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경우를 보면 좀더 구체적으로 기독교의 신관(神觀)의 변화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의 신학대학이 주최가 되어 신교, 구교를 막론하고 신부, 목사, 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기독교의 신관(神觀) 연구’라는 제목으로 토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토의된 내용이 1966년 11월
1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되었는데,그 기사 첫머리가 “오늘날 신은 새로운 도전과 시련 속에서 재창조 내지 재발견을 강요당하고 있다”로 시작하는, 당시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장인 서남동(徐南同)교수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은 ‘신은 죽지 않고 변모한다 – 거듭나지 않으면 매몰운명(埋沒運命)-‘이라는 표제가 붙여져 있는데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20세기 기독교는 갱신(更新)이냐, 혁명이냐의 기로(岐路)에 섰다… 기독교 무신론(無神論)의 급진적 신학자들에 의하면 ‘신은 죽었다.’는 것이다. 이천 년 동안의 기독교 초월신은 사라졌다. 신화적인 사고방식이나 형이상학적 사고방식을 떠나 역사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실재(實在)라고 하는 현대의 존재론(存在論)이 발전함에 따라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기독교 무신론의 신학자들은 성부(聖父)가 죽고 성자(聖子)로 나타났고, 다시 성자(聖子)는 죽고 성령(聖靈)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제는 신이 새로운 양태(樣態)로서 나타났다. 역사적 예수가 또 형태 변화를 해서 만인의 얼굴과 손으로 분신화신(分身化身)하는 성령이 되었다. 따라서 지금은 성령의 시대다. 성령의 시대는 새로운 휴머니즘의 시대가 된다… 현대는 우주시대다. 기독교는 과학 및 기계문명이 급속도로 발견해 온 현대에 적응하기 위해 형태 변화를 해야 한다. 이 새 환경에서 기독교가 거듭나지 아니하면 그것은 역사적 기록보관소의 종교목록대장에 매몰되고 말 것이다… 오늘의 급진적 신학자들은 기독교의 신약성경 약속이 카톨릭, 프로테스탄트에 다음가는 제3의 기독교로 성취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한번의 출애굽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기독교의 성경에 따르면 그들의 하나님 곧 신은 절대자이며 전지전능한 분입니다. 그리하여 기독교인은 인간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주관된다고 믿어 왔습니다. 이 믿음이 지금까지 기독교를 지탱해 온 기반입니다. 그러나 우주과학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성경에서 묘사하고 있는 신화적 신은 더 이상 절대자나 전지전능자로 용납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이론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신은 결코 그들의 정신적 지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일에 기독교가 옛날처럼 계속해서 신화적인 신만을 고집 한다면 기독교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한갓 기록으로나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신화적 신이 아닌 새로운 신을 재발견하거나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성령론(聖靈論)입니다. 성령론에 의하면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죽어서 없고 예수도 죽어서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록 그들이 죽고 없지만 그냥 없어진 것이 아니라 예수가 형태 변화를 해서 성령으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분신화신(分身化身)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 사람마다 다 성령이 있으니 이 성령 속에서 하나님을 찾자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물론 성령에 대해서는 기독교 내에서도 서로 다른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여기서는 절대적인 하나님 곧 초월신이 아닌, 인간에 내재한 내재신(內在神)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인간이 하나님이고 인간 속에 하나님의 절대성이 들어 있음을 말 합니다. 불교에서 모든 사람에게 다 불성(佛性)이 있다 하는 것과 통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러한 기독교 무신론을 주장하는 진보적, 급진적 신학자들에 대해 보수 교단의 목사들은 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극도로 발달된 오늘날에도 초월적인 신의 존재만을 계속 주장한다면 기독교는 언젠가는 이 현실 사회에서 파멸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에 현대인이 납득할 수 있는 하나님을 새롭게 인식하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출애굽을 해야 한다고 서 남동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애굽에서 압박 받던 유대 민족이 모세의 지도로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으로 탈출하였듯이, 오늘의 기독교도 새롭게 해석된 신을 재발견하고 기독교를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 원룡(姜元龍)목사라고 하면 종교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권위 있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분이 어느 잡지에 ‘과학 앞에 사라진 신(神)’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그 글에서 그는 “저 푸른 허공을 아무리 쳐다보고 쳐다보아도 거기에는 천당도 없고 하나님도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노인’이라고 표현하면서 성격에서 말씀한 하나님을 보려고 망원경을 설치해 놓고 눈을 닦고 보아도 보이지 않
더라는 것입니다. 과학의 발달에 따라 여러 가지 면에서 검토해 본 결과 신이 저 허공에는 없다는 것 만은 분명하니 거기에 대해서는 주장하지 말자고 하였습니다. 또 죽은 송장에게 매달리듯 사라진 신에 연연해 하지 말고 예수교의 나아갈 길을 달리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면서, 예를 들어 말하기를, 미국에서 신부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조사해 보니 90퍼센트 이상이 신에 대해 회의를 느껴 많은 이가 성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신부들은 그 전에는 하나님이 천당에 계시는 줄 알고 자신 있게 ‘하나님이 천당에 계시니 믿으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허구일 뿐,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신자들에게 믿음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 입니다.
강원룡 목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디서 하나님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예수가 한평생 남을 위해 살았듯이 남을 위하여 사는 정신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남을 위하여 노력하고 살면 그 사람은 바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며, 그것이 바로 천당이라고 그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와 같은 기독교의 변화는 비단 우리 나라에서만 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에서는 더욱 심각하여 현대가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로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일이 또 있습니다. 타임Time지가 ‘신은 죽었는가’하는 표제로 실은 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글은 ‘신은 없다’하여 무신론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타임지는 이 글을 발표하기 위하여 3년 동안 연구하였다고 합니다. 곧 그 동안 세계의 유명한 신학자들을 방문하여 많은 의견을 듣고 종합한 결과 신은 죽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그 기사는 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
의 글도 함께 실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신이 있고 없음은 인간의 차원을 떠난 문제인 만큼, 과학이니 철학이니 하면서 공연히 무신론(無神論)을 주장하지 말라. 우리들 인간은 무조건 신을 믿는 것이다.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믿는다고 말합니다.
어찌되었든 그 때에 타임지가 낸 그 특집기사의 지배적인 주장은 “하나님은 없다”는 내용이어서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우리나라 각 신문에도 그 내용이 소개되었고, 기독교 내에서도 ‘기독교 무신
론’이라는 부제를 붙여서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실을 떠난 절대 세계나 현실을 떠난 초월신은 실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를 떠난 절대 세계라든지 현실을 떠난 초월신을 주장하던 종교 사상은 점차로 그러한 논리를 버리고 교리를 다른 방향에서 새롭게 재 창조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 철학자인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말하여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기독교 사회에서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신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던 터라, 신이 완전히 죽어서 없어졌다는 그의 선언은 퍽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본디부터 없던 신을 있는 것으로 잘못 믿어 오다가 뒤늦게 없다는 사실을 알아 낸 것뿐인데, 마치 신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 듯한 그런 말은 사실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죽었다’는 말은 그 전에는 살아있었음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뒤늦게나마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았다면 그 전까지의 잘못된 믿음을 버리기만 하면 될 터인데 말 입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의 지혜가 발달하면서 신이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하였으며 신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새삼 “신은 죽었다”는 선언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사람의 지혜가 그러한 사실을 꿰뚫어볼 만큼 발달하기 전에는,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낸 가상(假想)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 신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해온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인간이 신을 창조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신을 그릴 때 사람 모양을 그린다고 합니다. 만약 개나 소에게 신을 그리라고 하면 개나 소 모양으로 그릴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말은 상당히 그럴듯한 이야깁니다. 결국 신은 없는 것인데 사람들이 쓸데없는 환상을 일으켜서 관념 속에서 신을 만들어 놓고 이런 저런 식으로 해석해서 혼란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이제 처음부터 없는 것인 줄을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거짓인 줄 알면서 거짓을 고집 한다면 그것은 실지로 파멸과 자살로 이끄는 행동일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종교든지 신을 전제로 하는 종교는 그 사상을 포기하고 다시 전환하여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할 것입니다.
性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