 세우고 널리 펼치기 위하여 참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대승불교에서 부처님의 근본 사상을 완전히 복구시킬 수가 있었으며, 그러한 사상이 지금까지 불교
를 지배해 오게 되었습니다. 이즈음에는 어떤 학자든지 대승불교가 근본불교 — 부처님의 근본 사상을 복구한 운동 — 이지 결코 뒤에 변질되거나 새롭게 발전시킨 사상이 아님을 총결론으로써 의심없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의심을 일으켜 의논이 분분하였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초전법륜에서 중도만을 말씀하셨지 진여(眞如)라거나 연기(緣起)라거나 법계(法界)라는 것은 말씀하시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초전법륜에서 중도를 말씀하시고 난 뒤에 <잡아함경>과 같은 조그만 경전이 편집되면서 중도를 여러가지로 설명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곧 그곳에서는 중도가 바로 진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여라고 하는 것은 절대입니다. 변동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여는 양변을 여윈 절대의 세계입니다. 동시에 진여는 법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진여법계(眞如法界)는 일체연기법(一切緣起法)에 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도, 진여, 법계, 연기 이 네 가지는 대승불교의 근본 골자로서, 이들을 빼버리면 대승불교의 사상은 존재할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초전법륜에서 다섯 비구에게 말씀하실 때는 간단히 중도라 하여 양 변을 버린 것이라고 말했지만, 뒤에 가서 부연하여 중도를 다양하게 설하셨습니다. 중도를 설명할 때에는 반드시 연기가 따라오
고, 법계가 따라오고, 진여가 따라갑니다. 그러므로 진여, 법계, 중도, 연기 이것을 버리고 불교를 찾으려 함은 마치 얼음 속에서 불을 찾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 중도라는 것이 과연 부처님께서 최초로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인도 사상에서 이미 있었던 것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인도 사상에 대하여 자세히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대에는 대개의 학자들이 그것은 부처님의 독창적인 깨달음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곧 부처님의 중도사상은 시대적 연관 위에서 성립된 것이지 부처님의 독창적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부처님 이전과 그 당시의 사상을 깊이 연구하고 살펴본 결과 부처님께서 선언하신 중도를 내용으로 하는 사상은 다른 데에서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 중도사상은 부처님의 새로운 발견이며 독창적인 새 출발이라고 학자들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도 사상을 총괄하여 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유심(唯心)사상이고, 다른 하나는 유물(唯物)사상입니다. 유심사상은 전변설(轉變說)로 되어 있고, 유물사상은 적집설(積集說)로 되어 있습니
다. 전변설은 수정주의(修定主義)로 나가고 적집설은 고행주의로 나가는데, 유심과 유물, 전변설과 적집설, 수정주의와 고행주의들이, 말하자면, 부처님 이전에 인도 사상을 통괄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유심도 유물도버리고, 전변론도 적집론도 버리고, 수정주의도 고행주의도 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실지로 수행하여 유심과 유물을 버려야만 중도를 정등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도사상은 부처님께서 최초로 깨달으신 새 발견인 동시에 불교만의 독창적인 사상인 것입니다.

性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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