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보살본행경(佛說菩薩本行經)
불설보살본행경(佛說菩薩本行經) 상권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사문들이 몸과 마음이 게을러서 부지런히 정진하지 않음을 보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체로 게으름이란 것은 모든 행(行)의 폐단이다. 집에 있으면서 게으르면 옷과 음식이 공급되지 못하고 산업(産業)이 흥하지 않으며, 출가하여서 게으르면 능히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일들이 모두 정진(精進)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나니, 집에 있으면서 정진하면 옷과 음식이 풍요롭고 사업이 더 넓어져서 멀고 가까운 이가 칭찬하고 감탄하며, 출가하여서 정진하면 행하는 도(道)가 다 이루어진다.
37품(品)과 모든 선(禪), 삼매(三昧)와 도법(道法)의 고장(庫藏)을 구족하여 생사의 흐름을 끊어 니원(泥洹:열반)의 언덕에 이르러서 무위(無爲)의 안락을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해야 하니, 부지런히 닦는 것이 근본이 된다. 6도무극(度無極:波羅蜜)과 4등(等:無量心)과 4은(恩)과 여래의 10력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특이지법(不共特異之法)과 6신통(神通)과 3달(達)을 얻어서 일체지(一切智)를 이루려고 한다면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구족하고 국토를 엄정(嚴淨)하게 하고 중생을 교화해야 하니, 이런 것이 다 정진으로 말미암아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헤아릴 수 없는 겁에 5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이 있었는데, 큰 단(壇)을 차리고 큰 기를 세우고 북을 울려 영을 내려서 사문ㆍ바라문ㆍ빈궁한 걸인들에게 모두 은혜를 베풀었다. 5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이 각기 진귀한 보배와 코끼리ㆍ말ㆍ수레ㆍ의복ㆍ음식을 꺼내서 각각 궁핍한 바를 따라서 모두 다 주었다. 그 때 한 가난한 사람이 두루 모든 나라들을 돌아다니다가 이 나라에 이르러서 5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이 큰 단을 시설하고 궁핍한 이를 구휼하는 데 두루 일체를 남기고 아끼는 바 없이 구원함을 보고서 물었다.
‘그대들은 보시하여 짓는 공덕으로 어떠한 원을 구하는가?’
곧 대답하였다.
‘이 공덕으로 불도(佛道)를 구하려고 한다.’
가난한 사람이 또 물었다.
‘무엇을 불도라고 하며, 그 법이 어떠한가?’
장자의 아들들이 대답하였다.
‘대체로 불도라는 것은 나한(羅漢)과 벽지불(辟支佛)의 위를 지나서 삼계(三界)에서 가장 높으신 천상과 인간의 스승께서 한량없는 큰 사랑과 다함없는 큰 슬픔으로 널리 5도(道) 중생의 무리들을 가엾게 여기시기를, 마치 갓난아기처럼 여기시고, 일체를 교화하여 모두 선행(善行)을 하게 하시고, 중생들의 3도(塗)의 고통을 끊어 생사의 바다를 건너서 니원의 안락한 곳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부처라는 것은 모든 악이 영원히 다하고 모든 선이 두루 모여서 다시 여러 가지 번뇌[垢]가 없고 모든 욕심이 온통 멸하였으며, 6도무극을 다 모두 원만히 마치고 권도와 방편으로써 수시로 교화함이 끝이 없다.
10신력(神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기특지법(不共奇特之法)과 37품도법(品道法)의 고장(庫藏)이 있어서 다함이 없다.
몸은 자금색(紫金色)에 32상과 80종호며, 6통(通)이 맑게 사무쳐서 걸림이 없어서 앞으로 무궁함을 알고, 뒤로 무한함을 보며, 현재의 일도 알지 못하는 것이 없나니, 3달(達)로 멀리 비추면 10구(句)에 나타난다. 이와 같은 덕이 있으므로 부처라고 부른다.’
모든 장자의 아들들이 각각 부처님의 한량없는 덕행을 찬탄함이 모두 이와 같으니, 이 때 가난한 사람이 부처님의 공덕을 듣고 마음으로 스스로 ‘나도 이제 역시 이 원을 배우고 익혀서 일체를 널리 제도하려고 하지만, 빈궁함만 더하여서 재보가 없으니, 마땅히 무엇을 가지고 보시할 것인가?’라고 생각하였다.
또 스스로 ‘마땅히 내 몸뚱이를 가지고 보시를 하리라’라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한 후 문득 다니면서 꿀을 찾아 몸에 바르고 무덤 사이에 누워 원을 세워 말하였다.
‘이제 내가 몸으로써 일체를 베풀어 줄 것이니, 만약 살이나 머리나 눈이나 뇌수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내가 다 줄 것이다. 이 공덕으로 불도를 구하여서 널리 일체를 제도하리라.’
이러한 원을 세우고 나니 때에 응하여 삼천대천세계가 크게 진동하고 모든 하늘의 궁전이 기울고 솟고 꺼지고 하였다.
그 때 모든 하늘 사람들이 놀라서 달리고, 두려워하고 부끄럽게 여기니, 석제환인(釋提桓因)이 곧 천안(天眼)으로써 염부제를 보았는데, 보살이 무덤 사이에서 몸으로 보시하는 것이 보여서 곧 내려와서 시험하려고 뭇 개와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으로 변화하여 와서 먹으려고 하였다.
이에 보살이 개 떼와 모든 새들이 와서 그 몸뚱이를 먹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문득 기뻐서 물러서거나 흔들리는 뜻이 없었다. 이 때 천제(天帝)가 다시 제석의 몸을 회복하고서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심히 기특하여 미치기 어렵도다. 지은 공덕으로 어떠한 원을 구하려고 하는가? 천제인가, 범왕(梵王)인가, 전륜왕(轉輪王)인가?’
이에 보살이 문득 일어나서 대답하였다.
‘천제나 전륜성왕이나 마왕이나 범왕을 구하지 않으며, 또한 삼계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의 지극한 뜻은 불도를 구하려고 하는 것인데, 내가 이미 빈궁하여 재보를 지닌 것이 없기에 몸을 보시하여 불도를 구하여서 널리 일체의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제도하려는 것입니다.’
그 때 천제석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든 하늘들이 이구동음(異口同音)으로 칭찬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기특하여 미치기 어렵도다.’
그 때 천제석이 게송을 설하였다.
가장 수승한 도를 구하고자 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몸뚱이 버리기를 썩은 흙처럼 하니
나[我]라는 게 없음을 분명히 안 것일세.
재보로써 보시하는 것
이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네.
용맹이 이와 같은 자는
정진하여 빨리 부처가 되리.
이 때 천제석이 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큰 용맹정진은 미치기 어렵고 이는 5백 명의 보살이 보시하는 것을 훨씬 넘어서 위로 백천억 배, 헤아릴 수 없는 수의 갑절도 더 되니, 마땅히 5백 보살들보다 먼저 부처가 될 것이다.’
제석과 모든 하늘들이 하늘의 향과 꽃으로써 그의 위에 뿌리고 기뻐하면서 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가난한 사람은 지금의 나이고, 5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은 지금의 미륵(彌勒) 등 5백 보살이니라.
내가 정진을 용맹하게 한 까닭으로 모든 보살들이 지은 공덕을 초월하여서 먼저 성불하였나니, 정진하여 부지런히 닦음은 가히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보살의 보시함이 이와 같다.”
이에 아난과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고, 부처님께 절하고는 각각 정진하여 도행을 닦고 세웠다.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한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재물의 넉넉함이 헤아릴 수 없었고, 소유한 보배가 왕이 간직한 것보다 많았다.
이름은 마하남마(魔訶男摩)인데 사람됨이 인색하고 탐욕스러워 감히 입지도 먹지도 못하였으며 보시라는 것을 몰랐다.
나갈 때면 썩은 헌 수레를 탔으며, 풀을 엮어서 일산을 만들고, 낡은 헌 옷을 입었으며, 먹을 것이 많고 곡물이 줄지어도 일찍이 잘 먹어 본 적이 없었고, 식사할 때에는 문을 닫았다.
어느 때 병이 위독하여 마침내 죽었는데, 또한 아들이 없어 소유한 재물과 보배를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다 빼앗아 가니, 자신과 아내와 딸은 그 은혜를 입지 못하였다.
바사닉왕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보통 자리로 물러나 앉아서 세존께 여쭈었다.
“나라에 마하남마라는 거사가 있었는데 사람됨이 인색하고 탐욕스러워 보시를 즐겨 하지 않고, 입고 먹을 줄도 모르다가 이제 죽었는데 어느 갈래[道]에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노갈지옥(盧地獄) 가운데 떨어져 수천만 년 동안 많은 고통을 받다가 지옥에서 나오면 마땅히 아귀계(餓鬼界)에 떨어져서 주야로 굶주리고 목마름에 몸이 항상 불타고, 백천만 년 동안 일찍이 물과 곡식의 이름을 조금도 듣지 못할 것이다.”
왕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놀라서 머리털이 일어섰으며 슬피 울어서 목이 메어 스스로 이길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체로 지혜로운 자는 능히 인색함과 탐욕을 버리고 보시를 행하여서 현세에 도움을 얻고 후세에 복을 받는다.
옛날 과거 세상에 이 염부제에 큰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가나가발미(迦那迦跋彌)였다.
사람됨이 인자하였고, 염부제의 8만 4천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을 거느렸는데, 1만 명의 대신과 2만 명의 채녀와 1만 명의 부인을 두었으며, 백성이 흥성하였다.
그 때 화성(火星)의 운이 나타나서 태사(太史)가 점치니, 가뭄이 닥쳐서 비가 오지 않은 채로 12년을 지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태사가 왕에게 여쭈었다.
‘별의 운수가 변하여 나타나서 온 염부제가 12년 동안 가물어서 비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비가 오지 않는다면 오곡을 거두지 못하여 백성이 굶주리고 나라가 크게 황폐할 것이오니,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때 왕이 이를 듣고 크게 근심하여 곧 여러 신하에게 조칙을 내려 8만 4천 모든 작은 나라의 왕들을 불러서 다 모이게 하고, 모두 각기 백성의 수를 조사하여 상소하고, 또 곡식의 많고 적음을 조사하여 상소하라고 하였다. 남녀, 부귀, 빈천, 대소를 막론하고 사람을 계산하고 날을 계산하여 하루에 한 되의 곡식을 주고는 더 먹지 못하게 하였다.
여러 신하들과 모든 왕들이 모두 교지(敎旨)를 받고 각기 본국으로 돌아가서 조칙을 내린 대로 영을 베풀어서 모두 그와 같이 하였다.
이런 뒤로 하늘이 가물어서 비가 오지 않으니, 밭갈고 씨뿌리지 못하여 미곡이 없어지자, 백성이 굶주려서 죽는 자가 매우 많았다.
여러 신하들이 왕에게 굶어 죽는 백성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말하였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각국에 영을 선포하여서 인민들이 각각 10선(善)을 지니면 비록 다시 몸은 죽더라도 혼신은 천상에 태어나서 쾌락을 자연히 얻게 된다고 하라.’
모든 신하들이 교지를 받들고 각각 영을 내려서 백성들로 하여금 다 10선을 지니도록 하니, 죽는 자는 모두 천상에 태어났다.
그 때 어떤 한 사람이 총명하고 지혜롭고 단정하여 견줄 데가 없었는데, 비사가(比舍家)의 어미가 아이와 함께 정을 통하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이 이것을 보고는 마음이 좋지 않아서 속으로 생각하였다.
‘비록 사람의 몸을 얻었으나 축생의 짓을 하는구나. 색욕에 미혹되어서 자식이 어미를 모르고, 어미가 자식을 몰라서 상하가 전도되어 서로 분별하지 못하니, 생사의 가운데 심히 크게 두려울 만하다.’
곧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산택(山澤)에 이르러서 좌선하여 생각하였다.
‘우치(愚癡)ㆍ탐음(貪)ㆍ진에(瞋恚)가 있음을 말미암아서 여러 가지 행을 하기에 이르고, 문득 5도(道)에서 생사의 여러 고통을 받나니, 만약 3독(毒)이 없으면 모든 행이 없을 것이니, 모든 행이 이미 멸한다면 몸을 받지 않을 것이며, 이미 몸이 없다면 여러 가지 괴로움이 사라질 것이다.’
생각이 이와 같이 되자 확연히 뜻이 풀리고 모든 욕심이 영영 다하여서 즉시 문득 벽지불의 도를 얻었고, 6신통이 맑고 투철하여 걸리는 바가 없었다.
문득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마땅히 무엇을 누구에게서 받아서 먹을 것인가. 염부제의 모든 백성들이 모두 다 굶주려서 먹을 것을 얻을 수 없음을 보고 오직 마땅히 대왕 가나가발미(迦那迦跋彌)의 처소로 가서 먹을 것을 빌리라.’
곧 날아서 대왕의 궁 안에 이르러서 왕에게 음식을 구걸하니 왕이 말하였다.
‘내 음식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것은 오늘이면 다할 것이다.’
왕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제 내가 스스로 먹더라도 반드시 죽을 것이며, 만약 내가 먹지 않더라도 반드시 죽을 것이다. 지금 만나기 어려운 신인(神人)을 만났으니, 내가 차라리 먹지 않고 이 수행자[快士:시원하게 세상을 벗어난 이]에게 대접하리라.’
자신이 먹을 것으로 곧 이 벽지불에게 대접하니, 벽지불이 먹고 나서 속으로 생각하였다.
‘지금 이제 이 대왕이 베푸는 것은 미치기 어려운 것이로다. 마땅히 이 왕으로 하여금 더욱 기쁘게 하리라.’
곧 왕 앞에서 허공으로 올라가 날아서 변화하되, 동쪽으로 올라서 서쪽으로 없어지고, 서쪽으로 올라서 동쪽으로 없어지며, 남쪽으로 올라서 북쪽으로 없어지고, 북쪽으로 올라서 남쪽으로 없어지며, 위쪽 방향으로 올라서 아래 방향으로 사라지고, 아래 방향으로 올라서 위쪽 방향으로 사라지며, 허공을 다닐 때에는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몸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몸 아래로 물을 내고 몸 위로 불을 내었다.
스스로 한 몸을 나누어서 백 개를 만들고 천 개를 만들고 만 개를 만들고 나아가 수없이 만들었다가 수없는 몸을 다시 합하여 하나로 만들었다. 변화를 나타내기를 마치고 허공에서 내려와서 왕 앞에 머물러서 말하였다.
‘대왕이 지금 베푼 것은 실로 미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어떤 원을 구하고자 합니까? 반드시 왕에게 그것을 주겠습니다.’
왕과 여러 신하들과 부인과 채녀(女)들이 다 크게 기뻐서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고 벽지불의 발에 절하고 원하는 것을 말하였다.
‘지금 우리 나라의 백성이 굶주려서 위급한 지경에 이르러 목숨이 조석에 달렸습니다. 지금 내가 이 최후의 음식으로 당신에게 베푼 이 공덕으로 우리 나라의 기근(飢饉)을 없애 주십시오. 오직 이 원만을 구합니다.’
그러자 벽지불이 곧 왕에게 “마땅히 그 원하는 바와 같이 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하고는 문득 날아가 버렸다.
때를 응하여 사방에서 문득 구름이 일어나서 허공에서 합쳐지더니 곧 큰 바람이 일어 땅의 깨끗하지 않은 것을 불어서 티끌과 더러운 똥은 제거하여 모두 변화하여 없어지게 하고, 문득 비가 내려 자연히 온갖 맛의 음식이 염부제에 두루하였으며, 다시 오곡이 쏟아지고, 다음에 의복이 쏟아지고, 다음에 7보가 쏟아져서 염부제 안에 8만 4천 모든 왕과 신민들이 다 크게 기뻐하였다.
왕이 여러 신하에게 조서를 내려 8만 4천 모든 왕에게 영을 내렸다.
‘각기 다스리는 일체 백성에게 모두 10선을 지니게 하라.’
염부제에 오곡이 풍성하고 인민들이 기뻐서 10선을 행하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향함이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고, 형과 같고, 아우와 같았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 천상에 태어났고, 3악도(惡道)에 떨어지는 자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가나가발미라는 바로 나였느니라. 내가 그 때 곧 한 끼니의 밥으로 벽지불을 대접하여 현세에 복과 공덕을 얻음이 이와 같았고, 이 공덕으로 인하여 스스로 성불하여서 일체 중생 가운데 모든 굶주리고 목마르고 고뇌하는 자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하여 안온하고 쾌락하게 하며, 무위(無爲)에 이르게 하였다.”
그 때 모든 제자들과 제왕과 신민들이 다 크게 기뻐하였다.
세존께서 거듭 왕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이 인색함에 얽매이고 인색함으로 덮여서 보시를 알지 못하는데, 그 과보를 얻음이 헤아릴 수 없다.
스스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예전 과거 세상에 이 염부제에 불류사(不流沙)라는 성이 있었는데, 왕의 이름은 파단녕(婆檀寧)이었으며, 그 부인은 발마갈제(跋摩竭提)였다.
그 때 나라에 곡식이 귀하여 인민이 굶주렸고, 게다가 전염병이 있었다.
왕도 역시 병들었는데, 부인이 스스로 나가서 하늘에 제사하였다.
길가에 한 채의 집이 있었는데, 남편이 출타하고 없을 때에 아내가 아기를 낳았고, 또 계집종이 없어서 산후에 주리고 허기지게 되었지만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게 되었으므로 아내가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제 죽음이 닥쳐 왔는데도 다시 무슨 도리가 없으니 마땅히 저 어린 것을 먹어서 목숨을 구해야겠다.’
곧 칼을 가지고 아기를 죽이려고 하니 마음이 비감해져서 소리를 높여서 크게 울었다.
그 때 왕의 부인이 궁중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이 여인의 슬픈 울음소리가 애절함을 느끼고 마음이 아파서 가서 들어 보니, 이 여인이 마침 칼을 들어서 그 자식을 죽이려고 하다가 곧 스스로 ‘어떻게 차마 제 자식의 살을 먹을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한 후 곧 다시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부인이 문득 그 집으로 들어가서 물었다.
‘무엇 때문에 우는 것이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여인이 대답하였다.
‘밥을 먹지 못한 데다가 산후에 몸이 배나 허약해져서 스스로 아기를 죽여서 목숨을 건지는 데 쓰려고 합니다.’
부인이 듣고는 가엾게 여겨 말하였다.
‘자식을 죽이지 말라. 내가 궁중으로 가서 반드시 먹을 것을 보내리라.’
여인이 대답하였다.
‘부인은 존귀하신지라 더딜 수도 있고 혹은 잊어버리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목숨이 붙어서 호흡할 동안 때를 넘기지 못할 것이니, 스스로 자식을 먹고 목숨을 건지는 것만 못합니다.’
부인이 물었다.
‘다른 살을 얻어서 먹으면 되지 않겠나?’
여인이 대답하였다.
‘과연 목숨만 건질 수 있다면 좋고 나쁨을 묻지 않겠습니다.’
이에 부인이 곧 칼을 가지고 스스로 그 젖을 베려고 서원하여 말하였다.
‘지금 내가 젖으로써 보시하여 이 위급함을 구제하는 것은 전륜성왕이나 천제나 마왕이나 범왕이 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이 공덕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無上正眞之道]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곧 젖통을 이 부인에게 주려고 마침 칼을 잡아 한쪽 젖을 베니 그 때 삼천대천세계가 크게 진동하고 모든 하늘의 궁전이 다 흔들렸다.
그 때 천제석이 천안으로 살펴보니 부인이 스스로 그 젖을 베어서 위급함을 구제하는 것이 보였다. 이 때 천제석과 수없는 하늘들이 즉시 내려와서 허공에 머물러서 모두 슬피 우니 눈물이 비오듯 하였다.
이 때 천제가 부인 앞에 머물러서 물었다.
‘그대가 지금 보시하는 바는 매우 미치기 어렵나니, 무슨 원을 구하는가?’
부인이 대답하였다.
‘이 공덕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여서 일체 중생의 고통과 재앙을 구제하려는 것입니다.’
천제가 또 물었다.
‘그대가 이러한 원을 구한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하겠나?’
이에 부인이 곧 서원을 세워서 말하였다.
‘이제 제가 보시한 공덕으로 과연 정각(正覺)을 이루려고 함이 틀림없다면 나의 젖이 얼마 안 있어 마땅히 회복되어 이전과 같을 것입니다.’
그 젖이 곧 전과 같이 회복되었다.
천제가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는 오래지 않아서 성불하리라.’
모든 하늘들이 기뻐하여 곧 모양을 나타내어서 부인을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보시한 것에 대해 뉘우침과 아픔이 없었는가?’
부인이 대답하였다.
‘저는 뉘우치고 한탄하지 않았으며, 아프다고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하늘이 또 물었다.
‘만약 뉘우침이 없었다면 그것을 무엇으로 증명하겠나?’
이에 부인이 문득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보시하는 것으로 불도를 구하여서 뉘우침이 없었을진댄 내 여자의 몸을 변화해서 남자가 되게 하여지이다.’
서원을 세우고 나니 곧 여자의 몸이 변하여서 남자로 되었다.
모든 천신(天神)이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가 소원하는 대로 오래지 않아서 성불하리라.’
왕과 신민들이 그 기특함을 경탄하였으며, 기쁨이 한량없었다.
이 때 나라에 모든 병이 없어지고 곡식이 풍족하여 천하게 여길 정도였으며, 인민이 모두 안락하였다.
도리어 뒤에 국왕이 사망하자 여러 신하들이 함께 다시 왕을 세울 일을 상의할 때 천제석이 내려와서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발마갈제가 몸이 변하여서 남자가 되었고, 더구나 복덕이 있으니, 마땅히 왕이 될 만하다.’
모든 신하들이 기뻐하며 곧 절하고 왕을 삼으니, 인민들은 번영하고 나라가 드디어 융성하였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발마갈제는 지금의 나이다. 내가 그 때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보시함이 이와 같았기에 현세에 과보를 얻어서 곧 그 몸이 남자로 변하였고, 왕위를 이었으며, 이 공덕으로 인해서 이제 부처를 이루어서 널리 일체를 구제하느니라. 보살이 단바라밀(檀波羅蜜:보시바라밀)을 행하매 그 용맹이 이와 같았다.”
모든 제자들과 국왕과 신민들이 다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절하고 돌아갔다.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성안에 한 명의 바라문이 있었는데 성밖에 제사의 단을 세우고 음식을 베풀어서 모든 바라문을 청하여 제사를 지내고는 성으로 돌아왔다.
그 때 부처님께서 성에 들어오셔서 걸식하는데 도중에서 부처님의 빛나신 상호의 거룩함을 보고 기뻐 뛰면서 부처님 주위를 한 바퀴 돌고는 절을 하고 갔다. 그 때 부처님께서 문득 웃으시니, 광명이 입에서 나와서 두루 시방을 비추어서 위로는 삼십삼천에 이르고, 아래로는 대지옥과 모든 축생과 금수와 모든 아귀들과 5도(道)의 경계에 이르러 광명을 입지 않음이 없었으니, 병자가 모두 나았고 뇌옥(牢獄)에 매여 갇혔던 것이 다 풀려났으며, 모든 하늘의 인민들이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한없이 기뻐하면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약간의 꽃과 향으로써 세존께 공양하였다.
아난이 꿇어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늘 세존께서 기쁘게 웃으심이 이와 같으시니, 부디 웃으신 뜻을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바라문이 부처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을 보았느냐?”
“그렇습니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바라문이 부처를 보고 기뻐하면서 청정하고 공경한 뜻으로 부처의 주위를 한 번 돌았는데, 이 공덕으로써 이 뒤로 25겁 동안 3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는 곳마다 쾌락이 무궁하며, 25겁을 마치면 마땅히 벽지불이 되어서 이름을 특친나기리(特櫬那祇梨)라 하리라.”
아난과 일체 대중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마음이 청정해져서 수다원(須陀洹)ㆍ사다함(斯陀含)ㆍ아나함(阿那含)ㆍ아라한(阿羅漢)을 얻는 자도 있었으며, 혹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일으키는 자도 있었다.
무리들이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서 갔다.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단라연국(鬱桃延國)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1천2백50명의 사문들과 함께 마을에 이르시니, 여래의 색상(色相)이 32상 80종호며, 광명이 밝게 천지를 비추어 크게 밝지 않음이 없었으니, 마치 보름달이 별 가운데에서 특별히 밝은 것과 같았다.
그 때 날씨가 몹시 더워서 시원한 그늘이 없었는데, 마침 양을 치는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빛나신 상호를 보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는 삼계의 스승이시거늘 이 뜨거운 열기를 무릅쓰고 걸어가시는데 서늘한 그늘이 없구나.’
곧 풀을 엮어서 일산을 만들어 가지고 부처님 위를 덮어서 잡으면서 부처님을 따라가다가 양에게서 멀리 떨어진 것을 알고 일산을 땅에 던지고 양의 곁으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 문득 미소지으시니, 금빛 광명이 입 속에서 수천만 갈래로 나왔는데, 갈래마다 백천만 광명이 나와서 시방을 두루 비치니, 위로 33천에 이르고, 아래로 18지옥과 금수와 아귀에 이르러 크게 밝아지지 않음이 없었다.
삼계의 천인들이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때에 응하여 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니, 일체 인민과 모든 용과 아수륜(阿修倫:아수라) 등 무수한 무리들이 모여서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향과 꽃과 기악으로 여래께 공양하였다.
아난이 꿇어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공연히 웃지 않으시니 부디 그 뜻을 말씀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저 양을 치는 사람을 보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러합니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양을 치는 사람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풀로 만든 일산을 부처의 위에 덮었으니, 이 공덕으로 13겁 동안 천상과 세간에서 존귀한 곳에 태어날 것이고, 항상 자연히 7보로 된 일산이 그 위를 덮을 것이다.
목숨을 마친 뒤에도 3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으며, 13겁을 마치면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벽지불을 이루어 이름을 아뇩바달(阿耨婆達)이라고 할 것이다.”
일체 대중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혹 도적(道迹)ㆍ왕래(往來)ㆍ불환(不還)ㆍ무착(無著)의 증과를 얻었고 벽지불을 이루기도 하였으며, 혹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키기도 하였고, 퇴전하지 않는 지위[不退轉地]에 서게 된 자도 있었다.
무리들이 기뻐서 부처님께 절하고 갔다.
5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의 높은 제자인 사리불(舍利弗)이 주야 여섯 때[時]를 항상 도안(道眼)으로써 중생을 관찰하고 반드시 제도해야 할 이가 있으면 문득 가서 제도하였다.
왕 바사닉(波斯匿)에게 사질(師質)이라는 대신이 있어 재물이 풍부하여 한량없었는데, 때에 응하여 제도되었다.
그 때 사리불이 다음날 새벽에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집에 이르러 밥을 구걸하였다.
이에 사질이 보고 곧 절을 하면서 안부를 여쭙고 들어오도록 청해서 자리에 앉게 한 후 음식을 대접하였다.
이 때 사리불이 식사를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고서 경법(經法)을 설하였다.
“부귀와 영록(榮祿)은 여러 고통의 근본이요, 가정의 은애(恩愛) 속에 있는 것은 마치 감옥 속과 같으며, 일체의 소유가 모두 다 항상함이 아니요, 삼계의 존귀함도 마치 허깨비와 같다. 5(道)에서 나고 죽으면서 몸의 형체를 점차로 바꾸니 나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사질이 법을 듣고 마음과 뜻이 두려워 영화와 존귀함을 사모하지 않고, 은혜와 애정을 좋아하지 않으며, 거처하는 집을 무덤처럼 여기고 문득 세간 전부를 다 그 아우에게 주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깊은 산에 들어가서 좌선하고 도를 행하였다.
그 아내가 근심하면서 전남편을 생각하고 현남편에게 순종하지 않으니, 현남편이 물었다.
“집에 재산과 보배가 매우 많은데 무엇이 부족해서 항상 근심하고 즐거워하지 않는가?”
아내가 대답하였다.
“전남편을 생각하니 근심이 됩니다.”
남편이 또 물었다.
“그대가 이제 나와 함께 부부가 되었거늘 어째서 밤낮으로 전남편을 생각하는가?”
아내가 또 대답하였다.
“전남편은 마음이 비할 데 없이 좋았으므로 자꾸 생각이 납니다.”
아우가 형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형이 돌아와서 다시 그 세간을 빼앗을까 두려워하여 도적의 괴수에게 5백의 금전을 주면서 저 사문의 머리를 베어 오라고 말하였다.
도적의 괴수가 돈을 받고 산중에 이르러 저 사문을 만나니, 사문이 말하였다.
“나는 오직 해진 옷뿐이고 재산이 없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왔는가?”
도적이 대답하였다.
“그대의 아우가 나를 고용하여 너를 죽이라고 하였다.”
사문이 무서워하면서 도적에게 말하였다.
“내가 새로 도인이 되어서 아직 부처님을 뵙지 못했고 도법(道法)을 알지 못하였으니, 나를 죽이지 말라. 모름지기 내가 부처님을 뵙고 조금이라도 경법(經法)을 알았을 때 나를 죽여도 늦지 않으리라.”
도적이 말하였다.
“지금 반드시 그대를 죽여야지 그만둘 수 없소.”
사문이 곧 한 팔을 쳐들면서 도적에게 말하였다.
“이 한 팔을 자르고 나의 쇠잔한 목숨을 유지해서 부처님을 뵐 수 있게 해주시오.”
그 때 도적이 그 한 팔을 잘라서 아우에게 갖다 주었다.
이에 사문이 부처님을 뵙고 절하고 물러나 앉으니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여 주셨다.
“네가 헤아릴 수 없는 구원(久遠)한 겁 이래로 머리와 손과 다리를 베어서 흘러 내린 피가 사대해의 물보다도 많았고, 몸뚱이의 뼈를 쌓는다면 수미산 보다도 높을 것이며, 흘린 한 눈물이 사해보다 많았으며, 먹은 어버이의 젖이 강과 바다보다 많았다.
네가 수없는 겁으로부터 다만 지금뿐 아니라 모든 존재[有]의 몸이 다 온갖 고통을 받았다. 모든 고통이 다 습(習)으로부터 생기나니, 은애(恩愛)를 익힘으로 말미암아서 이 여러 가지 괴로움이 있나니 어리석음과 애욕이 이미 끊어지면 여러 가지 행을 익히지 않으며, 여러 가지 행을 익히지 않으면 몸이 없으며, 이미 몸뚱이가 없다면 여러 가지 고통이 없을 것이다. 오직 마땅히 여덟 가지 바른 도[八正之道]만을 생각해야 한다.”
이에 사문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활연(豁然)히 뜻이 풀리어서 곧 부처님 앞에서 아라한 도를 얻고 문득 신명을 놓아 버리고 반열반(般涅槃)하였다.
도적이 베어 가지고 와서 아우에게 준 그 팔을, 아우가 형수 앞에 놓고 말하였다.
“항상 전남편을 생각하였으니, 이것이 그 팔이오.”
그 형수가 슬피 울다가 목이 메어 왕에게로 가서 여쭈었다.
왕이 조사해 보니 사실과 다름없는지라 그 아우를 죽였다.
모든 비구들이 의심이 생겨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사문이 전세에 어떠한 나쁜 짓을 했기에 이제 팔을 잘리었으며, 어떠한 덕을 닦았기에 이제 세존을 만나서 아라한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 과거 세상에 바라나국(波羅奈國)에 왕이 있었는데, 그 때 왕의 이름은 바라달(婆羅達)이었다. 나가서 유람하고 사냥하며 달리는 짐승을 쫓아가다가 잘못하여 길을 잃고 나갈 곳을 모르는데 초목이 하늘에 닿은 듯하고, 다른 도리가 없어서 나갈 길이 큰 걱정이었다.
드디어 다시 앞으로 가다가 한 벽지불을 보고 왕이 그에게 물었다.
‘잘못하여 길을 잃었는데 어디로 가야 나갈 수 있는가? 군사와 말과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그 때 벽지불의 팔에 악성 종기가 있어서 능히 손을 들 수 없었으므로 다리로 그 길을 가리키니 왕이 문득 화를 내었다.
‘이는 내 백성인데 나를 보고도 일어나지 않고 도리어 그 다리로 내게 길을 가리키는구나.’
왕이 문득 칼을 꺼내서 그의 팔을 베었다.
그 때 벽지불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왕이 만약 스스로 뉘우치고 책망하지 않고 간다면 반드시 중죄를 받아서 벗어날 기약이 없을 것이다.’
이에 벽지불이 곧 왕 앞에서 날아서 허공에 올라가 신족으로 변화를 나타내니, 그 때 왕이 이를 보고 몸뚱이를 땅에 던지고 큰 소리로 울면서 허물을 뉘우치고 스스로 사과하였다.
‘벽지불이여, 부디 내려오셔서 저의 참회를 받으십시오.’
그 때 벽지불이 곧 내려와서 그의 참회를 받으니, 왕이 머리를 조아려 벽지불의 발에 절하면서 스스로 말하였다.
‘오직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참회를 받으시고 부디 제가 오랫동안 고통을 받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 때 벽지불이 문득 신명을 놓아 버리고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드니, 왕이 거두고 취하여 탑을 세우고 꽃과 향으로 공양하면서 항상 탑 앞에서 참회 하면서 제도되고 해탈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그 때 왕이었던 자가 바로 이 사문인데 벽지불의 팔을 잘랐기 때문에 5백세 동안 항상 팔이 잘리어 죽어서 오늘에 이르렀고, 참회했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지혜가 열리었으며, 도탈(度脫)을 얻어서 아라한 도를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재앙과 복은 마침내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놀라고 무서워하지 않음이 없었으며, 머리를 조아려서 절하였다.
6
예전에 부처님께서 아뇩달지(阿耨達池)에 계실 때에 5백 명의 아라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각각 스스로 지난 세상에 지은 행[宿行]으로 이제 도를 이루게 된 것을 말하라.”
그 때 모든 아라한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서 각각 스스로 숙세에 지은 공덕을 말하였다.
이 때 파다갈리(婆多竭梨)라는 아라한이 스스로 말하였다.
“지난 세상의 헤아릴 수 없는 겁에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명호는 정광(定光)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明行成)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였습니다.
크게 자비로우시고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일체를 도우시니 중생에게 큰 의지가 되셨습니다.
세간에 출현하시어 인간과 천상을 교화하여 다 성도하게 하시고 멸도(滅度)하시니, 그 사리를 분포(分布)하여 탑묘(塔廟)를 일으켰습니다. 법이 끝나려 할 때에 저는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방도와 직업이 없어서 궁하 여 땔나무를 하다가 멀리 대택(大澤) 가운데 있는 탑사(塔寺)가 매우 높은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이것을 보니 마음이 기뻐 뛰고 헤아리기가 어려워서 곧 그 탑으로 가서 그 형상을 보고 기뻐서 절을 하였습니다.
모든 여우와 이리와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들이 그 속에 갇혀서 자고, 초목과 가시덤불의 청정하지 못한 부정한 것이 가득할 뿐, 멀리 사람이 다닌 자취가 끊어져서 공양하는 자가 없는 것을 보고 제가 마음이 슬펐습니다.
여래의 위신과 공덕의 법은 깨달아 알지 못했지만 다만 기뻐하면서 초목을 베고 부정한 것을 쓸어 냈습니다. 탑을 청소하고 나서 일심으로 기뻐하면서 여덟 번을 돌고 합장하고 절하고 갔습니다.
이 공덕으로 목숨이 다한 뒤에 제15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고, 여러 가지 이름 있는 보배로 궁전을 만드니, 광명이 황홀하여 모든 하늘 중에서도 특히 높아서 가히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그 천상의 수명이 다하여 다시 백 번 반복하여 전륜성왕이 되니, 7보가 자연히 풍족하였고, 4역(域)을 맡아서 다스렸으며, 또 그 수명을 마치면 항상 국왕이나 대성(大姓)ㆍ장자(長者)의 집에 태어나서 재산이 넉넉하여 헤아릴 수가 없었고, 용모가 수승하고 미묘하여 비할 데 없었으므로 사람이 보면 기뻐하면서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다닐 때에는 길이 저절로 깨끗해졌고, 허공에서 여러 가지 꽃비가 내렸는데, 이러한 공경이 나는 곳마다 자연스러웠습니다.
1아승기 90겁 동안 유전하면서 항상 천상과 인간 중에 태어나 존귀함과 영화와 호귀(豪貴)를 봉하여 받았으며, 자연히 3악도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일을 생각해도 크게 스스로 아름답고 기이합니다.
이제 제가 최후의 복과 원이 가득하여 석사(釋師)ㆍ삼계의 영웅을 만났으며, 존귀한 법에 들어와서 문득 사문이 되어 6신통이 맑고 투철해서 모르는 것이 없고, 모든 욕심을 영원히 다하여서 아라한을 이루니, 다시는 번뇌의 열이 없어서 시원하여 더움이 없으며, 마음이 청정하여 크게 편안함을 얻었습니다.
만약 능히 부처님ㆍ법ㆍ여러 스님들께 터럭만큼이라도 선한 일을 했다면 태어나는 곳에 그 과보를 받음이 커서 다함이 없는 줄로 압니다.
스스로 예전에 지은 덕행을 생각해 보니 과보의 응함이 이와 같습니다.”
파다갈리가 부처님 앞에서 스스로 숙세의 행을 설하고는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가 한쪽에 머물렀다.
예전에 부처님께서 비로소 도를 얻으시고 생각하셨다.
‘중생이 어리석어서 견해가 뒤바뀌었고, 게다가 억세어서 교화하기 어려우니, 내가 설령 법을 설한다고 해도 누가 즐겨서 믿고 받을 것인가. 또한 와서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자도 없으니, 반열반을 취하는 것만 못하겠구나.’
범천이 부처님의 뜻이 열반을 취하려고 하는 것임을 알고 곧 수없는 범천의 무리들과 더불어 사람이 팔을 오무렸다가 펼 만한 동안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머리를 조아려서 절하고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고는 꿇어앉아서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삼계의 중생이 눈멀어 어두운 지 매우 오래 되었는데 큰 성인께서 출현하셨습니다. 오직 세존이시여, 부디 대자대비와 한량없이 큰 애처로움으로 저희의 청을 받아들이시고, 반드시 저희의 청을 받아들이셔서 법장(法藏)을 열어 연설하여 지혜의 광명을 베푸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은 깨닫기 어렵고 미혹하고 견해가 뒤바뀌어서 내가 설사 그들을 위하여서 경법(經法)을 설한다 해도 누가 즐겨 믿고 받을 것인가? 내가 일찍 니원(泥洹)을 취하는 것만 못하리라.”
이에 범천이 거듭 간청하였다.
“삼계의 중생이 오래 깊은 어둠에 있다가 억백천 겁 만에야 부처님을 만나는 것은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花)가 때가 되어야 피는 것처럼 부처님 또한 만나기 어려우니, 부디 여래께서 거듭 크게 가엾이 여기시어 어리석음이 열리도록 경법을 설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옛날에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신명과 머리와 눈과 뇌수와 살과 뼈와 피와 나라의 성과 처자 등을 놓아 버리시면서 일체에 보시하고, 중생을 위하시기 때문에 ‘반드시 중생을 위하여서 큰 광명이 되리라’라는 큰 서원을 세웠다. 과거 한량없는 겁에 염부제에 큰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도사나사리(度闍那謝梨)였으며, 인자하고 용맹하며 단정함이 제일이었다. 8만 4천의 나라를 맡아서 다스리니, 그 나라가 풍성하고 인민이 안락하였다.
그 때 국왕이 정전(政殿)에 앉아서 스스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무릇 사람이 세상에서 존귀하고 영화로우며, 호귀(豪貴)와 부락(富樂)이 자연스러운 것은 다 지난 세상에서 여러 가지 선행을 베풀고 지혜를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지금 자연스럽게 된 것이다.
이미 자연스러움을 얻었으나 색욕(色欲)에 미혹되어서 항상하지 않음을 생각하지 않고, 다시 내세의 복을 이을 줄 모른다면, 마치 축생이 배부르게 먹고 종일 마음을 쓰는 바가 없는 것과 같으니, 무릇 지혜로운 자는 반드시 지혜와 정법(正法)을 닦아 익혀서 날마다 이익이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문득 곁의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 중 지혜로운 자를 청하여서 나를 위하여 법을 설하게 하라. 내가 이를 듣고자 하노라.”
여러 신하들이 명령을 받고 사방의 모든 나라로 사신을 보내어서 총명하고 크게 지혜로운 자를 청하도록 명하였다.
그 때 한 명의 바라문이 있었는데 학문이 넓고 지혜가 제일이었다. 와서 왕명에 응하니 여러 신하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어떤 바라문이 총명하고 널리 통달하였는데 와서 문 밖에 있습니다.”
왕이 듣고 기뻐서 곧 나아가 맞이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보좌(寶座)를 베풀고 맛난 성찬을 대접하였다.
음식을 먹은 후 씻고 양치하고서 왕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오랫동안 덕이 있으심을 들었기 때문에 멀리서도 존경하였습니다. 부디 큰 신선[大仙]께서는 경법을 설하여 주십시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내가 배운 이래로 해마다 부지런함과 고통으로 쌓았거늘 대왕은 어찌 곧바로 들으려고 하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나라의 성과 진보(珍寶)가 필요하시다면 뜻대로 요구하는 바를 마땅히 드리오리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내게 진보와 나라의 성과 처자와 상마(象馬)가 소용없으니, 대왕이 만약 능히 그 몸뚱이의 살을 도려내어 천 개의 등불을 켠다면, 만약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마땅히 법을 설하려니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경법을 듣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왕은 스스로 ‘수없는 겁을 내려오면서 몸뚱이를 상실한 것이 일찍이 법을 위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 법을 위해서 몸으로 등불을 삼는다면 매우 유쾌하고 좋은 일이다’라고 생각하고서, 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바라문에게 대답하였다.
“그대가 신칙한 대로 곧 받들어 행하여서 명령을 어기기 않겠습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대단히 좋습니다. 어느 때에 하겠습니까?”
왕이 다시 대답하였다.
“앞으로 7일 만에 반드시 하겠습니다.”
왕이 여러 신하에게 신칙하여 모든 국왕들에게 알렸다.
“앞으로 7일 후에 법을 듣기 위하여서 몸뚱이 위에 천 개의 등불을 켤 것이니 왕을 보고자 하는 자는 모두 다 큰 나라에 모이라고 하라.”
여러 신하들이 명령을 받고 동시에 사신을 보내어서 8만 4천 모든 나라에 하달(下達)하였다.
“대왕께서 앞으로 7일 후에 몸 위에 천 개의 등불을 켜기로 하였으니, 모든 왕과 신민들 중에 왕을 보고자 하는 자는 빨리 달려와서 큰 나라에 모이라.”
이 때 모든 왕과 신민들이 듣고 놀래어 마치 부모가 죽은 것처럼 슬퍼하니 울음이 염부제를 움직였다.
모든 왕과 신민들이 모두 와서 모이니 왕이 신하에게 신칙하여 아주 넓고 평탄한 땅에 좌석을 시설하게 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명령을 받들어 즉시 넓은 땅에 자리를 마련하니, 그 때 왕이 식사를 마치고 모든 부인들과 2만 명의 채녀들과 1만의 대신들이 앞뒤로 따르면서 인도하였다.
왕이 앉을 곳에서 바르게 앉으니 모든 부인들과 채녀들 및 모든 왕과 여러 신하와 인민들이 모두 다 동시에 왕 앞에서 가슴을 치면서 같은 소리로 왕에게 말하였다.
“부디 대왕께서는 대자비로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제발 몸 위에 천 개의 등을 켜지 마십시오.”
왕이 모든 왕과 신하와 백성과 부인과 채녀들에게 사례하여 대답하였다.
“내가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5도에서 나고 죽으면서 몸을 부순 것이 헤아릴 수 없었으나 일찍이 법을 위하여서 신명을 바치지는 않았다. 이제 법을 위하여서 몸으로써 등불을 삼고, 이 공덕으로 불도(佛道)를 구하여서 널리 시방의 한량없는 중생들을 위한 큰 광명이 되어서 중생의 3독과 어리석음의 어둠을 제거하리라.
내가 성불한 때에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지혜의 광명을 베풀어 주어 생사를 비추어 없애고, 열반(涅槃)의 문을 열어서 안온한 법에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들은 나의 위없는 도의 마음[無上道心]을 물리치지 말라.”
그 때 모든 모인 자들이 모두 다 잠잠하였다.
이에 대왕이 곧 칼을 좌우의 측근에게 주고서 명을 내려 도려내어 천 개의 등 자리를 만들게 하니, 그 몸뚱이에서 살을 도려낸 데의 길이가 큰 돈만큼이나 깊었다. 그 속에 기름을 부어서 천 개의 등을 만들었다.
심지를 넣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먼저 경법을 설하시오. 그런 뒤에 등을 켜겠습니다.”
바라문이 왕을 위하여서 한 구절의 게송을 설하였다.
항상하는 것은 모두 없어지고,
높은 것도 또한 떨어지니,
모인 것에는 헤어짐이 있고,
태어난 자에게는 죽음이 있느니라.
왕이 게송을 듣고는 기뻐 뛰면서 모든 신하와 부인과 채녀들에게 말하여 빠짐없이 받아서 외우게 하였고, 곧 그 게송을 써서 모든 문과 거리거리에붙였으며, 모든 인민들에게 신칙하여 다 외우게 하였고, 아래로 염부제의 모든 왕과 신민들에게도 내려서 외우게 하였다.
이에 대왕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이제 가히 등불을 켜리이다.”
왕은 문득 서원을 세웠다.
“이제 법을 위하여서 몸으로써 등불을 삼습니다.
나는 성왕(聖王)이 되거나 위로 천제와 나아가 모든 천왕과 세계의 영화로움과 즐거움을 구하지 않으며, 또한 2승(乘)의 깨달음을 구하지 않습니다.
이 공덕으로 원컨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여서 널리 시방의 다섯 갈래의 중생을 위한 큰 법의 광명이 되어서 온갖 어둠을 비추리이다.”
국왕이 이 서원을 일으키고 나니, 즉시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하여서 위로 수타회천(首陀會天)에 이르도록 일체 궁전이 모두 흔들렸다.
그 때 모든 하늘 사람들이 크게 놀라서 ‘이것이 어떤 상서로움이 응하여서 땅을 크게 움직이는 것일까?’라고 여기며, 곧 천안으로써 염부제를 관하다가 보살이 법을 위하여서 몸에 천 개의 등불을 켜면서 큰 서원을 일으켜 그렇게 되는 것을 보았다.
그 때 모든 하늘 사람이 다 내려와서 보살이 몸에 천 개의 등불을 켠 것을 보고 수없는 하늘들이 슬피 울어 눈물을 흘렸다.
그 때 천제석이 왕 앞에서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법을 위하여서 신명을 아끼지 않으니,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보살이 대답했다.
“나는 전륜성왕이나 천제나 마왕이나 나아가 범천의 왕이나 색(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을 구하지 않으며, 또한 나한이나 벽지불도 구하지 않노라.
이 공덕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고, 널리 시방의 한량없는 중생들을 위하여 지혜의 광명을 베풀어서 중생의 3독과 어리석음의 어둠을 밝히어 없애고, 온갖 고통을 떠나서 니원의 안락에 이르게 하리라.”
제석이 또 왕에게 물었다.
“몸에 천 개의 등을 켰으니, 아파서 후회되지 않는가?”
왕이 천제에게 대답하였다.
“아프다고 여기지 않고, 뉘우쳐 한함도 없노라.”
천제가 거듭 물었다.
“만약 뉘우쳐서 한함이 없다면 그것을 무엇으로써 증명하겠는가?”
이에 국왕이 문득 스스로 맹세하였다.
‘내가 오늘 법을 위하기 때문에 몸에 천 개의 등을 켠 것인데, 이 공덕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여서 반드시 성불하게 될진댄 천 개의 등의 모든 상처가 깨끗이 나아서 몸이 곧 평소대로 회복되어 상처의 흔적도 없게 될 지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몸이 곧 평소대로 회복되어서 상처의 흔적이 없고 단정하고 아름다움이 전보다도 나았다.
그 때 천제석과 무수한 모든 하늘과 국왕들과 여러 신하들과 부인과 채녀와 한량없는 서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모두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라고 찬탄하면서 일찍이 없던 일을 찬탄하고 기뻐 뛰었으며, 모두 10선의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 국왕이었던 자는 곧 나였고, 바라문은 조달(調達)이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