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04권

과거현재인과경 – 제4권

*  송 천축 구나발타라 한역.  번역

그 때 장자의 아들에 야사(耶舍)라는 이는 총명하고 근기가 영리하며
아주 큰 부자로서 염부제 안에서는 맨 첫째이었으므로 하늘 관과 영락을 입고
값을 칠 수가 없을 만큼의 보배 신을 신고 있었는데, 그 한밤중에 여러 기녀들과 함께 서로 재미있게 즐기고서

저마다 돌아가서 잠을 자고 있던 중에 홀연히 잠에서 깨어나 여러 기녀들을 보았더니,
혹은 엎드려 누워 있는 이도 있고 혹은 바로 누워 자는 이도 있는데 쑥대강이처럼 머리털이 흩어지고 침이 흘러나오며
악기와 의복의 장식은 거꾸로 되거나 이리저리 질펀하여졌는지라, 그것을 보고 나서는 싫증이 나므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재난과 해괴한 속에 있었고 깨끗하지 못한 가운데서 망령되이 깨끗하다는 생각을 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할 때에 하늘의 힘으로써 공중에서 광명이 비치며 문이 저절로 열려졌으므로
광명을 찾아서 떠나가 녹야원에 나아가며, 항하(恒河)를 지나가다가 소리를 높여 외쳤다.
괴롭도다, 해괴하도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야사야, 너는 곧 올 수 있다. 나에게는 바로 이제 괴로움을 여의는 법이 있다.’
야사는 듣고 나서 신고 있던 보배 신이 염부제만큼의 값어치가 있었는데,
곧 벗어 버리고 항하(恒河)를 건너서 부처님에게 나아가 서른두 가지 몸매와 여든 가지의 잘생긴 모습을 보니
얼굴 모습이 뛰어나고 거룩한 덕이 완전히 갖추어져 있는지라,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뛰놀기를 한량없이 하다가
온몸을 땅에 던져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다.

오직 원하옵소서. 세존이시여, 저를 구제하소서.’ 부처님은 말씀셨다.
장하구나. 선남자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여래는 곧 그 근기를 따라 법을 말한다.
야사야,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나)가 없는데, 너는 알고 있느냐?’

이 때에 야사는 이 말씀을 듣고 즉시 모든 법에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이에 여래는 거듭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자,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리어 마음에 자재로움을 얻고
아라한의 과위를 이루고는 곧 부처님께 대답하기를 ‘세존이시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참으로 이는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습니다.’
그 때에 여래는 아직도 야사가 몸을 장엄하는 꾸미개를 붙이고 있음을 보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또 집에서 살고 있으면서
보배의 꾸미개를 붙여 있다 하더라도
모든 감관을 잘 잡도리하여
다섯 가지 욕심에 싫증을 내나니
만약 이렇게 할 수 있는 이라면
바로 진실한 출가라 하리라.

비록 몸은 너른 들판에 있으면서
거칠고 껄끄러운 옷을 입거나 먹더라도
뜻에 오히려 다섯 가지를 탐하면
이것은 그릇된 출가라 하리라.

온갖 선함과 악을 지음은
모두가 마음과 생각에서 나나니
그러므로 진실한 출가라 함은
모두가 마음으로 근본을 삼느니라.

그 때 야사는 여래께서 말씀하신 이 게송을 듣고 나서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신 까닭은 바로 내가 아직도 7보를 붙이고 있다 함이니,
나는 이제 이와 같은 의복을 벗어 버려야겠구나.’
그리고는 곧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저의 출가를 허락하옵소서.’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곧 사문이 되었다.
그 때 야사의 아버지는 날이 훤히 밝자 야사를 찾았는데 있는 데를 모르겠는지라
마음으로 크게 괴로워하며 슬피 울부짖으면서 길을 따라서 찾아 가다가 강가아의 곁에 이르러서
그 아들의 신을 보고서 생각하기를 ‘나의 아들이 바로 이 길을 따라서 떠나갔구나’ 하고, 곧 그의 발자국을 찾아가다가
부처님의 처소에 닿았다.

그 때 세존은 그의 아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만약 야사를 만나게 하면 반드시 괴로워하거나
혹은 죽게 될 것을 아시고, 곧 신통력으로써 야사의 몸을 숨겨버렸더니,
그의 아버지는 나오며 부처님에게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이에 여래는 곧 그의 근기를 따라 그에게 법을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는데 그대는 알고 있는가?’
때에 야사의 아버지는 이렇게 하는 말씀을 듣고 즉시 모든 법에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고서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참으로 이는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습니다.’
그 때에 여래는 벌써 그가 도의 자취를 보게 되어 은혜와 사랑이 점차로 엷어짐을 아시고서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가?’ 그는 곧 대답하였다.
저에게 하나의 아들이 있사온데 이름은 야사이옵니다. 어제 밤에 갑자기 있는 곳을 잃었으므로
오늘 아침에 찾다가 그의 보배 신이 항하 가에 있음을 보고 발자국을 쫓아 찾으며 일부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때에 세존은 그 신통력을 거두어들이고 그의 아버지가 곧 야사를 볼 수가 있게 하자,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야사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네가 이런 일을 한 것은 참으로 반갑구나.
이미 스스로 제도되었고 또 남을 제도할 수 있었도다. 네가 지금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와서 도의 자취를 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그리고 곧 부처님에게 나아가 3자귀(自歸)를 받았나니, 이에 염부제 안에서
오직 이 장자가 우바새(優婆塞)가 되어서 맨 처음에 3보에게 공양하게 되었다.

그 때 또 야사의 벗으로서 50명의 장자 아들들이 있었는데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음을 들었고,
또 야사가 부처님 법 가운데서 출가하여 도를 닦음을 듣고서 저마다 생각하였다.
세간에 지금 위없는 높으신 이가 계시는구나. 장자의 아들 야사가 총명하고 말을 잘하며 재주가 남에게 뛰어났었는데도
이에 능히 그 뛰어난 성바지를 버리고 다섯 가지 욕심도 버리면서 모양을 무너뜨리고 뜻을 지키며 사문이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들이 이제 다시 무엇을 돌보고 그리워하여 출가를 하지 않겠느냐.’

그리고는 함께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다가 아직 닿기 전에 멀리서 여래의 상호가 특수하고 광명이 빛남을 보고서
마음이 크게 기뻐지고 온몸이 맑고 시원해지면서 공경하는 뜻이 더욱 더해지는지라,
곧 부처님에게 나아가 합장하여 돌고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는데 여러 장자의 아들들은 전생에 덕의 근본을 심어서
총명하고 통달하여 쉬이 깨치겠으므로, 여래는 곧 알맞게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는데 너희들은 알고 있느냐?’
이 말씀을 하여 마치자, 때에 여러 장자의 아들들은 모든 법 안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고서 곧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참으로 이는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습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출가를 허락하옵소서.’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아.’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곧 사문이 되었다.
그 때 세존은 또 그들을 위하여 널리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니, 때에 50명의 비구들은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리어
아라한의 과위를 얻게 된지라, 그 때에 비로소 56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다.

이 때 여래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할 일을 다 마친지라 세간을 위하여 으뜸가는 복 밭을 지을 만하니,
저마다 지방에 노닐면서 교화하되 자비심으로써 중생들을 제도해야 할지어다.
나도 이제 역시 혼자 마가다의 왕사성 성중에 가서 여러 인민들을 제도하리라.’

그러자 비구들을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비구들은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서마다 옷과 바루를 가지고 작별하며 떠나갔다.
그 때 세존은 곧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어떠한 중생을 제도하면 널리 일체 인간과 천상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오직 우루빈라 가섭(優樓頻螺迦葉)의 형제 세 사람이 있구나.

마가다국에 있으면서 신선의 도를 배우며 국왕과 신민들이 모두 다 귀의하며 믿고,
또 그들은 총명하여 근기가 영리하므로 쉬이 깨치리라. 그러나 그들은 교만하여 역시 꺾어 복종시키기 어려우므로,
나는 이제 가서 제도 해탈시키리라.’ 생각하기를 마치자 즉시 바라나시를 출발하여 마가다국으로 나아가셨는데,
해가 저물려 할 적에 우루빈라 가섭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셨다.

때에 가섭은 문득 여래의 상호가 장엄함을 보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부처님은 대답하였다.
나는 바라나국에서 마가다국으로 나오는 참인데 날이 저물었으니 하룻밤 묵고 가고 싶습니다.’
가섭은 또 말하였다. ‘묵고 가려는 것을 반대함은 아니나, 다만 여러 방사에는 모든 제자들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오직 석실(石室)이 있어서 극히 깨끗하기는 하나 내가 섬기는 불의 도구들이 모두 그 가운데에 있습니다.
여기는 고요한 곳인지라 들으실 수는 있습니다만 나쁜 용이 그 속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를 해칠까 걱정될 뿐입니다.’

부처님은 또 대답하였다. ‘나쁜 용이 있다 손치더라도 다만 빌리기나 하십시다.’
가섭은 또 말하였다. ‘그의 성질이 흉악하고 사나워서 반드시 그대를 해치리다. 이는 아까워서가 아닙니다.’
부처님은 또 대답하였다.. ‘다만 빌려 주시기나 하십시오. 반드시 욕보지는 않으리다.’
가섭은 또 말하였다. ‘만약 머무르실 수 있다는 뜻대로 머무십시오.’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좋습니다.’
그리고는 곧 그 저녁에 석실에 들어가서 가부하고 앉으며 삼매(三味)에들었다.

그 때 나쁜 용은 독한 마음이 차츰 성왕하며 온몸에서 연기를 뿜어내자, 세존은 곧 화광(火光) 삼매에 드셨다.
용은 이를 보고 나서 불길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뿜었는지라 석실이 불에 탔다.
가섭 제자들은 먼저 이 불을 보고서는 돌아와 스승에게 아뢰었다.
‘그 나이 젊은 사문은 총명하고 단정 엄숙하더니, 이제 용의 불에 타면서 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가섭은 놀라 일어나서 그 용의 불을 보고 마음에 슬픔과 가엾음을 품고 곧 제자들에게 명하여 물을 퍼붓게 하였으나
물에도 꺼지지 않고 불은 더욱 훨훨 타며 석실이 녹아 없어졌다.
그 때 세존은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뿐더러 얼굴빛이 태연하여 그 나쁜 용을 항복받고 다시는 독이 없게 하고
3귀의를 주어서 바루 안에 넣어 두었다.

날이 밝자 가섭과 제자들은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서 말하였다.
나용의 불이 사납게 타올랐는데, 젊은 사문께서는 그 때문에 상처가 나지 않으셨습니까?
사문께서 석실을 빌리려 하는 데도 내가 어제 드리려 하지 않은 까닭은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나는 안이 깨끗하였는지라 마침내 그의 바깥의 재앙에 해를 당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그 독룡이 지금 바루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는 바루를 들어서 가섭에게 보이자 가섭과 제자 들은
사문이 불에서도 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쁜 용을 항복 받아서 바루 속에 놓아두었음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양하면서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신통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세존은 가섭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이곳에 머무르고자 합니다.’
가섭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이 때 여래는 이틀째의 밤에 한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때에 사천왕이 밤에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같이 법을 들으면서
저마다 광명을 놓아 비추니 해와 달보다 더하였는데, 가섭이 밤에 일어나서 멀리 하늘의 광명이 여래의 곁에 있음을 보고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도 불을 섬기는구나.’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부처님께 나아가서 물었다.

사문이여, 당신도 불을 섬기십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아닙니다. 사천왕이 밤에 와서 법문을 들었는데, 그 광명이었습니다.’
이에 가섭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크고도 거룩한 덕이 있구나.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사흘째의 밤에는 석제환인이 내려와서 법을 들으며 큰 광명 놓자 마치 해가 처음 돈은 것과 같았는데,
가섭의 제자들이 멀리 하늘의 광명이 여래의 곁에 있음을 보고서 스승에게 아뢰었다.

‘나이 젊은 사문이 틀림없이 불을 섬기고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사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틀림없이 불을 섬기십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아닙니다. 석제환인이 내려와서 법문을 들었는데, 바로 그 광명이었을 뿐입니다.’

때에 가섭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의 거룩한 덕이 비록 뛰어났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나흘째의 밤에는 대범천왕이 내려와서 방을 들으면서 큰 광명을 놓으매 마치 해가 한낮인 것과 같았는데,
가섭이 밤에 일어나서 광명이 여래의 곁에 있음을 보고, 다음 날에 부처님께 물었다.
‘당신은 틀림없이 불을 섬기십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아닙니다. 대범천왕이 밤에 와서 법문을 들었는데, 바로 그 광명이었을 뿐입니다.’
이에 가섭은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신령스럽고 미묘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가섭의 5백 제자들은 저마다 세 가지 불을 섬기고 있었으므로 새벽에 모두가 불을 피우려 하였는데, 불이 타지 않았다.
모두가 가섭을 향하여 자세히 이 일을 말하자, 가섭은 듣고 생각하였다.

‘이는 반드시 이 사문이 하는 것이리라.’ 곧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우리 제자들은 저마다 세 가지 불을 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불을 피우려고 하는데 불이 타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불은 저절로 탈 것입니다.’
가섭이 곧 돌아왔더니 불이 이미 타고 있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신령스럽고 미묘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여러 제자들은 불에 공양하기를 마치고 끄려고 하였는데 꺼지지를 않았다. 곧 가섭을 향하여 자세히 이 일을 말하자,
가섭은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이것 역시 이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곧 제자들과 부처님에게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의 제자들이 아침에 불을 끄려 하는데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불은 저절로 꺼질 것입니다.’
가섭이 곧 돌아왔더니 불이 이미 꺼졌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령스럽고 미묘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가섭 자신도 세 가지 불을 섬겼으므로 새벽에 불을 피우려 하였는데, 불이 타지 않는지라 곧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또 이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곧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아침에 불을 피우려 하는데 타려 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불은 저절로 탈 것입니다.’

가섭이 곧 돌아왔더니 불이 이미 타고 있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령스럽고 미묘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때에 가섭은 불에게 공양하기를 마치고 끄려고 하였는데 끌 수가 없는지라 생각하였다.
‘이는 반드시 이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곧 부처님에게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아침에 불을 피웠다가 이제는 끄려고 하는데 꺼지지를 않습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불은 저저로 꺼졌을 것입니다.’
가섭이 곧 돌아왔더니 불이 이미 꺼졌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령스럽고 미묘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가섭의 제자들은 새벽에 장작을 패는데 도끼가 올라가지 않자 곧 가섭을 향하여 자세히 이 일을 말하였다.
가섭은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이것 역시 이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곧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에게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의 제자들이 아침에 장작을 패려 하는데 도끼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도끼는 저절로 들어 올려질 것입니다.’
가섭은 곧 돌아왔더니 여러 제자들의 도끼가 모두 들어 올려졌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령스럽고 미묘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가섭의 제자들은 곧 도끼를 들어 올릴 수는 있었으나 다시 내려오려 하지 않으므로
도로 가섭을 향하여 자세히 이 일을 말하였더니, 가섭은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이것 역시 이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곧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에게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의 제자들이 아침에 장작을 패려 하다가 도끼는 들어 올려졌지만 다시 내려오려 않습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도끼가 내려올 것입니다.’
가섭은 돌아왔더니 제자들의 도끼가 모두 내려왔음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령스럽고 미묘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가섭은 아침에 스스로 장작을 패려 하는데, 도끼가 올라가지 않는지라 생각하였다.
‘이것 역시 이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곧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아침에 장작을 패려는데 도끼가 올려지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도끼는 저절로 올려질 것입니다.’
가섭은 돌아왔더니 도끼가 바로 들어 올려졌으므로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또 신령스럽고 미묘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가섭은 도끼가 올려지고 나서는 또 내려오려 하지 않으므로 생각하였다.
‘이것 역시 이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하고, 곧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의 도끼가 올려지기는 하였으나 다시 내려오려 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도끼는 저절로 내려질 것입니다.’

가섭은 곧 돌아왔더니 도끼가 곧 내려지는지라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신령스럽고 미묘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가섭은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이 젊은 사문은 여기에 머무르면서 함께 맑은 행을 닦으십시다.
방사와 옷이며 음식은 내가 드리겠습니다.’

때에 세존은 잠자코 허락하시므로, 가섭은 부처님이 허락하심을 알고는 그의 머무는 데로 돌아가서 곧 명하였다.
‘날마다 좋은 음식을 마련하고 아울러 평상 자리도 베풀도록 하라.’
다음날 끼니때가 되매 스스로가 가서 부처님을 청하였더니,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당신은 가십시오. 나는 뒤를 따라 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마자, 잠깐 사이에 세존은 염부제에 이르러서 염부 열매[閻浮果]를 따서 바루에 가득히 채워 가지고 와서는
가섭이 아직 닿기 전에 이미 먼저 도착하여 있었다. 가섭은 뒤에 와서 부처님이 이미 앉아 계심을 보고서 곧 물었다.
‘나이 젊은 사문은 어느 길로 하여 오셨기에 먼저 여기에 닿으셨습니까?’
부처님은 바루 안의 염부 열매를 가섭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였다.
‘당신은 이제 이 바루 속의 열매를 알고 계십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이런 열매는 모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이로부터 남쪽으로 수만 요자나를 가면 거기에 하나의 주(洲)가 있고
그 위에 나무가 있는데 이름이 염부(閻浮)입니다. 이 나무가 있음으로 인연하여 염부제[閻浮洲]라 하는 것입니다.
나의 이 바루 속의 것은 바로 이 과일인데, 잠깐 동안에 이 과일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주 향기롭고 맛이 있으니 당신은 잡수십시오.’

이에 가섭은 생각하였다. 그 길이 여기에서 떨어져서 극히 멀고 멀거늘, 이 사문은 잠깐 동안에 벌써 갔다 돌아왔구나.
신통 변화가 퍽이나 빠르기는 하되, 그러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가섭은 여러 가지의 음식을 내어 놓자, 부처님은 곧 주원(呪願)을 하였다.

바라문의 법 가운데서는
불을 받들어 섬김이 으뜸이 되고
온갖 물의 흐름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별의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의 가운데서는
해의 비춤이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복밭[福田] 가운데서는
부처님의 복밭이 으뜸이 되므로
만약 큰 과보를 구하려 하면
부처님의 복밭에 고양해야 하리라.

부처님은 잡수기를 마치고 도로 계신 데로 돌아가서 바루를 씻고 양치질을 하고서는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다음 날 끼니때에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당신은 가십시오. 나는 뒤를 따라 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마자 잠깐 사이에 세존은 곧 불바제(弗婆提)에 이르러서 암마라 열매[菴摩羅果]를 따서
바루에 가득히 채워 가지고 와서는 가섭이 아직 닿기 전에 부처님은 이미 먼저 도착하여 있었다.

가섭은 뒤에 와서 부처님이 앉아 계심을 보고 곧 물었다.
‘나이 젊은 사문은 어느 길로 하여 오셨기에 먼저 여기에 닿으셨습니까?’
부처님은 바루 안의 암바 과일을 가섭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였다.
‘당신은 이제 이 바루 안의 과일을 알고 계십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이런 과일은 모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여기서부터 동쪽으로 수만 요자나를 가서 불바제(弗婆提)에 도착하여 이 과일을 가지고 왔는데,
이름은 암마라(菴摩羅)라고 합니다. 극히 향기롭고 맛이 있으니 당신은 잡수십시오.’
가섭은 듣고서 생각하였다. ‘그 길이 여기에서 떨어져서 극히 멀고 멀거늘, 이 사문은 잠깐 동안에 벌써 갔다가 돌아왔구나,
그 신력을 보면 전에 없던 일이기는 하되,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가섭은 여러 가지의 음식을 내어 놓자, 부처님은 곧 주원을 하였다.

바라문의 법 가운데서는
불을 받들어 섬김이 으뜸이 되고
온갖 물의 흐름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별의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의 가운데서는
해의 비춤이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복밭 가운데서는
부처님의 복밭이 으뜸이 되므로
만약 큰 과보를 구하려 하면
부처님의 복밭에 공양해야 하리라.

부처님은 잡수기를 마치고 도로 계신 데로 돌아가서 바루를 씻고 양치질을 하고서는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다음 날의 끼니때에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당신은 가십시오. 나는 뒤를 따라 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마자,
잠깐 사이에 세존은 곧 구다니(瞿陀尼)에 이르러서 하리륵 열매[呵梨勒果]를 따서 바루에 가득히 채워가지고 와서는
가섭이 아직 닿기 전에 부처님은 벌써 먼저 도착하여 있었다. 가섭이 뒤에 와서 부처님이 벌써 앉아 계심을 보고 곧 물었다.

‘나이 젊은 사문은 어느 길로 하여 오셨기에 먼저 여기에 닿으셨습니까?’
부처님은 바루 안의 하리륵 과일을 가섭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였다.
‘당신은 이제 이 바루 속의 과일을 알고 계십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이런 과일은 모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여기서부터 서쪽으로 수만 요자나를 가서 구다니에 도착하여 이 과일을 가지고 왔는데,
이름은 하리륵이라고 합니다. 극히 향기롭고 맛이 있으니 당신은 잡수십시오.’

가섭은 듣고서 생각하였다. ‘거기의 길이 여기에서 떨어져서 극히 멀고 멀거늘,
이 사문은 잠깐 동안에 벌써 갔다가 돌아왔구나. 그의 신통을 보면 전에 없던 일이기는 하되,
그러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가섭은 여러 가지의 음식을 내어 놓자, 부처님은 곧 주원을 하였다.

바라문의 법 가운데서는
불을 받들어 섬김이 으뜸이 되고
온갖 물의 흐름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별의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의 가운데서는
해의 비춤이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복밭 가운데서는
부처님의 복밭이 으뜸이 되므로
만약 큰 과보를 구하려 하면
부처님의 복밭에 공양해야 하리라.

부처님은 잡수기를 마치고 도로 계신 데로 돌아가서 바루를 씻고 양치질을 하고서는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다음 날의 끼니때에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당신은 가십시오. 나는 뒤를 따라 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마자, 잠깐 사이에 세존은 곧 울단월(鬱單越)에 이르러서 저절로 된 멥쌀밥을
바루에 가득히 채워 가지고 와서는 가섭이 아직 닿기 전에 부처남은 벌써 먼저 도착하여 있었다.
가섭이 뒤에 와서 부처님이 벌써 앉아 계심을 보고 곧 물었다.

‘나이 젊은 사문은 어느 길로 하여 오셨기에 먼저 여기에 닿으셨습니까?’
부처님은 바루 안의 멧쌀밥을 가섭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였다.
‘당신은 이제 이 바루 속의 과일을 알고 계십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이런 밥은 모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수만 요자나를 가서 울단월에 도착하여 이 저절로 된 멧쌀밥을 가지고 왔습니다.
극히 향기롭고 맛이 있으니 당신은 잡수십시오.’
가섭은 듣고서 생각하였다. ‘거기의 길이 여기서 떨어져서 극히 멀고 멀거늘, 이 사문은 잠깐 동안에 벌써 갔다가 돌아왔구나.
비록 또 신통이 측량하기 어렵기는 하되,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가섭이 곧 여러 가지의 음식을 내어 놓자, 부처님은 곧 주원을 하였다.

바라문의 법 가운데서는
불을 받들어 섬김이 으뜸이 되고
온갖 물의 흐름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별의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의 가운데서는
해의 비춤이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복밭 가운데서는
부처님의 복밭이 으뜸이 되므로
만약 큰 과보를 구하려 하면
부처님의 복밭에 공양해야 하리라.

부처님은 잡수기를 마치고 물러나서 계신 데로 돌아가서 바루를 씻고 양치질을 하고서는 나무아래 앉아 계셨다.
다음 날의 끼니때에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좋습니다.’ 그리고 곧 함께 가셨는데, 그 집에 이르르자 여러 가지의 음식을 내어 놓으므로 부처님은 곧 주원을 하였다.

바라문의 법 가운데서는
불을 받들어 섬김이 으뜸이 되고
온갖 물의 흐름 가운데서는
큰 바다가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별의 가운데서는
달빛이 그 으뜸이 되고
온갖 광명의 가운데서는
해의 비춤이 그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복밭 가운데서는
부처님의 복밭이 으뜸이 되므로
만약 큰 과보를 구하려 하면
부처님의 복밭에 공양해야 하리라.

그 때 세존은 주원을 하여 마치자, 곧 밥을 가지고 혼자 나무 아래 돌아가서 잡수기를 마치고 생각하였다.
‘물이 필요하구나.’ 석제환인이 곧 부처님의 뜻을 알고 마치 큰 장사(壯士)가 팔을 굽혔다 펼 만큼 동안에 하늘로부터 내려와
부처님에게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곧 손으로 땅을 가리키어 못을 만들었는데 그 물이 깨끗하여
여덟 가지의 공덕이 갖추어 있었으므로, 여래는 곧 그것을 이용하여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여 마치고,
석제환인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말씀하자 석제환인은 법을 듣고 나서는 기뻐 뛰면서 홀연히 사라져 하늘의 궁전으로 돌아갔다.

이 때 가섭은 점심밥을 먹은 뒤에 숲 사이를 거닐며 다니다가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오늘은 밥을 받아서 나무 아래로 갔었는데, 나는 거기를 가보아야겠다.’
곧 부처님에게 나아갔더니 갑자기 나무의 곁에 하나의 큰 못이 있음을 보았는데,
샘물이 맑고 맑아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는지라 괴이히 여기면서 부처님께 물었다.
‘이 가운데에 어떻게 해서 갑자기 이런 못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아침에 당신에게 공양을 받아 이곳으로 돌아와서 먹기를 마치고는
손을 씻고 양치질하며 바루를 씻으려고 (물이 필요하구나) 하였더니,
석제환인이 나의 이 뜻을 알고 천상으로부터 와서 손으로 땅을 가리키어 이 못을 생기게 하였습니다.’

그 때에 가섭은 못의 물을 보며, 다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크고 거룩한 덕이 있어서 이렇게 하늘의 상서까지 감응하게 되었구나.
그러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세존은 따로 다른 날에 숲 사이를 거니시다가 쓰레기 속에서 여러 해진 베들이 있음을 보고
곧 주워가지고 깨끗이 빨고자 하여, ‘돌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석제환인이 곧 부처님의 뜻을 알고 마치 큰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만큼 동안에 향산(香山)위에 가서
네모난 돌을 가져다 나무 사이에 놓아두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돌 위에 나가셔서 옷을 빨으소서.’ 부처님이 다시, ‘이제는 물이 있어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하였더니,
석제환인은 또 향산에 가서 큰 돌로 된 통에 깨끗한 물을 담아다가 네모난 돌 곁에 놓아두고
석제환인은 할 일을 마치자 홀연히 사라져 하늘의 궁전으로 돌아갔다.

그 때 세존은 빨래를 하신 뒤에 나무 아래 돌아가서 앉아 계시는데,
이 때에 가섭이 부처님에게 와 닿았더니 갑자기 나무 사이에 네모난 돌과 큰 돌로 된 통이 있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가운데에 어떻게 이런 두 가지 물건이 있을까?’
그리고는 마음에 놀람과 괴이함을 품고서 나아가 부처님께 물었다.

‘나이 젋은 사문이여, 당신의 이 숲 사이에 네모난 돌과 큰 돌로 된 통이 있는데, 어디서 온 것입니까?’
이에 세존은 곧 대답하였다. ‘내가 아까 거닐며 다니다가 땅에서 해진 베를 보고 가져다 빨려 하면서
마음으로 (이런 것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하였더니,
석제환인이 나의 이 뜻을 알고 곧 향산으로 가서 이런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섭은 듣고 나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비록 이와 같은 크고도 거룩한 신력이 있어서 여러 하늘들이 감응은 한다손 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세존은 또 다른 날에 땅을 가리켜 된 못에 들어가서 손수 목욕을 하셨는데 목욕을 다 하시고 생각하였다.
‘나가려 하는데 더위잡을 것이 없구나.’ 못 위에 가라가(迦羅迦)라는 나무의 나뭇가지가 울창하여
못 위를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나무의 신[樹神]이 곧 이 나뭇가지를 눌러서 부처님에게 더위잡고 나오게 하였으므로
돌아와서 나무 아래 앉아 계셨다.

때에 가섭이 부처님에게 왔었는데, 홀연히 나무의 가지가 굽고 늘어져서 덮여 있음을 보고 괴이히 여기면서 부처님께 물었다.
‘이 나무가 어찌하여 가지가 굽고 늘어져서 덮여 있습니까?’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나는 아까 못에 들어가 목욕을 하였으나 나오는 데에 더위잡을 것이 없더니,
나무의 신이 감응하여 나를 위해서 굽어지게 하였습니다.’

이에 가섭은 나무의 굽은 가지를 보고 또 부처님의 말씀까지 듣고서는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이러한 크고 거룩한 덕의 힘이 있어서 능히 나무의 신을 감응하게 하기는 하되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가섭은 생각하였다. ‘내일 마갈제(摩竭提) 국왕과 여러 신하와 인민이며 바라문ㆍ장자ㆍ거사 등이 와서
이레 동안 모임이 있을 터인데, 나이 젊은 사문이 만약 와서 여기에 있으면 국왕과 신하며 인민들과 바라문ㆍ장자ㆍ거사 등이
그의 상호와 신통이며 위덕(威德)의 힘을 보는 이는 반드시 나를 버리고 그를 받들어 섬기리라.
이 사문이 이레 동안 만은 나의 처소에 오지 마소서.’

부처님은 그의 뜻을 알고는 곧 북쪽의 울단월에 가셔서 이레 낮 이레 밤을 거기에 머무면서 나타나지를 않았다.
이레 동안을 경과하여 집회가 끝나고 국왕이 작별하고 떠나가자 가섭은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이레가 가깝도록 나에게 오지를 않았으니, 잘하였고 반 갑도다.
나는 이제 집회에 남은 음식이 있으므로 공양을 하고 싶은데, 그가 만약 온다면 시기가 적절하리라.’
이에 세존은 곧 그의 뜻을 알고 웃타라쿠루로부터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만큼의 사이에 그의 앞에 와 닿았다.
때에 가섭은 갑자기 여래를 보고서 마음으로 크게 놀라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물었다.
‘당신은 근 이레 동안이나 어디를 노닐며 다니셨기에 서로 만나지를 못하였습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마갈제왕과 여러 신하와 백성들이며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이
이레 동안을 당신에게 나와서 모인다 하면서 당신은 생각하기를 (나를 보고 싶지 아니하다)고 하기에
그 때문에 나는 북쪽 울단월까지 가서 당신을 피하였을 뿐입니다. 당신이 이제 (나를 오게 하고 싶다)고 하기에
일부터 당신에게 왔습니다.’

가섭은 부처님이 하시는 이 말씀을 듣고 나서 마음으로 놀라며 털이 곤두서면서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나의 뜻을 아는구나. 매우 기특하다.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그 때 세존은 또 다른 날에 생각하였다. ‘우루빈라 가섭의 근기의 인연이 점차 성숙하였으니,
지금이야말로 바로 조복할 때로구나.’ 그리고는 곧 니련선하에 나아가서 물가에 이르렀다.
이 때 악마왕은 부처님에게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요, 지금이야말로 열반하실 때입니다. 선서(仙逝)시여, 지금이야말로 열반하실 때입니다.
왜냐 하면 제도해야 할 이들이 모두 해탈하였기 때문이니, 지금이야말로 바로 열반할 때입니다.’
이렇게 세 번을 청하므로 세존은 그 때에 악마왕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아직은 열반할 때가 아니로다. 왜냐 하면 나의 4부(部) 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아직은 두루 갖추지 못하였고,
제도해야 할 이들이 모두가 아직 끝나지 못하였으며, 여러 외도들을 다 아직은 항복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역시 세 번을 대답하자, 악마왕은 듣고서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을 품으며, 곧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세존은 곧 니련선하의 물에 들어가며 신통의 힘으로써 물을 양 쪽으로 열리게 하고서
부처님의 가시는 곳에서는 걸음걸음이 먼지가 일어나고 양 쪽의 물을 모두 솟구쳐 일어나게 하자,
가섭이 멀리서 보고 부처님이 빠지는 줄 여기며 곧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와서 물가에 이르렀더니,
부처님의 가시는 곳에서는 모두 먼지가 일어남이 보이는지라 그 있기 드문 일임을 찬탄하고서 생각하였다.

‘나의 젊은 사문이 비록 이와 같은 신통의 힘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나 원래 나의 도의 참됨만은 못하리라.’
이 때에 가섭은 곧 부처님께 물었다. ‘나이 젊은 사문은 배에 오르시겠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참, 그렇게 하겠습니다.’

때에 세존은 곧 신통력으로써 배의 밑을 뚫고 들어가서 가부하고 앉으셨는데,
가섭은 부처님이 배의 밑으로부터 들어왔는데도 뚫어져 샘이 없음을 보고 그 있기 드문 일임을 찬찬하고서 생각하였다.
‘나의 젊은 사문이 이와 같이 자재로운 신통력이 있기는 하되 그러나 원래 내가 얻은 참된 아라한만은 못하리라.’
부처님은 바로 말씀하였다. ‘가섭이여, 당신은 아라한이 아니오, 또 다시 이 아라한향(阿羅漢向)도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 때문에 크게 교만한 것이오?’
가섭은 이와 같이 하신 말씀을 듣는 때에 부끄럽고 두려워지며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선지라 생각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이 나의 마음을 잘 아시는구나.’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사문이시여, 그렇습니다. 큰 신선이시여,
저의 마음을 잘도 아십니다. 큰 신선이시여, 저를 거두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은 곧 대답하였다. ‘그대는 이미 나이가 늙어서 120살이요, 또 다시 많은 제자와 권속들이 있으며,
또 국왕과 신하며 백성들의 공경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 결정코 나의 방에 들고 싶으면 먼저 제자들과 함께 깊이 생각하여
여러 번 의논을 하십시오.’

가섭은 대답하였다. ‘좋고 좋습니다. 큰 신선의 명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속의 마음은 결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므로 돌아가서 제자들과 의논만을 할 뿐이옵니다.’
이 말을 하여 마치고, 곧 본래 있던 데로 돌아가서 모든 제자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나이 젊은 사문께서 여기에 머무신 이래로 그의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보았지만,
극히 기특하고 지혜가 깊고 멀며 성품도 편안하고 차분하셨다.

나는 이제 곧 그의 방에 귀의하겠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느냐?’
제자들은 대답하였다. ‘저희들의 아는 바가 모두 존자(尊者)의 은혜이옵니다.
나이 젊으신 사문을 이미 존자께서 귀의하고 믿게 되는 바라면 어찌 거짓이 있겠나이까?
저희들 역시 여러 가지 기이함이 있음을 보았사온데 존자께서 만약 반드시 그의 법을 받으려 하신다면
저희들도 따라서 귀의하게 하소서.’

때에 가섭은 여러 제자들이 하는 이런 말을 들은 뒤에 곧 서로 함께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와 제자들이 이제 귀의할 것을 결정하였사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큰 신선께서는 바로 저희들을 거두어 주옵소서.’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즉시 사문이 되었다.

그 때 세존은 곧 알맞게 널리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자,
때에 가섭은 설법함을 듣고 나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내지 점차로 아라한을 이루었다.

그 때 가섭의 5백 제자들은 그 스승이 이미 사문이 되었음을 보고 마음으로 소망하고 즐거워하면서
역시 출가하려 하여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 큰 스승이 이미 큰 신선께서 거두어 주셔서 이제 사문이 되었사오니, 저희들도 큰 스승을 따르며 배우고 싶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큰 스승을 따르며 배우고 싶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큰 신선께서는 저희들의 출가를 허락하옵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아.’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곧 사무들이 되었다.
이에 세존은 즉시 그들에게 네 가지 진리의 법 바퀴를 굴리시니, 때에 5백의 제자들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어서 수다원(須陀洹)의 과위(果位)를 이루었으며,
점차로 닦고 행하여 이에 역시 아라한의 과위까지 얻었다.
그 때 가섭과 5백의 제자들은 그들의 불을 섬기던 갖가지 도구를 모두 다 니련선하(泥連禪河)에 버리고
스승과 제자들은 서로가 함께 부처님을 따라서 떠나갔다.

그 때 가섭의 두 아우에 첫째의 이름이 나제 가섭(那提迦葉)이요, 둘째의 이름이 가야 가섭(伽耶迦葉)이었는데,
저마다 있으면서 형의 하류(不流)에서 살다가 갑자기 그 형과 제자들이 섬기던 불의 도가 모두 흐름을 따라 내려옴을 보고서
마음으로 크게 놀라며 생각하기를 ‘나의 형에게 어떠한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었기에 불을 섬기던 도구들이
지금 물을 따라 흘러오느냐. 나쁜 사람에게 해를 당하지 않았을까?’

이 때에 두 아우는 분주하게 서로가 와서 같이 의논하였다.
‘우리의 형님이 지금 혹시 또 나쁜 사람에게 해를 당하지 않았다면 모든 물건들이 무슨 일로 물을 따라 내려오겠느냐.
걱정되고 괴이하구나. 우리들은 빨리 형님의 처소로 가보아야겠구나.’
곧 서로 함께 물을 거슬러서 올라가 형이 살던 곳에 이르렀더니,

텅 비고 고요하여 사람들이 없는지라 마음에 몹시 크게 슬퍼하면서 그 형과 여러 제자들이 살고 있는 곳을 모르겠으므로
사방으로 다니며 찾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서 그에게 물었다.
‘우리의 신선이며 성인이신 형님과 제자들이 있는 데를 모르겠는데, 당신은 보셨습니까?’
아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의 신선이요 성인이신 형님께서는 여러 제자들과 함께 불을 섬기던 도구를 버리고
모두가 다 구담[瞿曇]의 처소로 가서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습니다.’

이 때에 두 아우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에 크게 괴로워하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괴이히 여기며 도 생각하였다.
‘어찌하여 아라한의 도를 버리고 또 다시 다른 딴 법을 구하실까?’
곧 달려서 그의 형 처소로 나아가 닿았더니, 형과 그의 권속들이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몸에 가사를 입고 있음이 보이므로, 곧 꿇어앉아 절하고서 형에게 물었다.
‘형님은 본래 바로 크신 아라한이시었는지라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짝할 이가 없을뿐더러
이름이 시방에 들리어 숭앙하지 않는 이가 없거늘, 무엇 때문에 이제 스스로 이도를 버리시고 도리어 남을 따라서 배우십니까?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십니다.’

그 때 가섭은 그 아우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세존께서 대자대비를 성취하셨고 세 가지 기특한 일이 있음을 보았도다.
첫째는 신통 변화요,
둘째는 지혜로운 마음이 맑게 사무쳐서 틀림없이 일체 종지를 이룩하셨음이요,
셋째는 사람의 근기를 잘 앎으로 따르며 거두어 주심이 그것이니라.
이런 일 때문에 부처님 법 중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다.

나는 이제 비록 또 국왕과 신하며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세상의 이론과 임기웅변의 변설을 꺾을 수 있는 이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러나,
영원히 나고 죽음을 끊는 법은 아니었었다. 오직 여래께서 널리 말씀하시는 것만이 나고 죽음을 다할 수 있다.

곧 이와 같이 크고도 거룩하신 어른을 만나고서 스스로 힘써서 저 높고 뛰어나심을 본받지 않는다면
이는 마음이 없고 또한 눈까지도 없는 것이 되리라.’
두 아우는 아뢰었다. ‘만약 형님의 말씀과 같다면 틀림없이 이는 일체 종지를 이루셨습니다.
우리가 알거나 얻은 것은 모두가 이는 형님의 힘이 있거늘 형님께서 이제 이미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셨으니,
우리들도 형님을 따르며 배우게 하여 주소서.’ 곧 저마다 그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큰 형님과 같이 부처님 법 안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자 한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에 그 제자들은 스승에게 대답하였다. ‘저희들이 식견을 지니게 된 까닭이 모두 큰 스승의 은혜이신데,
큰 스승께서 만약 부처님의 법 안에 출가하고 싶다면 우리도 따르게 하소서.’
이에 나제 가섭과 가야 가섭은 저마다 250의 제자들과 더불어 부처님에게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나니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저희들을 제도하여 주옵소서.’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아.’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곧 사문들이 되었다.
때에 나제 가섭과 가야 가섭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 제자들은 이제 모두가 부처님의 법에 출가를 하고 싶다 하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옵소서.’
부처님은 곧 대답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그 때에 세존은 즉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아.’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면서 곧 사문들이 되었다.
그 때 세존은 나제 가섭과 가야 가섭이며 그의 제자들을 위하여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셨고,
또 그의 마음에 알맞게 설법을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알아야 하리라. 세간은 모두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사나운 불에 타고 지짐을 받고 있다.
너희들은 옛날에 받들고 섬기던 세 가지 불을 이미 잘 끊어 버리고 이 밖의 헷갈림을 없앴지만
이제 세 가지의 독 불을 오히려 몸에 있으니, 빨리 꺼버려야 할지니라.’

때에 그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모든 법 가운데에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세존께서 또 그들을 위하여 널리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자, 모두가 다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
그 때 세존은 생각하셨다. ‘빈비사라왕(頻毘娑羅王)이 옛날 나에게 언약으로 부탁하였다.
(도가 만약 이루어지시면 먼저 저를 제도하여 주소서)라고 하였는데,
오늘날이야말로 때가 이른 것이니,거기에 가서 그의 본래 소망을 채워 주어야겠구나’
그리고 곧 가섭의 형제와 천 비구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왕사성으로 가셔서 빈비사라왕에게 나아가셨다.

그 때 빈비사라왕은 옛날 마을에서 우루빈라 가섭을 공양하였었는지라 이미 가섭과 그 제자들을 보았었는데,
모두가 사문이 되었으므로 곧 돌아가서 왕에게 이러한 일을 여쭈었더니,
왕과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놀라고 괴이히 여기면서도 잠자코 소리를 하지 않았으나,

때에 바깥 인민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저마다 서로가 말하였다.
‘우루빈라 가섭은 지혜가 깊고 멀어서 짝할 이가 없을 뿐더러 나이 또 늙었고 이미 아라한이 되었거늘,
어찌하여 도리어 구담의 제자가 되었겠느냐. 마침내 그럴 이치가 없을 것이며, 말하자면 사문 구담이 제자가 되었을 뿐이리라.’
그 때에 세존이 점점 왕사성에 가까이 가셔서 장림(杖林)에 머무셨더니,

때에 우루빈라 가섭은 곧 그의 항상 심부름하던 사람을 보내서 빈비사라왕에게 아뢰었다.
‘나는 이제 부처님의 법 안에 출가하여 도를 닦다가 지금 부처님을 따라서 장림에 와 닿았습니다.

대왕은 마땅히 먼저 예배하고 공양하셔야 하오리다.’
왕은 온 편지로 한 이런 말을 듣고서야 틀림없이 우루빈라 가섭이 부처님의 제자가 된 줄을 알고는
곧 칙명하여 수레를 차리고 여러 대신과 바라문이며 인민들과 함께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장림의 밖에 닿자,
왕은 곧 수레에서 내리며 의전의 장식을 물리쳐 버리고 걸음으로 부처님의 앞에 이르렀다.

그 때 공중에서 하늘이 있다가 왕에게 말하였다.
‘여래는 지금 이 숲 속에 계십니다. 바로 모든 천상과 인간의 가장 으뜸인 복 밭이시니,
대왕은 의당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하며, 또 나라 안의 인민들에게 널리 알려서 모두가 다 여래께 공양하게 하여야 하리다.’

때에 왕은 그 하늘이 말함을 듣고 나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갑절이나 더 날뛰며 곧 숲 속으로 나아가다가
멀리서 여래의 상호가 장엄함을 보고 또 우루빈라 가섭 형제 세 사람과 그 제자들이 앞뒤에서 둘러싸고 있음을 보매
마치 큰 만월이 뭇 별 가운데 있음과 같았으므로 걸음걸음이 뛸 듯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는데,
부처님에게 이르르자 땅에 엎두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바로 달의 성바지[月種]인 마가다왕이며, 이름은 빈비사라입니다. 세존께서는 아시겠나이까?’
부처님은 바로 대답하셨다. ‘장하십니다. 대왕이여.’
이에 빈비사라왕은 물러나서 한 쪽으로 앉자, 때에 바라문과 대신들이며 여러 인민 대중은 모두가 다 자리에 나아갔다.
그 때 세존은 온 대중들이 모두가 편히 앉음을 보신 뒤에 곧 맑은 음성으로써 빈비사라왕에게 위문하셨다.
‘대왕이여, 네 가지 요소[四大]가 언제나 편안하고 고요하였습니까? 백성을 다스리는 일에 고달프지는 않았습니까?’
왕은 곧 대답하였다. ‘세존의 은혜를 입자와 다행히 편안하고 고요하였사옵니다.’

그 때에 빈비사라왕과 그 밖의 크게 뛰어난 바라문ㆍ장자ㆍ거사ㆍ대신이며 인민들은
가섭이 부처님의 제자로 되어 있음을 보고 서로가 말하였다.
‘아아, 여래는 큰 신통력이 있고 지혜가 깊고 멀어서 생각하거나 헤아릴 수조차 없었기에
이와 같은 사람을 능히 복종시키어 제자를 삼으셨구나.’

그 때에 또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였다. ‘우루빈라 가섭은 큰 지혜를 지녀서 널리 세상 사람들의 귀의와 믿음을 받았었거늘,
어찌하여 사문 구담의 제자가 되었을까?’ 그리고는 마음에 의심을 품었다.
그 때 세존은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곧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여러 신통 변화를 나타내거라.’

때에 가섭은 즉시 허공으로 올라가서는 몸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몸 위로 불을 내고 몸 아래로 물을 내며,
혹은 큰 몸을 나타내어 공중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혹은 또 작게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한 몸을 나누어서 한량없는 몸이 되기도 하고 혹은 땅으로 들어갔다가 도로 다시 솟구쳐 나오기도 하며,
공중에서 가고ㆍ서로ㆍ앉고ㆍ눕기도 하는지라 온 대중들이 보고서는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모두가 다 칭찬하였다.

‘첫째가는 큰 신선이로다.’ 그 때에 가섭은 이 변화를 나타낸 뒤에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의 앞에 이르러서는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야말로 참으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오며, 저는 이제 참으로 세존의 제자이옵니다.’
이렇게 세 번을 말하자, 부처님은 바로 대답하셨다.
‘그렇고 그렇다. 가섭아, 너는 나의 법에서 어떠한 이익을 보았기에 불의 도구를 버려 없애고 출가를 하였느냐?’
이에 가섭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옛날에
불을 섬겼던 공덕으로
천상과 인간 안에 생을 얻어서
다섯 가지 욕심의 낙을 받았나이다.

한결같이 이렇게 바퀴돌 듯하면서
나고 죽는 바다에 빠졌었나니
저는 이런 허물과 근심을 보았기에
그 까닭에 그것을 버렸나이다.

또 다시 불을 성긴 복으로
천상과 인간에 생을 얻어서
탐내고ㆍ성내고ㆍ어리석음만 더한지라
그 때문에 저는 멀리 여의었나이다.

또 다시 불을 섬긴 복으론
장래에 나기[生]를 구하기 위함인데
이미 나기가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이 있었으며
이미 이러한 일들을 보았기에
그 때문에 불의 법을 버렸나이다.

모임을 베풀며 고해를 닦고
그리고 불을 섬긴 복으로
비록 범천(梵天)에 남을 얻었더라도
이것은 마지막의 처소가 아닌지라
이러한 인연 때문에
불 섬기는 일을 버렸나이다.

제가 여래의 법을 보건대
나고ㆍ늙고ㆍ병들음과 죽음을 떠났으며
마지막의 해탈하는 곳이었는지라
그 때문에 이제 출가하였나이다.

여래는 참으로 해탈을 하셔서
하늘과 사람들의 스승이 되었나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크고 거룩한 어른에게 귀의하였나이다.

여래는 큰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으로
갖가지 방편을 나타내시고
그리고 여러 가지 신통력을 쓰셔서
저희들을 이끌고 지도를 하셨거늘
어떻게 다시 불의 법을
받들고 섬길 수 있었겠나이까.

그 때 빈비사라왕과 여러 대중들은 우루빈라 가섭이 말하는 이 게송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여래에게 깊은 공경과 믿음을 내면서 틀림없이 여래는 일체 종지를 이룩하셨다 함을 알게 되었고
진실로 가섭은 바로 부처님의 제자인 줄 알았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공중에서 뭇 하늘의 꽃을 비내리고 미묘한 풍악을 잡히며 모두가 소리를 같이하여 부르짖었다.
‘거룩하십니다. 우루빈라 가섭여, 쾌히 이 게송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에 세존은 모든 대중들의 마음에 결정코 다시는 의심이 없음을 아셨다.

또 그들의 근기가 모두 의미 성숙하였음을 자세히 살피고 곧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아셔야 합니다. 이 5음(陰)의 몸은 의식[識]으로 근본이 되어서 의식으로 인하여 뜻 감관[意根]이 생겼으며
뜻 감관 때문에 빛깔[色]이 생겼나니, 이 빛깔의 법은 나고 없어지고 하여 머무르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만약 이와 같이 자세히 살필 수 있으면 몸에 대하여 무상한 줄을 잘 알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몸을 자세히 살펴서 몸의 형상을 춰하지 아니하면 (나)와 내 것[我所]이란 것을 여읠 수 있으며,
만약 잘 빛깔을 살펴서 (나)와 내 것이라 함을 여의면 바로 빛깔이 생겨서 곧 이 괴로움이 생기는 줄 알 것입니다.
만약 빛깔이 스러지면 곧 이 괴로움이 스러지는 줄 알 것이니, 만약 사람이 이와 같이 자세히 살필 수 있으면
이것을 풀림[解]이라 하고, 만약 사람이 이렇게 자세히 살필 수 없으면 이것을 얽매임[?]이라 합니다.
법은 본래가 (나)와 내 것이라 할이 없거늘 뒤바뀐 생각 때문에 멋대로 (나)와 내 것이 있다고 헤아리거니와
실제가 있는 법이란 없나니, 만약 이 뒤바뀐 생각을 끊을 수 있으면 곧 이는 해탈한 것입니다.’

그 때에 빈비사라왕은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만약 중생들이 (내)가 있다고 말하면 얽매임이라 이름하시는데,
일체 중생에게 모두가 다 (내)가 없다고 하면 이미 (내)가 없거니 누가 과보를 받을까?’
그 때에 세존(世尊)은 그의 생각을 아시고 바로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들이 행하는 선과 악이며 과보를 받는 것은 모두 (나)로써 지음이 아니고 역시 (나)로써 받는 것도 아니도되,
이제 현재에 선과 악을 지어서 과보를 받는 것이 있습니다.
대왕(大王)이여, 자세히 들으시오. 왕을 위하여 말하겠습니다.
대왕이여, 다만 감관[情]과 경계[塵]와 알음알이[識]가 합하여 경계에 물듦을 일으킴으로써
여러 생각이 더욱 더하여 이 반연 때문에 나고 죽음에 마구 헤매며 갖추 괴로운 과보를 받거니와,
만약 경계의 물듦이 없어서 그 여러 생각들이 쉬어지면 곧 해탈을 하나니,
감관과 경계와 알음알이의 세 가지 인연의 일로써 같이 선과 악을 일으키며 과보를 받는 것이요,
다시 따로 (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불을 비비댈 적에 손을 더욱 놀림으로 인하여 불이 일어나게 되지만 그 타는 불의 성질은 손으로부터 일어났거나
비벼서 일어난 것이 아니로되 역시 손과 부싯돌을 이읜 것이 아닌 것처럼, 그 감관과 경계와 알음알이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때에 빈비사라왕은 또 생각하였다.

‘만약 감관과 경계와 알음알이가 어울려 합하였기 때문에 선과 악의 과보를 받음이 있다 하면,
언제나 합하여졌음이요, 응당 떠났거나 끊어진 것이 아니다. 만약 항상 합하지 않았다 하면 이는 곧 끊어진 것이리라.’
그 때에 세존은 왕의 생각을 아시고 곧 대답하셨다.
‘이 감관과 경계와 알음알이는 항상 상[常]도 아니요, 없음[斷]도 아닙니다.

왜냐 하면 합하였기 때문에 없음도 아니며 여의었기 때문에 항상함도 아닙니다.
마치 땅의 물을 반연하고 그 종자를 원인하여 싹과 잎이 나면,
종자는 벌써 썩어지므로 항상하다고 이름할 수가 없으며 싹과 잎이 났기 때문에 아주 없다고 이름할 수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없음과 항상함을 떠났기 때문에 중도(中道)라 하거니와 세 가지 일의 인연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그 때 빈비사라왕은 이 법을 듣자마자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모든 법 안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8만 나유타의 바라문ㆍ대신이며, 인민들도 모든 법에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96만 나유타의 여러 하늘도 모든 법에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때에 빈비사라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반갑습니다. 세존이시여, 전륜성왕의 자리를 능히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배워서 일체 종지(一切種智)를 이룩하셨습니다.
저는 옛날 어리석어서 세존을 만류하여 작은 나라를 다스리게 하려 하였는데,
이제 인자한 얼굴을 뵙고 또 바른 법을 듣고서야 부끄러워지며 옛날의 허물이 뉘우쳐지옵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크신 자비로써 저의 참회를 받아 주옵소서.
나는 예날에 세존께 (만약 도를 얻으신 때면 먼저 저를 제도하여 주소서) 하였더니,
오늘 비로소 옛 소원을 이루었으며 세존의 은혜를 져서 도의 자취를 밟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세존과 비구들에게 공양하되 네 가지 일에 모자람이 없게 하겠사오니,
오직 원컨대 세존께서는 대숲[竹園]에 머무시면서 마갈제국이 오랫동안 편안함을 얻게 하여지이다.’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장하도다. 대왕이여 이에 세 가지 견고하지 못한 법을 잘 버리고
세 가지 견고한 과보를 구하니, 장차 왕의 서원에 만족을 얻게 하리다.’
때에 빈비사라왕은 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여 대숲에 머무시겠다 함을 알고 나서 부처님 발 아래 예배하고 작별하고 떠나갔다.
왕은 성으로 돌아가자마자 곧 신하들에게 칙명하여 대숲에 집을 짓게 하여 여러 가지로 장식하며
극히 엄숙하고 화려하게 하며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꽃을 흩으며 향을 사르고 모두 다 마친 뒤에
바로 수레를 차리어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숲의 승가람(僧伽藍)의 수리가 끝났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비구들과 함께
저를 가엾이 여기셔서 가시어 거기에 머무시옵소서.’

그 때에 세존은 비구들과 한량없는 하늘들에게 둘러싸여 왕사성에 들어가셨는데,
여래께서 문지방을 밟으실 때에 성 안의 악기는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고 좁은 문이 더욱 넓어지며
문 아래가 더 높아지고 모든 언덕이 모두 다 평탄하여지며 냄새나는 더러운 티끌과 때가 저절로 향기롭게 깨끗하여졌고,

귀머거리가 듣게 되고 벙어리가 말을 하며 소경이 보게 되고 미치광이가 나으며 곱사등이의 질병 등이 두루 다 나았으며,
다른 나무에 꽃이 피고 썩은 풀이 살아나며 마른 못에 물결이 더하고 향기 바람이 맑게 불며 봉황ㆍ공작ㆍ물총새ㆍ물오리ㆍ
기러기ㆍ원앙 등 기이한 종류의 새들이 어지러이 날며 모여와 온화하고 맑은 소리를 내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서로움이 있었는데, 성에 들어서는 빈비사라왕과 함께 대숲으로 가셨다.
그 때에 여러 하늘들은 공중에 가득 찼었는데, 때에 왕은 곧 손에 가진 보배 병에다가 향수를 담아서
여래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 이 대숲을 여래와 비구들에게 받들어 올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가엾이 여기셔서 저를 위하여 받아들여 주옵소서.’
이 말을 하여 마치고 곧 물을 드리니, 그 대에 세존은 잠자코 받으시면서 게송으로 주원(呪願)하였다.

만약 사람이 보시할 수 있으면
간탐을 끊어서 없애게 되고
어떠한 사람이 인욕(忍辱)할 수 있으면
영원히 성냄을 여의게 되며

어떠한 사람이 선을 능히 지으면
어리석음을 멀어지게 하나니
이 세 가지 행을 갖출 수 있으면
빨리 열반에 이르리라.

혹은 가난한 사람이 있어서
재물로 보시를 할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이가 보시를 닦는 것을 본때에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
따라서 기뻐하는 복의 과보로
보시함과 같아서 다름이 없으리라.

그 때 바라문과 대신이며 그 밖의 인민들은 왕이 여래에게 승가람을 받들어 보시함을 보고서
모두가 다 뛰놀며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었다.
그 때 빈비사라왕은 승가람을 보시하기를 마치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사는 데로 돌아갔는데,

염부제 안에서 여러 왕으로서 부처님을 뵈온 이로서는 빈비사라왕이 맨 첫째가 되며,
여러 승가람으로서 대나무 동산의 승가람이 가장 시초가 된다.
그 때 세존은 여러 비구들과 함께 대나무 동산의 승가람에 머무셨는데,

때마침 왕사성에 두 바라문이 있어서 총명하고 근기가 영리하며,
큰 지혜가 있어서 모든 글과 의론에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었으므로 변재와 논의에 꺾어 굴복시키지 못하였나니,
첫째는 성씨가 구율(拘栗)에 이름이 우바실사(優波室沙)였으나 어머니의 이름이 사리(舍利)였기 때문에
세상에서 부르기를 사리불(舍利弗)이라고 하였고, 둘째는 성씨가 목건련(目?連)에 이름이 목건라야나(目?羅夜那)라 하였다.

저마다 1백씩의 제자가 있었고 널리 나라의 인민들에게 숭앙을 받았는데,
두 사람이 서로 함께 친우가 되어서 극히 사랑하고 중히 여기면서 함께 맹세하였다.
‘만약 먼저 여러 미묘한 법을 듣게 되면 반드시 서로가 깨우치되, 인색하지 마십시다.’

그 때에 아사바기(阿捨婆耆) 비구는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되
모든 감관이 잘 잡도리되고 위의가 차분하였으므로, 길가는 사람으로서 보는 이는 모두가 공경심을 내었다.
때에 사리불은 갑자기 가는 길에서 아사바기를 만났었는데, 모든 감관이 잘 잡도리되고 위의가 차분하였으므로
그 사리불은 착한 뿌리가 이미 성숙된지라 아사바기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온몸을 날뛰며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되 잠시는 떼지 않으면서 곧 물었다.

‘나의 뜻으로 그대를 살피건대 새로 출가하신 것 같은데 그렇도록 모든 감관을 잡도리하고 계시오.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대답을 하여 주십시오. 그대는 이제 큰 스승의 그 이름이 무엇이며
가르치고 경계하신 바가 계셨다면 무슨 법을 펴서 말씀하십니까?’

때에 아사바기는 차분히 대답하였다. ‘저의 큰 스승이야말로 일체 종지를 얻으신 바로
감자(甘蔗) 성바지이신 하늘과 인간의 스승이신데, 상호와 지혜며 그리고 신통력이 짝할 이가 없는 분입니다.
나는 나이가 어리고 도를 배운 날이 얕거늘 어찌 여래의 미묘한 법을 널리 말씀할 수야 있겠습니까?
그러나 알고 있는 바를 그대에게 말씀하겠습니다.’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의 모든 법의 근본은
인연으로 생기며 주(主)가 없나니
만약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이면
진실한 도를 얻게 되느니라.

때에 사리불은 아사바기가 말하는 이 게송을 듣자마자 곧 모든 법에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눈이 깨끗함을 얻고 도의 자취를 본 뒤에 마음이 크게 뛰놀며
몸의 모든 감관이 다 기뻐지므로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들은 모두가 (나)에 집착한 까닭에 바퀴돌 듯하며
나고 죽는 데에 있다. 만약 (나)라는 생각을 없애면 곧 내 것[我所]에도 모두 떠날 수가 있다.

마치 햇빛이 어둠을 깨뜨릴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없다는 생각도 역시 그러하여
모두 (나)라는 소견의 어둔 장애를 깨뜨릴 수 있다. 나는 옛날부터 닦고 배웠던 것이란 모두가 삿된 소견이었고
오직 지금의 얻은 바가 바로 바르고 참된 도로구나’ 하며 이런 생각을 한 뒤에 아사바기의 발에 절하고서 있던 데로 돌아갔다.

때에 아사바기는 나아가며 걸식하기를 마치고 대나무 동산으로 돌아왔다.
때에 사리불은 살던 곳으로 돌아갔었는데, 때에 마우드갈랴아야는 선한 뿌리가 이미 성숙되었는지라
사리불을 보았더니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어 위의가 차분하며 얼굴에 기뻐함이 보통의 날과 달랐으므로 곧 물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살피건대, 모든 감관이며 얼굴 모습이 보통과는 다름이 있는데
반드시 이미 단 이슬의 미묘한 법을 얻었겠습니다. 나는 옛날 그대와는 함께 맹세를 맺되,
(만약 미묘한 법을 들으면 반드시 서로가 알리고 깨우치자)고 하였으니, 그대는 얻은 바가 있거든 나에게 말씀하여 주십시오.’

때에 사리불은 곧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진실로 이미 단 이슬의 법을 얻었습니다.’
대목건련은 듣고 나서 기뻐하기를 한량없이 하다가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지금 나를 위하여 말씀하십시오.’
사리불은 말하였다 ‘나는 이제 나아갔다가 하나의 비구를 만났더니,
옷과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서 걸식을 하였는데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위의가 차분하기에 나는 보고서 깊이 공경심을 내어 그 곳에 이르러서 물었소.
(나의 뜻으로 그대를 살펴보며 새로 출가한 것 같은데 이와 같이 모든 감관을 잘 잡도리하셨으니,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이제 큰 스승의 그 이름이 무엇이며,
가르치고 경계한 바가 있었다면 법을 널리 말씀하십니까?)

때에 아사바기는 차분하게 곧 대답하였소. (나의 큰 스승이야 말로 일체 종지를 얻으신 바로 감자성바지인 하늘과
사람들의 스승이십니다. 상호와 지혜며 그리고 신통력이 짝할 이가 없습니다. 나는 나이가 어리고 도를 배운 날이 얕거늘
어찌 여래의 미묘한 법을 펴서 말씀할 수가 있겠소. 그러나 알고 있는 바를 당신에게 말씀하겠소.)
그리고는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소.’

일체의 모든 법의 근본은
인연으로 생기며 주(主)가 없나니
만약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이면
진실한 도를 얻게 되느니라.

그 때에 대목건련은 사리불이 말하는 이 말을 듣자마자, 곧 모든 법에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그 때 사리불과 대목건련은 저마다 부처님의 법에 단 이슬을 얻고 나서 서로가 함께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미 부처님의 법에서 저마다 이익을 얻었으나, 이제 마땅히 함께 부처님에게 가서 출가를 구해야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여 마치고 저마다 제자들을 불러서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이미 부처님 법에서 단 이슬의 맛을 얻었다. 오직 이 법만 이 바로 세상을 뛰어나는 도이므로,
우리는 이제 부처님에게 가서 출가하기를 구하려 하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느냐?’
여러 제자들은 그의 스승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들이 지금 지니고 있는 식견은 모두가 큰 스승의 힘인데, 스승께서 만약 출가하신다면 우리도 모두가 따르겠습니다.’
이에 두 사람은 곧 2백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대나무 동산으로 나아가다가 문에 들어가면서 멀리 여래를 보았더니,
상호가 장엄한데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였는지라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온몸을 뛰놀았다.

그 때 세존은 사리불과 대목건련이 그 제자들과 함께 서로 따르며 오고 있음을 보고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하리라. 지금 이 두 사람은 여러 제자들을 거느리고 나에게 와서는 출가하기를 구하리라.
한 명의 이름은 사리불요, 또 한 명의 이름은 목건련인데, 장차 나의 법 중에 우두머리 제자가 되리라.
사리불은 지혜 중에서 맨 첫째가 될 것이요, 대목건련은 신통 중에서 다시 더할 나위 없이 되리라.’
부처님에게 닿아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의 법에 이미 도의 자취를 얻었거니와 출가하기를 바라오니 때에 허락하옵소서.’
그 때에 세존은 곧 부르셨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곧 사문이 되었다.

때에 그의 2백 제자들은 벌써 그의 스승이 사문이 되었음을 보고 모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도 스승을 따라서 출가하려 하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가엾이 여기시어 허락하옵소서.’
이에 세존은 곧 또 부르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아.’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곧 사문들이 되었다.
그 때 세존은 사리불과 대목건련을 위하여 널리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자, 두 사람은 곧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
또 다시 그 2백의 제자들을 위하여 널리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자,
곧 모든 법에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내지 아라한의 과위도 얻었다.

그 때 세존은 모두가 큰 아라한인 1,250 비구와 함께 마가다국에서 널리 중생들을 이롭게 하셨는데
여러 비구들 중에 목건련이라는 이름 지닌 사람이 많이 있었는지라
세존은 일부러 이 목건련에게는 대목건련(大目?連)라 하셨다.

그 때 투라궐차국(偸羅厥叉國)에 가섭(迦葉)이라 하는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서른두 가지 모습이 있고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네 가지 베다 경전[四毘陀經]을 외우며
온갖 글과 이론에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고 극히 큰 부자였는지라 보시를 잘하였으며,
그 부인은 단정하여 온 나라에서 짝할 이가 없었지만 두 사람은 자연히 음욕의 생각조차 없었으므로
같이 한 방에서 잠자리까지도 하지 않았다.

오랜 옛날에 선한 뿌리를 심었기 때문에 집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 욕심의 즐거움 받기를 좋아하지 아니하고 밤낮 생각하였다.
‘세간이 싫증이 나므로 애써서 출가의 법을 찾으리라.’
이렇게 찾았지만 되지 않는지라 곧 집안 일을 버리고 산 숲에 들어가서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출가하여 도를 닦으셨으니, 나도 이제 부처님의 출가를 따라야겠다.’
그리고는 곧 금실로 짜서 만든 백천 냥의 돈 값어치가 된 값진 보배 옷을 벗어 버리고 빛깔을 무너뜨린 누더기를 입고
스스로가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버리자, 그 때에 여러 하늘들은 공중에서 가섭이 스스로 출가함을 보고서 말하였다.
‘선남자시여, 감자 성바지로써 백정왕의 아들의 이름은 살바실달[?波悉達]이신데
출가하여 도를 닦고 일체 종지를 이루셨습니다. 온 세상에서 부르시기를 석가모니라 하는데,
지금 1,250의 아라한과 함께 왕사성의 대숲 가운데 머물고 계십니다.’

그때에 가섭은 하늘의 말을 듣고서 기뻐 날뛰며 몸의 털이 다 곤두서는 지라. 곧 대숲의 승가람(僧伽藍)으로 나아갔다.
그 때 세존은 그가 장차 올 것을 아시고 생각하셨다.
‘그 선한 뿌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가서 제도하여야겠구나.’
즉시 마중을 가시다가 자도바(子兜婆)에 이르러서 가섭을 만났는데,
때에 그 가섭은 벌써 상호와 위의가 특히 높으심을 보고 곧 합장하면서 말하였다.

세존이야말로 참으로 이는 일체 종지시며, 참으로 이는 자비로 중생들을 제도하실 이며, 참으로 이는 일체가 귀의할 곳이옵니다.’ 그리고는 온몸을 땅에 던지며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야말로 이제 바로 저의 큰 스승이오며 저는 바로 제자이옵니다.’
이렇게 세 번을 말하자,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그러하다. 가섭아, 나는 바로 너의 스승이며 너는 바로 나의 제자니라.’

또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가섭아, 알아야 하리라.
어떤 사람이 진실로 일체 종지가 아니면서 너를 제자로서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머리가 곧 깨져서 일곱 조각이 나리라.’
또 다시 말씀하셨다. ‘장하도다. 가섭아, 반갑구나. 가섭아,
다섯 가지로 원인[陰]을 받는 몸은 바로 큰 괴로움의 더미인줄 알아야 한다.’
때에 가섭은 이 말씀을 듣자마자 곧 진리를 보았으며, 이에 아라한의 과위까지 얻었다.
그 때 세존은 가섭과 함께 대나무 동산에 돌아가셨는데, 이 가섭은 크고도 거룩한 덕과 지혜와 총명이 있었기 때문에
대가섭(大迦葉)이라 이름하였다.

그 때 세존은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광여래(普光如來)께서 세상에 안 오셨을 때의 선혜선인(善慧仙人)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니라. 길을 가다가 만났던 5백의 외도로써 함께 논의하고 따라 기뻐했던 이들은
지금의 이 모임 안의 우루빈라가섭 형제와 그의 전속 천 비구들이 그들이요,

때에 꽃을 팔았던 여인은 지금의 야수다라가 그 사람이 부처님 앞의 땅을 쓸었고,
2백 인이 따라 기뻐하며 도왔던 이름은 지금 이 모임 안의 사리불과 대목건련이며 아울러 2백 제자인 비구들이 그들이었다.
허공에서 여러 하늘들이 선혜 선인이 머리칼을 땅에 깔음을 보고 모두 다 따라서 기뻐하며 찬탄한 이들은
내가 처음에 도를 얻고서 녹야원(塵野園)에서 비로서 법의 바퀴를 굴릴 적의 8만의 천자들과 빈비사라왕이 거느렸던 귄속
8만 나유타 인이며 96만 나유타 하늘들이 그들이었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지나간 세상에 심었던 인(因)은 한량없는 겁을 지 나면서도 마침내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옛날에 애써 부지런히 온갖 선한 일을 닦아 익히고 큰 서원을 세워서 마음에 물러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지금에 일체종지를 성취하였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애써 도와 행을 닦되 게으르지 말지니라.”
[출처] 과거현재인과경 – 제4권 (한국무속협회, 부산동래지부.) |작성자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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