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는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교리문답(敎理問答)>이라는 책을 최근에 재편집하였습니다.
<교리문답>은 천주교의 모든 교리의 기초가 되는 입문서로서, 처음에 천주교에 입문하는 사람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책입니다. 곧 이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익혀야만 신자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렇듯 중요한 책이 재편집되어 나왔는데, 그 첫머리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오래고도 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천지 만물(天地萬物)이 생겼고, 인류가 탄생하여 겨레와 나라를 이루었다.”
이 말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너무도 당연하여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천주교인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믿음의 근거가 되는 구약 성경에 적힌 바와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구약 성경의 첫머리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태초에 전지전능(全知全能)한 하나님이 계셨다. 하나님이 하늘이 있으라 하니 하늘이 있고 땅이 있으라 하니 땅이 있고… 사람을 만드셨다.”
이와 같이 천지 만물은 다 하나님이 만든 것으로 저절로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주장이 구약 성경의 출발점이요 근본을 이루는 사상 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구약 성경을 기반으로 하여 예수교는 형성되었고, 지금까지 그 맥을 이어 왔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동안 기반이 되어 온 그 근본 사상을 어느 날 갑자기 저들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그 대신 진화론의 태도를 취한 것입니다. 이것은 천주교로서는 실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까닭에서 갑자기 그들이 절대시하고 가장 신성시 해온 성경과 상충되는 내용의 말로써 <교리문답>의 첫머리를 삼게되었는지 생각해 봅시다. 그것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거의 같은
까닭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곧,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의 지혜가 향상됨에 따라 논리적으로 허술한 점이 많은 하나님의 우주 창조설이나 인간 창조설이 현대인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신화(神話)에 불과한 것이지 사실(事實)일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아닌 허구를 갖고서, 더구나 우주 과학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것은 종교적 믿음이 될 턱이 없습니다. 그것은 다만 강요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천주교인들은 이 신화를 완전히 포기하고 논리적인 사실에 입각한, 일대 전환을 선언한 것입니다. 원죄설(原罪設)이라든지 창조설(創造設)과 같은 중요한 교리를 논리적인 근거 아래 재해석하여 <교리문답>을 재편성하기에 이르른 것입니다. 1967년 3월 2일자 조선일보는 ‘현대의 옷을 입는 천주교’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의 천주교회에서만이 아니라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3년에 걸쳐 논쟁을 거듭하여 내린 결론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성서의 창조론에서부터 태도를 전환해야 현대인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으며, 더불어 천주교도 영원한 종교적 값어치를 지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천주교만이 변화한 것은 아닙니다.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천주교보다 보수적이라는 기독교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性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