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03권

과거현재인과경 – 제3권

  • 송 천축 구나발타라 한역. 번역

그 때 백정왕은 왕사와 대신을 보내고 난 뒤에 곧 태자의 영락을 마하파사파제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태자가 입었던 영락인데, 차익에게 맡겼기에 돌아와서 당신에게 주게된 것이오.’
마하파사파제는 영락을 보고 나서 갑절이나 더 슬퍼하면서 생각하였다.
‘사천하의 인민들이 아주 박복하구나 이 밝고 지혜로운 전륜성왕을 잃었으니 말이다.’

또 나머지의 꾸미개들을 보내어 야수다라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태자는 이 몸을 꾸몄던 꾸미개들을 너에게 주도록 하였단다.’
야수다라는 이 물건들을 보자마자 기절하여 땅에 넘어져버렸으므로 왕은 또 사람을 파견하여
야수다라에게 칙명하여 스스로 아끼고 공경하게 하여서 태 안의 아이가 편안하지 못한 일이 없게 하였다.

그 때 왕사와 대신은 발가 선인이 고행을 하는 숲 속에 이르러서 시종하던 사람들과
여러 의식의 장식들을 물리쳐 없애고서 곧 신선이 살고 있는 곳으로 나아가매 신선이 앉기를 청하므로
서로가 문안하고서 이에 왕사는 신선에게 말하였다.
‘저는 바로 백정왕의 스승인데, 이제 여기까지 온 까닭은 저 백정왕의 수족인 태자께서 나고ㆍ늙고ㆍ병들고
죽음의 고통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우러 이 숲을 따라서 지나 갔었는데 큰 신선께서는 보셨습니까?’

발가 선인은 왕사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요사이 여기에서 한 동자를 보았었는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상호가 완전히 갖추었습니다. 이 숲에 들어왔었기에 나와 함께 의론을 하면서
드디어 하룻밤을 묵고 갔었거니와 바로 이 분이 왕의 태자인 줄을 몰랐습니다.
우리들이 닦는 도가 비천하다 하여 여기서 북쪽으로 갔었는데,
저 신선인 아라라(阿羅邏)와 가란(迦爛)에게 나아갔을 것입니다.’

그 때에 왕사와 대신은 이 말을 듣고 곧 빨리 그 신선의 처소에 나아가다가
중도에서 태자가 나무아래에 단정히 앉아서 생각하고 있음을 멀리서 보았는데
상호의 광명이 해와 달 보다 뛰어났는지라, 곧 말에서 내리며 시종들을 물리치고
모든 의식의 복장을 벗어버리고 태자에게 나아가 한쪽에 앉아서 서로 문안을 하고,
왕사는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 태자를 찾게 하시면서 드릴 말씀을 전하려 합니다.’

태자는 대답하였다. ‘부왕께서 당신을 보내시며 무슨 말씀을 하라 하셨습니까?’
왕사는 말하였다. ‘대왕은 오랫동안 태자께서 깊이 집을 떠나시려 하였고
이 뜻은 돌리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태자에 대한 은혜와 애정이 깊어서
근심 걱정으로 타오르는 불이 언제나 자연히 훨훨 타고 계시는데, 태자께서 돌아오셔야만 꺼지실 것입니다.

원컨대 곧 수레를 돌려도 태자에게는 도의 일을 온전히 버리도록 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는 곳이란 반드시 산이거나 숲만이 아닙니다.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며
안팎의 권속들은 모두가 다 근심과 괴로움의 큰 바다에 떨어져 있으니, 태자는 돌아가실 것을 생각하시며
그들을 구제하십시오.’

그 때에 태자는 왕사의 말을 듣고 깊숙하고도 묵직한 소리로써 왕사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부왕께서 저에 대한 은정이 깊은 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다만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괴로움을 두려워하여 그 때문에 여기에 와서 끊어 없애려한 것입니다.
만약 은혜와 사랑을 마치는 날까지 만나고 모이게 하거나 또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이 없게 하였다면
저는 또 무엇 하러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저는 이제 부왕을 어기고 멀리하는 까닭은 장래에 화합을 하려 하기 위해서이므로 부왕의 근심 걱정하는 큰불이
지금은 비록 훨훨 탄다 하더라도 저와 부왕은 오직 금생에 있는 이 한 고통만이 남아 있으며 장차 오는 세상에서는
저절로 영원히 이런 근심을 끊어질 것입니다.

만약 당신의 말씀대로 저를 궁중에서 살면서 도의 일을 닦게 한다 하면 마치 7보의 집의 안에
불꽃을 가득히 채움과 같거늘 어떤 사람이 이 집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독이 섞인 밥과 같아서 설령 굶주린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마침내 먹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미 나라를 버리고 집을 떠나서 도를 닦고 있거늘 어떻게 나에게 다시 궁성에 돌아가서
도를 배우고 닦게 하겠습니까?

세간 사람들은 큰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조그마한 즐거움을 위해서 오히려 빠져서 잠깐도 버릴 수가 없거든
하물며 저는 이 극히 조용한 곳에서 모든 근심과 괴로움이 없거늘 잘 버리고 서는 도로 나쁜 데에 나아가겠습니까?
옛날의 여러 왕들은 산에 들어가서 도를 닦다가 중도에서 돌아가 애욕을 받은 일이 없었습니다.
부왕께서 만약 반드시 저를 돌아오게 하려 하신다면 곧 이는 선왕(先王)들의 법을 어긴 것입니다.’

그 때에 왕사는 태자에게 아뢰었다. ‘진실로 태자께서 지금의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 신선이며 성인들도 한 분은 말하기를, (미래에는 결정코 과보가 있다)라고 하였고,
한 분은 말하기를, (결정코 이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두 신선이며 성인들도 오히려
미래 세상 안에서 반드시 있다 없다 함을 알지 못하셨거든 태자는 어찌하여 현재의 안락을 버리고
미래의 정해 있지 않은 과보를 구하려 하십니까?
나고 죽음의 과보는 오히려 결정코 있느냐 없느냐를 알 수 없거늘 어떻게 해탈의 과보를 구하려 하십니까?
오직 원컨대 태자께서는 곧 궁중으로 돌아가십시다.’

그러자 태자는 대답하였다. ‘저 두 신선이 미래의 과보를 설명하면서 한 분은 (있다)하고 한분은 (없다)하니,
모두 이는 의심을 하며 결정적인 설명이 아니거니와 나는 이제 마침내 그들의 가르침을 닦거나 따르지를 않을 것이므로 이것으로써 힐난 하지 마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과보를 바라거나 그리워하여 여기에 온 것이 아니며
눈으로 보게 된 나고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반드시 겪어야 하겠기에 해탈을 구하고
이 괴로움을 면하기 위해서 일뿐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오래지 않아 내가 도를 이룸을 보게 될 것이며,
나의 이 뜻과 소원은 마침내 돌일 수 없으리라. 돌아가서 부왕에 여쭙되 이와 같이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 때에 태자는 이런 말을 하여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왕사며 대신과 작별하고 북쪽으로 가면서
아라라와 가란 선인들의 처소로 나아갔다.

때에 왕사와 대신은 태자가 떠나감을 보고 슬피 울며 괴로워하였나니,
첫째는 태자와 정이 깊었음을 생각하였음이요,
둘째는 왕의 사자로서 명을 받아 태자의 처소에까지 왔으면서도 그의 뜻을 움직이지 못하였는지라
길 곁을 이리저리 거닐면서 스스로 돌아갈 수가 없었으므로 서로가 함께 의논하였다.
‘이미 왕의 사자가 되어서 성과가 없이 이제 빈 것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어떻게 대답을 올리겠소.
우리들을 따라온 다섯 사람을 머물러 두어야겠습니다.

그들은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마음과 뜻이 부드럽고 성품 됨이 성실하고 정직하며 성바지도 강한 이들이니
은밀히 엿보고 살피며 그의 나아가고 머무름을 보살피게 하십니다.
이런 말을 하여 마치고 그 곁을 돌아보며 교진여(?陳如) 등 다섯 사람을 보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여기에 머무를 수 있겠느냐?’

다섯 사람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나아가고 머무르는 행동을 은밀히 엿보며 살피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작별을 하며 태자의 처소로 나아가자 왕자와 대신은 궁성으로 돌아왔다.
그 때 태자는 저 아라라와 가란 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나아가다가 항하 (恒河)를 건너 왕사성을 지나는 길에
성을 들어갔더니, 여러 인민들이 태자의 얼굴 모습과 상호가 특수함으로 보고 기뻐하여 사랑하고 공경하면서
온 나라가 모두 달려 와서 쳐다보며 이렇게 떠들썩하게 지껄이는지라 빈비사라왕(頻毘婆羅王)이 듣고
왕은 곧 놀라며 물었다. ‘이것이 바로 무슨 소리들이냐?’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백정왕의 태자 살바 실달타는 옛날에 여러 관상쟁이들이 그는 전륜왕의 자리를 얻어서
온 천하의 왕 노릇을 하리라고 예언하였고 또 다시 그가 만약 집을 떠나면 반드시 일체 종지를 성취하리라고
예언하였었는데, 그 사람이 지금 이 성에 들어왔으므로 밖의 여러 인민들이 다투어 달려가서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떠들썩하게 지껄이는 것입니다.’

때에 빈비사라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온몸을 뛰놀면서 곧 한 사람에게 칙명하여
가서 태자가 있는 곳을 살피게 하였으므로, 사자는 칙명을 받고 태자를 찾아나가서는 반다바(般茶婆)산의
한 돌 위에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고는 때에 사자는 곧 돌아와서 대왕에게 자세히 아뢰었으므로
왕은 곧 수레를 차리어 여러 대신이며 백성들과 함께 태자의 처소에 나아가서 반다바산에 이르러 멀리서 태자를 보니
상호의 광명이 해와 달보다 뛰어났는지라 곧 말에서 내리어 몸의 장식과 여러 시종들을 물리치고 나아가 앉아서
태자에게 문안하였다.

‘네 가지 요소가 모두 고르고 온화하십니까? 제가 태자를 보매 마음이 매우 기쁩니다만 그러나 한 가지 슬픔이 있습니다. 태자는 본래 이는 해의 성바지로서 오랜 세상을 서로 이으면서 전륜왕이 되었었으며,
태자도 지금 전륜왕의 상호가 모두가 완전히 갖추어 계시거늘 어찌하여 버리시고 깊은 산에 들어와서
모래와 흙을 밟고 깔며 멀리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제가 이것을 보고서 슬퍼합니다.

태자께서 만약 부왕께서 지금 계시기 때문에 전륜성왕의 자리를 가지려 하시지 않으시면
장차 저의 나라를 반씩 나누어 다스립시다. 만약 적다고 생각되시면 저는 나라를 다 버리고
신하로써 태자를 섬기겠습니다. 만약 또 저의 이 나라도 가지시지 않겠으면 네 가지 군사를 드릴 터이니,
몸소 다른 나라를 쳐서 가지십시오. 태자께서 하고 싶은 바라면 어기지를 아니하겠습니다.’

그 때에 태자는 빈비사라왕의 이 말을 듣고 깊이 그의 뜻에 감동하여 곧 왕에게 대답하였다.
‘왕의 성바지는 본래 밝은 달[明月]이신지라 성품이 자연히 높고 시원하며 비루한 일을 하지 아니하고
하는 일들은 맑고 훌륭하지 않음이 없으신데 이제 하시는 말씀만은 기특하시다고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왕을 자세히 살피건대 속의 뜻이 지극히 간절하므로 앞보다 뒤가 갑절이나 되십니다.
왕은 이제 곧 몸과 목숨과 재물에 대한 세 가지 굳건한 법을 닦으실 것이요,
또한 굳건하지 못한 법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권장하지 마셔야 합니다.

나는 이제 전륜왕의 자리를 버렸거늘 또한 무슨 일로 왕의 나라를 가져야 합니까?
왕은 착한 마음으로써 나라를 버리어 나에게 주겠다는 것도 오히려 갖지 않겠거든 무엇 때문에 군사로써
남의 나라를 쳐서 가지겠습니까? 나는 이제 부모를 작별하여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나라를 버리게 된 까닭은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괴로움을 끊기 위해서요, 다섯 가지 욕심의 즐거움을 구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세간에 다섯 가지의 욕심은 큰 불더미와 같아서 모든 중생들을 불사르며 스스로 뛰어 나올 수 없게 하거늘
어찌하여 나에게 탐내고 집착하기를 권하십니까?
내가 이제 여기까지 온 까닭은 두 신선인 아라라와 가란이 바로 해탈을 구하는 가장 으뜸 되는 길잡이라 하기에
그 곳에 나아가서 해탈의 도를 구하려 한 것이요, 오래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나는 왕의 처음에 하신 말씀과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주신 것을 어겼으나 싫어하거나 원망을 하지 마십시오.
왕은 이제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릴 것이며 인민들을 그릇되게 하지 마십시오.’
이런 말을 하여 마치고 태자는 곧 일어나서 왕과 작별하였다.

때에 빈비사라왕은 태자가 떠나감을 보고 깊이 크게 실망하여 탄식하며 합장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처음 태자를 보자 마음이 크게 뛰놀더니, 태자가 떠나니 갑절이나 슬픔과괴로움이 생깁니다.
당신은 이제 큰 해탈을 위하여 떠나가시겠다면 감히 만류하지는 않겠습니다.
오직 원컨대 태자께서는 기대하신 바를 빨리 이루십시오. 만약 도가 이루어지시면 먼저 저를 제도하여 주십시오.’
태자는 이에 작별하고 떠나갔으며, 때에 왕은 받들어 보내며 길곁에 서서 보이는 데까지 바라보다가
보이지 않자 비로소 돌아왔다.

그 때 태자는 곧 나아가 그 아라라선인의 처소에 이르렀는데, 때에 여러 하늘들은 신선에게 말하였다.
‘살바 실달께서 국토를 버리고 부모를 이별하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여 일체 중생들의 괴로움을 뽑아 주려고 이제 이미 오셔서 여기에 이르려고 합니다.’
때에 그 신선은 이미 하늘의 말을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는데 얼마 안 되어 멀리서 태자가 보이므로
곧 나가서 받들어 영접하면서 찬찬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함께 사는 곳으로 돌아와서 태자를 청하여 앉혔다.

이 때에 신선이 태자의 얼굴 모습을 보았더니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지고 모든 감관이 편하고 조용하였으므로
기이 애정과 공경심을 내면서 태자에게 물었다. ‘길을 가시느라고 고달프시지는 않습니까?
태자께서 처음 탄생하심과 집을 떠나서 또 여기까지 오시게 됨을 나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능히 불더미에서 몸소 깨치고서 나오셨고 또 큰 코끼리가 덧 가운데서 스스로 벗어남과 같습니다.

옛날의 여러 왕들은 한창일 때에는 다섯 가지 욕심을 마음껏 받다가 감관이 늙어짐에 이르면
그런 후에야 곧 나라와 즐거움의 도구를 버리고 집을 떠나서 도를 배웠으므로 이는 기특할 거리가 못되었거니와
태자께서는 이제 이 한창인 나이에 다섯 가지 욕심을 능히 버리고 멀리 여기까지 오셨으니, 참으로 특수하삽니다.
부지런히 힘써 나아가시어 속히 저 언덕을 건너셔야 하시리다.’

태자는 듣고 대답하였다. ‘저는 당신의 말씀을 들으니 매우 기쁩니다. 당신은 저를 위하여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끊는 법을 말씀하시면 저는 이제 즐거이 듣겠습니다.’
신선은 대답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그리고는 곧 설명하였다. ‘중생들의 시초는 명초(冥初’)에서 시작되었나니,
명초로부터 아만(我慢)이 일어나고 아만으로부터 어리석은 마음이 나고 어리석은 마음으로부터
염애(梁愛)가 일어나고 염애로부터 다섯 가지 미세한 티끌의 기운[五微塵氣]이 나고
다섯 가지 미세한 티끌의 기운으로부터 5대(大)가 나고 5대로부터 탐냄과 성냄 등의 모든 번뇌가 나서
이에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에 헤매면서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나니,
이제 태자를 위하여 간략히 말하였을 뿐입니다.’

그 때에 태자는 곧 물었다. ‘저는 지금 이미 당신이 말씀하신 나고 죽음의 근본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어떠한 방편으로 끊을 수 있습니까?’
신선은 대답하였다. ‘만약 이 나고 죽음의 근본을 끊으려 하면, 먼저 집을 떠나서 계행을 닦아 지니고
겸손하고 낮추어서 욕됨을 참으며 비고 한가한 데 머물러서 선정을 닦아 익히되 욕심세계의 악하고 선하지 못한
법을여의고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는 초선(初禪)을 얻으며, 각관(覺觀)을 없애고 정(定)에서 생기는
기쁜 마음[喜心]으로 제2선(禪)을 얻으며, 기쁜 마음을 버리고 바른 생각으로 즐거움[樂]의 뿌리를 갖추어
제3선(禪)을 얻으며, 괴로움과 즐거움을 버리고 청정한 기억으로 평정[捨]의 뿌리에 들면서
제4선(禪)을 얻어 생각이 없는 과보[無想報]를 얻습니다.

특별히 어떤 스승은 이와 같은 것을 말하여 해탈이라 이름을 하는데, 선정으로부터 깨치고 나서
그런 뒤라야 해탈의 자리가 아닌 줄 압니다. 빛깔[色]이란 생각을 떠나서 ‘공’한 곳에 들며
대경(對境)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스러져서 의식[識]이란 곳에 들며 한량없는 의식이란 생각이 스러져서
오직 한 의식이라 함만 자세히 살피어 무소유처(無所有處)에 들며 갖가지의 생각을 떠나서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드나니, 이 곳을 마지막의 해탈[完議解脫]이라 하며,
이것이 모든 배우는 이들의 저 언덕[彼岸]입니다.
태자께서 만약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근심을 끊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행을 닦아야 합니다.’
그때에 태자는 신선의 말을 듣고 마음이 기쁘거나 즐겁지 않는지라 곧 생각하였다.
‘그의 아는 바와 소견은 마지막이 아니며 이는 영원히 모든 번뇌를 끊는 것이 아니로다.’
그리고는 곧 말하였다. ‘저는 지금 당신이 말씀하신 법 가운데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 곳이 있으므로
이에 묻고자 합니다.’

신선이 대답하였다. ‘공경하면서 물는 뜻을 좇겠습니다.’
그러자 곧 물었다. ‘생각도 생각 아님도 아닌 곳에는 내가 있습니까?
내가 없습니까? 만약 내가 없다고 하면 생각도 생각 아님도 아니라고 말씀해서는 안 되며,
만약 내가 있다고 하면 나에게는 앎이 있습니까? 나에게는 앎이 없습니까?
나에게 앎이 없다고 하면 곧 나무와 돌과 같을 것이요, 나에게 만약 앎이 있다고 하면 곧 반연(攀緣)함이 있을 것입니다. 이미 반연이 있으면 물듦과 집착이 있으며 물듦과 집착이 있기 때문에 해탈이 아닙니다.
당신은 거친 번뇌는 다하였으나 미세한 번뇌가 아직 존재함을 스스로 모릅니다.
그 때문에 마지막이라 생각되나 미세한 번뇌는 더욱 자라나서 다시 내려와 태어남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저 언덕을 건넌 것이 아닌 줄 아십시오. 만약 나와 나라는 생각을 없애서 온갖 것을 다하여 버리면
이것이 곧 참 해탈이라 하는 것입니다.’ 신선은 잠잠하며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태자의 말하는 바가 매우 미묘하구나.’ 그 때 태자는 다시 신선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이 얼마에 집을 떠나셨으며, 맑은 행을 닦아 온 지가 또 몇 년이나 되십니까?’
신선은 대답하였다. ‘나는 나이 열여섯 살에 집을 떠났었고, 맑은 행을 닦아 온 지는 104년입니다.’
태자는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집을 떠난 지가 이렇게 오래되었지만 얻게 된 법은 바로 이렇구나.’
때에 태자는 훌륭한 법을 구하기 위하여 곧 자리에서 일어나면 신선과 작별을 하자, 그 때에 신선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오랫동안 오면서 이런 고행을 익혀서 얻게 된 결과는 바로 이런 것뿐인데,
당신은 바로 왕의 성바지로서 어떻게 고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당신이 닦으신 것과 같은 것은 고행이 되지 않습니다.
따로 가장 괴롭고 행하기 어려운 도가 있습니다.’ 신선은 이미 태자의 지혜로움을 보고
또 뜻이 굳건해서 이지러지지 않았음을 자세히 살피고는 틀림없이 일체 종지를 이룰 것을 알고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당신이 만약 도가 이루어지면, 원컨대 먼저 나를 제도하여 주십시오.’
이에 태자는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십시다.’
다음에 가란이 살고 있는 곳에 닿아서 논의하고 문답하였으나 역시 그와 같았으므로, 태자는 곧 길을 떠나갔다.
때에 두 신선은 태자가 떠나감을 보고 저마다 생각하였다.
‘태자의 지혜야말로 깊숙하고 미묘하며 기특한지라 이에 헤아리기가 어렵구나.’
그리고는 합장하고 받들어 보내면서 보이지를 않자 곧 돌아왔다.
그때 태자는 아라라와 가란 등 두 신선을 조복한 뒤에 곧 가자산(迦?山)의 고행하는 숲 속으로 나아갔는데,
이는 교진여 등 다섯 사람이 머무르고 있던 곳이었으므로 곧 니련선하(尼連禪河) 곁에서 고요히 앉아 생각하였다.

‘중생들의 근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6년의 고행을 하여야 그들을 제도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고행을 닦자, 이에 여러 하늘들은 깨와 쌀을 바쳤다.
태자는 바르고 참된 도를 닦기 위하여 마음을 깨끗이 하고 계율을 지키면서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낱의 쌀을 먹으면서도 만약 구걸하는 이가 있으면 역시 보시하였다.

그 때 가전연 등 다섯 사람은 태자를 보매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하고 고행을 닦으면서 혹은 하루에 한 톨의
깨를 먹기도 하고 혹은 하루에 한 톨의 쌀을 먹기도 하고 혹은 2일 내지 7일 동안에 한 톨의 깨와 쌀을 먹기도 하였다.
때에 교진여 등도 고행을 닦으면서 태자에게 시봉하며 그 곁을 떠나지 아니하였는데,
이것을 보고 나서 한 사람을 파견하여 돌아와 왕사와 대신에게 알리며 태자의 하는 일을 자세히 말하게 하였다.

그 때 왕사와 대신은 함께 궁전 문에 돌아왔는데, 얼굴 모습이 근심에 야위었고 몸의 형상이 시들부들함이
마치 어떤 사람이 그의 어버이를 잃고 장례를 치른 뒤에 억지로 참으며 돌아옴과 같았다.
때에 문지기는 왕에게 아뢰었다. ‘스승과 대신이 지금 문 밖에 있습니다.’
왕은 듣고 기가 막혀서 소리도 못 내고 몸과 머리만을 겨우 움직이는지라,

때에 문지기는 왕의 이런 뜻을 알고 곧 앞에 나가게 하였는데,
왕은 서로 만나자 슬퍼서 말도 못하다가 이렇게 하기를 한참하고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
‘태자야말로 이미 이는 나의 생명인데, 그대들은 지금 혼자만이 여기에 돌아왔구료,
나의 생명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왕사는 대답하였다. ‘저는 왕의 칙명을 받들고 태자를 찾아서 발가 선인이 사는 곳에 이르러서는 태자를 찾았더니
선인이 저에게 태자의 계신 데를 말하였고 아울러 태자가 하시던 말들을 하여 주었으므로 저는 곧 앞으로 나아가다가
중도에서 우연히 태자를 만났습니다.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생각을 하는데 상호의 광명이 해와 달보다 뛰어났었으므로 곧 태자를 향하여 대왕과 마하파사파제며 야수다라의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뜻을 자세히 말씀하였더니,
태자는 깊고도 묵직한 소리로써 대답하였다. (제가 어찌 부왕과 친척들의 은정이 깊은 줄을 모르겠습니까만
다만 나면 죽고 사랑하면 이별하게 되는 괴로움을 두려워하여 끊어 없애려고 일부러 여기에 왔을 뿐입니다) 하면서,
이렇게 갖가지로 말을 하는데 뜻이 굳어서 마치 수미산을 움직일 수 없음과 같았습니다.

저를 버리고 떠나가기를 마치 지푸라기 버리듯 하였으므로, 그때에 곧 다섯 사람을 선택하여 따르고
시중하면서 계신 데를 살피게 하였었는데, 보냈던 사람 가운데의 한 사람이 돌아와서 말하기를,
(태자께서는 아라라와 가란 선인들의 처소에 나아가다가 항하(恒河)를 지나면서는 하늘의 신통력으로써
물을 건너게 되었으며, 왕사성에 이르자 빈비사라왕이 태자에게 나아가 방편과 비유로 말하면서,
집을 떠나지 말고 나라를 나누어 함께 다스리거나 전부 다 주겠다고 하기도 하였고 아울러 군사를 내주어
다른 나라를 치게 하려고 까지도 하였지만, 태자는 역시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시 또 앞으로 나아가 선인의 처소에 도달하여서는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어 그들의 마음을 항복하였으며,
또 가자산(伽?山)의 고행하는 숲 속에 이르러 니련선하 주위에서 고요히 앉아 생각을 하며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톨의 쌀을 잡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때 백정왕은 왕사와 대신인 그 사자들이 말하는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마음이 크게 슬퍼지고 괴로워지며
온몸이 벌벌 떨리며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는지라 왕자와 대신에게 말하였다.
‘태자는 드디어 전륜왕의 자리와 부모며 친척들의 은혜와 사랑의 즐거움을 버리고 멀리 깊은 산에 있으면서
이런 고행을 닦으니, 나는 이제 박복하여 살면서 이러한 값진 보배 아들을 잃었습니다.’
왕은 즉시 또 사자들이 말하던 바를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에게 말하였다.

때에 백정왕은 곧 5백 수레를 차리고,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 역시 서로가 함께 4백의 수레를 마련하여
온갖 생활의 물품을 모두 다 갖추어 놓고서는 곧 차익을 불러서 말하였다.
‘너는 태자를 보내어 멀리 깊은 산에 방치하였는지라. 이제 또 너에게 이천의 수레에 양식을 싣게 하여
태자에게 보내는 것이니 때를 따라 공양을 하되 모자라거나 적음이 없게 할 것이며 다되거든 다시 와서 청하여라.’
차익은 칙명을 받고 곧 천의 수레를 거느리고 빨리 떠나가서 태자에게 이르렀더니,

형상이 여위고 가죽과 뼈가 서로 맞붙어서 혈액이 모두 나타난 것이 마치 바라사화(婆羅奢花)와 같음을 보고는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면서 땅에 기절하였다가 한참 만에 일어나서 눈물을 머금고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태자를 생각하며 밤낮으로 잊지 못하십니다. 이제 일부러 저를 보내며 이 천의 수레를 거느리어
생활거리를 실어 주시면서 태자에게 올리도록 하셨습니다.’

때에 태자는 차익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부모를 어기고 국토까지 버리며 멀리 여기까지 왔음은
지극한 도룰 구하기 위해서인데, 어떻게 다시 이런 야식을 받겠느냐.’
그때에 차익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태자께서는 이제 이와 같은 공양을 받지 않으려 하니,
나는 달리 한 사람을 구하여 이 천의 수레를 거느리고 왕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나는 여기에 머무르면서 태자를 받들어 섬겨야겠다.’
그리고는 곧 한사람을 차출하여 수레를 거느리고 떠나가게 하고는 이에 차익은 은밀히 태자를 모시며
아침이나 저녁이나 떠나지를 않았다.

그 때 태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톨의 쌀을 먹으며 내지 7일 동안에
한톨의 깨와 쌀을 먹기도 하므로 몸은 야위어서 마치 마른 나무와 같다.
고행을 닦아서 6년이 다 찼는데 해탈을 하지 못하였으니 짐짓 그릇된 길인 줄 알겠구나.
옛날 염부나무 아래 있으면서 생각하던 법보다 못하다. 욕심을 떠나고 고요한 이것이 가장 참되고 바르구나.
이제 내가 만약 또 이 파리한 몸으로써 도를 얻는다면 저 외도들은 저절로 굶주림이
바로 열반의 원인이구나 라고 말할 것이므로, 나는 이제 뼈의 마디마디에 나라연(那羅延)의 힘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는 도의 결과를 취득하지 않으리라. 나는 음식을 받아 먹은 연후에 도를 이루어야 하겠다.’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니련선하에 이르러 물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였는데 목욕하기를 마쳤으나
몸이 야위었는지라 스스로는 나올 수가 없자 천신이 내려와서
나뭇가지를 눌러 주었으므로 더위잡고서 못을 나올 수 있었다.

때에 그 숲의 바깥에 한 소를 치는 여인으로서 난다바라(難陀波羅)라는 이가 있었는데,
때에 정거천이 내려와서 권하였다. ‘태자께서 지금 숲 속에 계시니 그대는 공양을 하여라.’
여인은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는데 때에 땅 속에서 저절로 천 잎사귀의 연꽃이 나면서
꽃의 위에 젖죽[乳?]이 생겼으므로 여인은 이를 보고 기이한 마음을 내며,
곧 젖죽을 가지고 태자의 처소에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받들어 올렸다.
태자(太子)는 곧 그 여인의 보시를 받으면서 주원(呪願)하였다.

‘이제 보시를 하는 음식은 먹는 이에게 기력이 찰 수 있게 하려 함이니,
보시하는 이는 담력을 얻고 기쁨을 얻어서 안락하며 병이 없이 끝까지 오래 살게 될 것이며 지혜가 두루 갖추어지리라.’
그리고 태자는 또 말하였다. ‘나는 일체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이 음식을 받는다.’
주원하기를 마치고 곧 받아서 먹자, 몸이 빛이 나고 기력이 가득 차서 깨달음[菩提]을 지닐 수 있었다.

그 때 다섯 사람은 이런 일을 보고서 놀라고 괴이히 여기며 물러나는 것이라 하면서
저마다 살던 데로 돌아가 버렸으므로, 보살은 혼자 가서 필바라(畢波羅) 나무에 나아가 스스로 발원하였다.
‘저 나무 아래 앉아서 나의 도가 이룩되지 않으면 반드시 끝끝내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살의 덕이 무거운지라 땅이 견뎌 내지를 못하여 때에 걸음걸음마다 땅이 진동을 하며 큰 음성을 하며
큰 음성을 내었는데, 그 때에 눈이 먼 용이 땅의 진동하는 음향을 듣고 마음이 크게 기뻐지며

두 눈이 떠지면서 밝아졌으므로, ‘일찍이 먼저의 부처님에게서 이런 상서로운 감응이 있음을 보았다’는 생각을 하고는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서 보살의 발에 예배를 하였는데, 때에 5백의 콩새가 허공을 날며 보살을 오른편으로 돌았고
여러 빛깔의 상서로운 구름과 향기 바람이 따르면서 비치고 떨치는지라.
그 때에 눈먼 용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보살의 발로써 밟으신 곳은
땅이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크고도 깊고 먼 음성을 냈으므로
저는 듣고 눈이 떠져 밝아졌나이다.

또 공중을 보건대
콩새가 보살님을 돌고 있으며
상서로운 구름이 아주 곱게 비추고
향기 바람이 매우 맑고 시원하옵니다.

보살의 상서로운 이런 형상이야말로
모두가 과거의 부처님과 같으므로
이로써 보살께서는 반드시
바른 깨달음[正覺]을 이룩할 줄 알겠나이다.

이에 보살은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과거의 부처님들은 무엇을 자리로 삼으셔서 위없는 도를 이루셨을까?’
그러다가 곧 저절로 풀로써 자리를 삼은 줄 알게 되었는데, 석제환인이 변화로 범인(凡人)이 되어서
깨끗하고 부드러운 풀을 가지고 있자, 보살이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길상(吉相)입니다.’
그러자 보살은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나는 불길한 것을 깨뜨리고 길하고 상서로움을 이루리라’ 하였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그대의 손 안의 풀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에 길상은 곧 풀을 보살에게 주면서 곧 발원하였다. ‘보살께서 도가 이루어지시면, 먼저 저를 제도하여 주소서.’
보살은 받고 나서 깔아 자리를 삼고 풀의 위에서 가부하고 앉되 과거 부처님이 앉으셨던 법대로 하면서 서원하였다.
‘바른 깨달음을 이룩하지 않고서는 이 자리를 일어나시지 않으셨으니, 저도 역시 그와 같이하겠습니다.’
이 맹세를 할 때에, 하늘ㆍ용ㆍ귀신들은 모두가 다 기뻐하였고, 맑고 시원한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오는데
날짐승 길짐승은 울음이 없고 나무조차 한들거리지 않았으며,
떠다니는 구름과 나는 티끌은 모두 다 맑고 깨끗하였으므로 이는 보살이 반드시 도를 이루게 될 조짐인 줄 알았다.

그 때 보살이 나무 아래 있으면서 맹세를 할 때에 하늘이며 용의 8부가 모두 다 기뻐하며
공중에서 뛰놀면서 찬탄을 하였는데, 이 때 제6천의 악마왕 궁전이 저절로 동요하는지라
이에 악마왕은 마음이 크게 괴로워지고 정신이 조급하여지며 말과 맛[聲味]까지 마음대로 못하고서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나무 아래 있으면서 다섯 가지 욕심을 버리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하는데
오래지 않아서 바른 깨달음의 도를 이루게 되겠구나. 그 도가 만약 이루어지면 널리 일체를 제도하여
나의 지경을 뛰어넘으리니, 도가 아직 이루어지기 전에 가서 무너뜨리고 어지럽히리라 하였다.’

그 때 악마의 아들 살타(薩陀)는 아버지가 지쳐서 파리해짐을 보고 나가서 말하였다.
‘잘 모르겠사오니, 부왕께서는 무엇 때문에 근심을 하십니까?’
그러자 악마왕은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
그 도가 장차 이루어지면 나를 뛰어넘으리니, 그래서 지금 무너뜨리려고 한다.’
악마의 아들은 곧 앞에서 아버지에게 간하였다. ‘보살이야말로 깨끗하여 3계(界)를 뛰어나셨으며
신통과 지혜가 환히 밝지 않음이 없습니다. 하늘이며 용의 9부들이 모두 함께 찬양을 하는데
이는 부왕으로서는 꺾어서 굴복 받을 수가 없으리니, 악을 지어서 스스로 환난을초래하지 마십시오.’
악마에게 셋 딸이 있었는데, 용모과 거동이 극히 단정하여 요염하도록 아름답고 약삭빨라서
사람들을 잘 홀릴 수 있었으며 천녀들 중에서는 맨 첫째이었고 유명한 향을 풍기며 좋은 영락을 차고 있었나니,

첫째의 이름은 염욕(梁欲)이요, 둘째의 이름은 능열인(能悅人)이요, 셋째의 이름은 가애락(可愛樂)이었다.
셋 딸이 함께 나와서 그의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잘 모르겠사오나, 지금 무엇 때문에 근심을 하십니까?’
아버지는 곧 마음을 그대로 쏟아 넣으며 딸들에게 말하였다.
세간에서 지금 사문구담이 몸에 법의 갑옷을 입고 자재의 활을 잡고서 지혜의 화살을 쏘아 중생들을 항복시켜서
나의 경계를 무너뜨리려 하는데, 내가 만약 그보다 못하면 중생들은 그를 믿고 모두가 귀의하여
나의 땅은 곧 비어버릴 것이기에 근심할 뿐이다. 아직 도가 이루어지기 전에 가서 꺾어 부러뜨려서
그 교량을 파괴하려 한다.’

이에 악마왕은 손에 강한 활을 잡고 또 다섯 활을 가지고 남녀 권속들과 함께 그 필바라 나무 아래 가서는
모니(牟尼)를 보았는데, 고요하여 움직이지 아니하고 나고 죽는 3유(有)의 바다를 건너려 하고 있었다.
그 때 악마왕은 왼손으로 활을 잡고 오른손으로 화살을 고루면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찰리(刹利)성바지로서 죽음을 매우 두려워 할 만한데 어찌 빨리 일어나지 아니하는가.
응당 그대는 전륜왕의 업을 닦고 집 떠난 법을 버리며 보시하는 힘이나 익혀서 하늘에 나는 안락을 얻어야 할 것이니,
이 길이 첫째며 먼저 것보다 훌륭하다.

그대는 바로 찰리의 전륜왕 성바지이면서 걸사(乞士)가 된다는 이것이야말로 해야 할 것이 아니다.
이제 만약 일어나지 아니하고 편안히 앉기만을 좋아하며 본래의 맹세를 버리지 아니하면 나는 시험삼아 그대를 쏘리라. 한 번 날카로운 화살을 쏘기만 하면 고행하는 신선도 나의 화살 소리를 듣고 놀라 두려워하여 마음이 흐리멍덩해지며
정신을 잃지 않음이 없거늘, 하물며 그대 구담이 이 독을 견뎌낼 수야 있겠느냐.
그대가 빨리만 일어나면 안전할수 있으리라.’

널리 이런 말을 하여 보살을 두렵게 하였지만 보살은 기쁨이 가득 차 놀라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지라
악마왕은 즉시 활을 당겨 화살을 쏘고는 아울러 천녀들도 나아가게 하였다.
보살은 그 때에 눈으로 화살을 보지도 아니하였는데 화살은 공중에 머물렀다가
그 살촉이 아래로 향하면서 변화하여 연꽃으로 되었다.

이 때 세 천녀들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덕망이 지극하여 하늘과 사람들이 공경하는 바라
응당 공양하고 모셔야 하옵니다. 저희들은 지금 나이가 한창인 때라 천녀들이 단정하지만
우리들보다 뛰어나는 이가 없으므로 하늘께서 이제 저희들을 보내어 공양을 하며 밤에 자고 눕고 하게 하셨으니
원컨대 좌우에서 모시게 하옵소서.’

보살은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조그마한 선을 심어서 하늘의 몸을 얻어서는 무상함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요염한 짓을 하는데, 몸뚱이는 비록 아름답다 하더라도 마음이 단정하지 못하고 음탕하며 착하지 않으니
죽어서는 반드시 세 가지의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날짐승 길짐승의 몸을 받아 그를 면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리라.
너희들은 이제 정해진 뜻[定意]을 어지럽히려 하는데 깨끗한 마음씨가 아니로다.
지금 곧 떠나가라. 나는 필요하지 않도다.’

때에 세 천녀들이 늙은 할미로 변화되었는데, 머리가 희며 얼굴이 쭈그러지고 이가 빠져서 침을 흘리며
살이 없어 뼈가 불거지고 배의 크기가 북만하며 지팡이를 짚고서 느리게 걸으며, 스스로가 회복시키지 못하였다.
악마왕은 이와 같이 굳건함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내가 옛날 일찍이 설산(雪山) 가운데서
이 마혜수라(摩醯首羅)를 쏘자, 곧 두려워하며 그 선심(善心)이 물러나던데, 이제는 구담을 움직일 수가 없구나.
이미 이 화살과 나의 세 딸로써 움직이지 못하였으니, 그리워하거나 성을 내게 하려면 다시 다른 방편을 써야겠구나.’

그리고는 곧 부드러운 말로써 보살을 꾀며 말하였다. ‘그대가 만약 인간에서 즐거움 받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면,
이제 곧 하늘궁전으로 올라갑시다. 내가 하늘의 지위와 다섯 가지 욕심 거리를 내놓아 모두 그대에게 주겠습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그대는 과거 세상에서 조그마한 보시의 인연을 닦아서 이제 그것 때문에
자재천왕(自在天王)이 되었거니와 이 복은 기한이 있으므로 반드시 도로 내려와 태어날 것이니,
세 가지 길[三途]에 빠져서 구제되기가 매우 어려우리라. 이런 허물 때문에 나는 필요하지 아니하노라.’
악마는 보살에게 말하였다. ‘나의 과보는 그대가 알고 있지만, 그대의 과보는 누가 또 알겠소?’
보살은 대답하였다. ‘나의 과보야말로 오직 이 땅만이 아느니라.’
이 말을 하여 마치자, 때에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더니 이에 지신(地神)이 7보의 병을 가지고
속에 연꽃을 가득히 채워서 땅으로부터 솟아나오며 악마에게 말하였다.
‘보살은 옛날에 머리와 눈과 골수며 뇌를 남들에게 보시하셨는지라 흘린 피가 대지를 적셨으며 나라와 성이며 아내ㆍ
아들ㆍ코끼리ㆍ말ㆍ값진 보배 등을 보시하여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제 보살을 괴롭게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악마는 이를 듣고 나서 마음이 두려워지며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섰는데,
때에 그 지신은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꽃을 공양하고는 홀연히 없어져버렸다.

그 때 악마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강한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며 아울러 세 딸로써 하였고
또 방편으로 온화한 말을 하며 꾀었지만 이 구담의 마음을 무너뜨리거나 어지럽힐 수가 없었다.
이제는 다시 여러 가지의 방편을 마련하여 널리 군사들을 모으고 힘으로써 협박하리라.’
이런 생각을 할 때에 그의 모든 군사들은 홀연히 닿아서 허공에 가득히 찼는데 형상과 모습이 저마다 달랐나니,
혹은 창을 잡았기도 하고 칼을 쥐었기도 하고 머리에 큰 나무를 이었기도 하고 손에 금방망이를 가지기도 하여
갖가지의 싸움 도구를 모두가 다 갖추었었는데, 혹은 돼지ㆍ고기ㆍ당나귀ㆍ말ㆍ사자와 용의 머리며
곰ㆍ호랑이ㆍ물소 등 여러 길짐승의 머리이기도 하고, 혹은 한 몸에 머리가 많기도 하고,

혹은 얼굴에 눈이 하나뿐이기도 하고, 혹은 여러 개의 눈이 있기도 하고, 혹은 큰 배에 긴 몸이 있기도 하고
혹은 강말라서 배가 없기도 하고, 혹은 긴 다리에 무릎이 크기도 하였다.
혹은 큰 다리에 장딴지가 통통하기도 하며 혹은 손발톱이 길고 어금니가 날카롭기도 하며,
혹은 손발톱이 길고 어금니가 날카롭기도 하며, 혹은 머리가 가슴의 앞에 있기도 하며,
혹은 발은 둘인데 몸뚱이가 많기도 하며, 혹은 큰 얼굴 옆에 얼굴이 있기도 하며,
혹은 빛깔이 회색인 흙과 같기도 하며, 혹은 몸에서 불길을 뿜기도 하며,
혹은 코끼리의 몸에 산을 짊어지고 있기도 하며, 혹은 머리칼을 풀어 헤치고 발가숭이기도 하며,
혹은 또 얼굴빛이 반은 붉고 반은 희기도 하며, 혹은 입술이 땅까지 드리워 있기도 하며,
혹은 옷을 걷어 올려서 얼굴을 덮기도 하며, 혹은 몸에 호랑이 가죽을 입기도 하며,
혹은 사자에 뱀의 가죽이기도 하며, 혹은 뱀이 온몸을 감았기도 하며, 혹은 머리 위에 불이 훨훨 타기도 하며,
혹은 눈을 부릅뜨고 팔을 걷어붙이기도 하며, 혹은 옆으로 가면서 뛰기도 하며,
혹은 공중에서 빙빙 돌기도 하며 혹은 달려가면서 으르렁거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여러 악한 형상을 지닌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이 보살을 에워싸고는 혹은 또 보살의 몸을 찢으려하기도 하고,
혹은 사방에서 연기가 일어나며 불길이 하늘을 찌르기도 하고 혹은 미친 듯이 지르는 소리에 산골짜기가
진동하기도 하였으며, 바람과 불과 연기며 먼지에 캄캄해져서 보이는 것이 없게 하고
넷의 큰 바닷물을 한꺼번에 끓어오르게 하였다. 그러자 법을 보호하는 천인들과 여러 용과 귀신들은
모두 악마들을 괘씸히 여기어 성을 더욱더 내자 털구멍에서 피가 흘렀으며,

정거천들은 이 악마가 보살을 괴롭게 하는 것을 보고 자비한 마음으로써 불쌍히 여기어 내려와서 허공을 메우며
악마의 군사들을 보았더니 한량없고 그지없이 보살을 에워싸고서 크고 나쁜 소리를 내어 천지를 지동시키는 데도
보살의 마음은 안정되어 얼굴에 아무 이상이 없음이 마치 사자가 사슴의 떼에 있음과 같았으므로,
모두가 다 찬탄하였다. ‘아아, 기특하며 전에 없던 일이로다. 보살은 결정코 바른 깨달음을 이루실 것이다.’
이 여러 악마들은 서로가 몹시 재촉하면서 저마다 위력을 다하여 보살을 꺾고 깨뜨리려고 하여
혹은 눈을 흘기며 이를 갈기도 하고, 혹은 도로 날면서 어지러이 던지기도 하였지만,

보살은 그들 보기를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여겼다. 그러자 악마들은 더욱 분하게 여기어 다시 전력을 더하는지라, 보살은 자비의 힘으로써 돌을 안은 이에게는 잘 들 수가 없게 하고 그 들었던 이에게는 내리지를 못하게 하며,
나는 칼과 춤추는 칼은 공중에 머물게 하고, 번개ㆍ우뢰ㆍ비ㆍ불은 다섯 가지 빛깔의 꽃이 되게 하며,
나쁜 용이 토하는 독은 향기의 바람으로 변하게 하였으므로,
모든 악한 악의 형상으로 보살을 무너뜨리려 하였지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악마의 언니와 아우가 있어서 첫째의 이름은 미가(彌伽)요, 둘째의 이름은 가리(迦利)였었는데,
저마다 손에 해골의 그릇을 가지고 보살의 앞에서 여러 가지의 기이한 형상을 지으며 보살을 괴롭게 굴었고,
이 여러 악마들은 갖가지 더러운 몸으로 보살을 두렵게 하려 하였으나 마침내 움직일 수 없었으므로
보살의 한 터럭도 악마들은 더욱더 조심 걱정을 하였다.
공중에서 부다(負多)라는 신(神)은 몸을 숨기고서 말하였다.
‘나는 지금 모니 어른을 뵈오며 마음과 뜻이 태연하여서 원망한 생각이란 없는데,
이 여러 악마들은 독한 마음을 일으키는구나. 원망함이 없는데 멋대로 성냄을 일으키지만
이 어리석은 악마들아, 한갓 스스로만 고달파지고 영원히 얻는 것은 없으리라.
오늘 마땅히 성을 내어 해치려고 하는 마음은 버려야 하리라.
너희들이 입으로 수미산을 불어서 무너지게 할 수 있고 불을 차갑게 할 수 있고 물을 뜨겁게 할 수 있고
땅의 단단하고 강한 것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너희들은 보살께서 오랜 겁 동안에 닦아 익힌 선한 과보와
바른 생각의 선정과 부지런히 애쓰신 방편이며 깨끗한 지혜의 광명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이 네 가지 공덕이야말로 끊거나 보류시켜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게 할 수 없으리니,
마치 천 개의 해가 비추면 반드시 어둠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나무를 비벼 불을 얻고 땅을 뚫어서 물을 얻는 등, 부지런히 애쓰신 방편이야 말로 구하여서 얻지 못하신 일이 없다.
세간의 중생들이 세 가지 독[三毒]에 빠져서 구제하는 이가 없는지라 보살은 자비로 지혜의 약을 구하며
세간을 위하여 환난을 없앨 터인데,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괴롭히고 어지럽히느냐.
세간의 중생들이 미련하여 지혜가 없어서 모두가 삿된 소견에 집착한지라 이제 법의 눈을 베풀어 바른길을 닦아 익히며 중생들을 인도하려 하시거늘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길잡이를 괴롭히고 어지럽히느냐.
이것이야 말로 옳지 못하도다. 마치 너른 들판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길잡이를 속이려 함과 같다.
중생들은 큰 어둠 속에 빠져서 어리둥절하여 머무를 곳을 모르는지라 보살은 그들을 위하여 큰 지혜의 등불을 켜셨거늘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불이 꺼지게 하려고 하느냐.
중생들은 지금 나고 죽음의 바다에 빠진지라 보살은 그들을 위하여 지혜의 보배를 수선하시거늘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가라앉게 하려 하느냐.
욕을 참음으로 어금니를 삼고 굳건함으로 뿌리를 삼으며 위없는 큰 법으로 큰 과위를 삼으시거늘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공격하며 정벌하려 하느냐.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쇠사슬에 중생들이 묶였는지라 보살은 고행을 하며 그들을 위하여 풀어 주시려 하시니,
오늘이야 말로 결정코 이 나무 아래서 가부하고 앉으셔서 위없는 도를 이루리라.
이 땅은 바로 지나간 세상의 부처님네의 금강좌(金剛座)이신지라 다른 지방은 모두 움찍거려도
이곳은 움직이지 않으리라.

미묘한 선정을 받으실 만하므로 너희들에게 꺾일 바가 아니로다. 너희들은 이제 기뻐하고 경하하는 마음을 내고
젠체하는 뜻을 쉬며 앎의 생각을 닦으면서 받들며 섬겨야 할지니라.’
이 때에 악마왕은 공중의 소리를 듣고 또 보살이 태연하여 전과 다름이 없음을 보고서 악마의 마음이 부끄러워지는지라 젠체함을 버리고 곧 길을 회복하여 하늘 궁전으로 돌아가 버리니, 뭇 악마들은 근심 걱정을 하며
모두가 다 무너지고 흩어지면서 기가 꺾이고 위엄과 씩씩함이 없어져
여러 전투하는 도구는 숲과 들에 마구 어질러졌다.

악마들이 물러가고 흩어질 때에, 보살의 마음은 깨끗하고 맑고 맑아서 움직이지 않았으며,
하늘에는 연기와 안개가 없고 바람은 곁가지조차 흔들지를 아니하며 지는 해는 광명을 멈추어서 갑절이나 더 밝게 하고 맑은 달은 환히 비추며 뭇 별은 찬란하게 밝고 어두컴컴한 곳도 다시는 장애가 없어졌으며,
허공에서 여러 하늘들은 아름다운 꽃과 향을 비 내리면서 뭇 풍악을 잡히며 보살에게 공양하였다.

그 때 보살은 자비의 힘으로써 2월 7일 밤에 악마를 항복 받고 나자 큰 광명을 내쏘면서 곧 선정에 들며
진리를 생각하였는데, 모든 법 중에 선정이 자재로워서 모두 과거에 지었던 선과 악을 알았으며,
여기로부터 저기에 났었고 부모와 권속들이며 가난하고 부자였던 귀하고 천하며 수명의 길고 짧음과
이름이며 성자 등을 모두 다 분명히 알게 되었으므로 곧 중생들에게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생각하였다.

‘일체 중생들을 구제하는 이가 없으므로 다섯 갈래에 윤희하며 뛰어날 줄을 모르는구나.
모두가 다 거짓이요 진실함이 없거늘 그 가운데서 제멋대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내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초저녁이 다하였다.
그 때 보살은 이미 밤중이 되자 곧 하늘 눈을 얻고 세간을 자세히 살펴보매 모두가 다 환히 보이는 것이
마치 밝은 거울 속에서 자기의 얼굴 모습을 보게 됨과 같았다.
모든 중생들을 보았더니, 갖가지 무리들이 한량없이 여기에서 죽어서 저기에 태어났고
행위의 선과 악을 따라서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고 있었다.

지옥 안에서 고문하며 다스리는 중생들을 보았더니 혹은 끓인 구리를 입에 붓기도 하고
혹은 구리 기둥을 안고 있게 하기도 하고, 혹은 쇠의 평상에 눕게 하기도 하고, 혹은 쇠 가마솥에다 삶기도 하고,
혹은 불 위에서 꼬챙이로 지지기도 하고, 혹은 범ㆍ이리ㆍ매ㆍ개에게 먹히기도 하고,
혹은 불을 피하여 나무 아래 있는데 나무의 앞이 떨어지며 모두 칼이 되면서 그의 몸을 베고 끊기도 하고,
혹은 도끼와 톱으로써 온몸을 베며 찍기도 하고 혹은 뜨겁게 끊는 재로 된 강물 속에 던지기도 하고,
혹은 또 똥과 오줌의 구덩이 속에 던지기도 하였는데, 이와 같은 갖가지 고통을 받는 것은 업보 때문이라
목숨은 끝끝내 끊어지지도 않았다. 보살은 이와 같은 일들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이들 중생들은 본래 나쁜 업을 지었으며, 세간의 즐거운 일을 하였기 때문에 이제 과보를 얻어서
극히 큰 고통을 당하고 있도다. 만약 사람들이 이와 같은 나쁜 과보를 보게 된다면
다시는 착하지 못한 업을 짓는 이는 없게 되리라.’

그 때 보살은 다시 축생을 살펴보매 가지가지의 행을 따라서 여러 가지의 더러운 형상을 받았는데,
혹은 뼈와 살ㆍ힘줄ㆍ뿔ㆍ가죽ㆍ어금니ㆍ털이며 깃으로 되어서 죽임을 받는 놈이 있기도 하며,
혹은 또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서 배고픔과 목마름이 지극한 데도 사람을 모른 척하는 놈이 있기도 하며,
혹은 그의 코를 뚫었기도 하며, 혹은 그의 머리를 홀처 매어 있기도 하며 언제나 제 몸의 살은 사람들에게 바치면서도
도리어 저희들끼리 서로가 잡아먹는 등 이와 같은 갖가지의 고통을 받았다.
보살은 보고 나서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생각하였다.
‘이 중생들은 언제나 몸과 힘으로써 사람들에게 바치면서도 또 매를 맞고 배고프거나 목마른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모두 이는 본래 나쁜 행을 닦았던 과보로구나.’

그 때 보살은 다음에 아귀를 자세히 살펴보며 그들이 항상 살고 있는 어두컴컴한 속을 보았더니,
잠깐이나마 해와 달의 빛을 보게 되는 일이 없는지라 곧 그들 역시 서로가 보지 못하며 받은 형상은 길고 크며
배는 마치 태산과 같고 목구멍과 목은 바늘 만큼하며 입속에서는 언제나 큰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항상 몹시 배고프며 목이 마른데도 천억만 년 동안을 음식이란 소리조차 듣지 못하며,
설령 하늘의 비가 와서 그의 위에 뿌려지더라도 변하여 불 구슬이 되어버리고 때로는 강과 바다와 내며
못을 지나가게 되면 물조차 변화되어 뜨거운 구리와 이글거리는 숯이 되어버리며 몸을 움직이며 걸음을 걷는 소리는
마치 사람이 5백의 수레를 끄는 것과 같았고 온몸의 마디마디가 모두 불이 되어 타고 있었다.

보살은 이러한 갖가지의 고통들을 보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였다.
‘이들은 모두가 본래 간탐을 내어 재물을 쌓으면서도 보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죄의 과보를 받게 되는구나, 만약 사람들이 이런 고통 받음을 보게 되면, 보시하기에 인색하지 말고 설사 재물이 없더라도
살을 베서까지 보시하여야 하리라.’

그 때 보살은 다음에 다시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중음(中陰)으로부터 보았더니,
처음 태 안에 들어가려고 할 적에 부모가 화합하면 뒤바뀐 생각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곧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써 자기 몸을 삼으며, 태 안에 들어가서는 생장(生臟)과 숙장(熟臟)의
두 장(臟)의 사이에 있으면서 몸의 삶아짐이 마치 지옥의 고통과 같다가 열 달이 찬 연후에 태어나는데,

처음 태어날 때에 바깥 사람[外人]에게 안겨 붙잡히면서 거칠고 껄끄러움을 당하는 고통은
마치 칼이 스치는 것과 같으며, 이렇게 하여 오래지 않아서 다시 늙고 죽음에 돌아가고 다시 젖먹이가 되는 등,
다섯 갈래를 바퀴 돌듯하면서도 스스로 깨닫지를 못하였다.
보살은 보고 나서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생각하였다.
‘중생들에게는 이와 같은 환난이 있거늘 어찌 하여 그 속에서 다섯 가지 욕심에 탐착하고
멋대로 헤아리며 즐거움을 삼으면서 뒤바뀐 근본을 능히 끊지 않는가.’

그 때 보살은 다음에 여러 하늘들을 보았다. 그 천자들을 보았더니 그 몸은 깨끗하여 먼지나 때가 끼지 않아서
마치 참 유리(琉璃)와 같았고 큰 광명이 있으며 두 눈은 깜짝거리지 아니하였는데,
혹은 수미산 꼭대기에 살고 있기도 하고 혹은 또 수미산의 네 진영에서 살고 있기도 하고,
혹은 또 허공 안에서 살고 있기도 하면서 마음은 언제나 기쁘고 알맞지 않는 일이 없으며
하늘의 아름다운 풍악을 잡히며 스스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밤과 낮을 몰랐고
사방의 모든 풍치가 매우 아름답지 않음이 없었으며, 동쪽을 보면서 지나치게 집착하여
1년이 다되는데도 움직일 줄 모르며 서쪽을 쳐다보다 즐겨 빠져서 여러 해를 지내면서도 돌아가지 않았나니,
남쪽이거나 북쪽 역시 다 그와 같았다.

음식과 의복은 생각만 하면 즉시 이르렀으며, 비록 이와 같이 뜻에 알맞은 일만이 있기는 하더라도
오히려 욕심의 불에 탐을 받았다.또 그 하늘의 복이 다하여지는 때를 보았더니, 다섯 가지의 죽음의 형상이 나타났다.
첫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들고,
둘째는 눈을 깜작 거리고,
셋째는 몸 위의 광명이 스러지고,
넷째는 겨드랑이 밑에 땀이 나오고,
다섯째는 자연히 본래 있던 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인데,

그 권속들이 천자의 몸에 다섯 가지 죽음의 형상이 나타남을 보면 마음에 그리움을 내며,
천자도 역시 스스로 자기의 몸에 다섯 가지 죽음의 형상이 있음을 보게 되고
또 권속들이 자기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보는 그러할 때에 크게 괴로워하였다.
보살은 그 천자들의 이러한 일들이 있음을 보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였다.
‘이 여러 천자들은 본래 조그마한 선을 닦아서 하늘의 즐거움을 받게 되었으나 과보가 다하려 하매
크게 괴로움을 내는데, 목숨이 끝난 뒤에는 그 천자의 몸을 버리고 혹은 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지기도 하리니,
본래 선한 행을 지음은 즐거움의 과보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이제 얻는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만이 많은 것이
마치 굶주린 사람이 독이 섞인 음식을 먹는 것과 같구나. 처음에는 비록 맛이 있다 하더라도
마침내 큰 환난이 생기니 말이다. 어떻게 슬기로운 이가 이것을 탐내며 즐기겠느냐.’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의 하늘들은 수명이 긴 것을 보고 곧 언제나 즐겁다고 여기다가 변하고 무너짐을 보면
크게 괴로워하며 곧 삿된 소견을 일으키면서 인과(因果)가 없다고 헐뜯는데,
이런 일 때문에 세 갈래[三途]를 윤회하면서 갖추 여러 고통을 받았다.
보살은 하늘 눈의 힘으로써 다섯 갈래[五道]를 자세히 살피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였다.
‘3계 안에서는 즐거움이란 하나도 없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자, 한밤중도 다 끝났다.
그 때 보살은 늦은 밤이 되자 ‘중생들의 성분에는 무슨 인연으로 늙고 죽음[老死]이 있는 것일까’ 하고
자세히 살폈더니, 곧 늙고 죽음은 태어남[生]으로써 근본이 되고 만약 태어남을 여의면
곧 늙고 죽음이 없는 것인 줄 알았다.

또 이 태어남은 하늘로부터 난 것도 아니며 저절로 난 것도 아니며, 연(緣)이 없이 난 것이 아니고
인연으로부터 난 것이고 욕계의 존재[欲有]와 색계의 존재[色有]와 무색계의 존재[無色有]의 업으로 인하여 났다.
또 ‘세 가지 존재[三有]의 업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세 가지 존재의 업은 네 가지 잡음[四取]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네 가지 잡음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네 가지 잡음은 사랑[愛]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사랑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사랑은 느낌[受]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느낌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느낌은 닿임[觸]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닿임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닿임은 여섯 감관[六入]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여섯 감관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여섯 감관은 이름과 물질[名色]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이름과 물질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이름과 물질은 의식[識]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의식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의식은 지어감[行]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지어감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지어감은 무명(無明)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만약 무명이 스러지면 지어감이 스러지고, 지어감이 스러지면 의식이 스러지고,
의식이 스러지면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고,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면 여섯 감관이 스러지고,
여섯 감관이 스러지면 닿임이 스러지고, 닿임이 스러지면 느낌이 스러지고, 느낌이 스러지면 사랑이 스러지고,
사랑이 스러지면 잡음이 스러지고, 잡음이 스러지면 존재가 스러지고, 존재가 스러지면 태어남이 스러지며,
태어남이 스러지면 늙고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스러졌다.

이렇게 순서를 거슬러서 12인연(因緣)을 자세히 살피며 늦은 밤에 무명을 깨뜨리고 새벽이 되는 때에는
지혜의 광명을 얻어서 익힌 업을 끊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룩하였다.
그 때 여래는 생각하였다. ‘여덟 가지의 바르고 거룩한 도[八正聖道]는 바로 3세의 부처님께서 실제로 행하신 바요,
열반에 나아가는 길이었는데, 나도 이제 이미 실천하여 지혜가 통달하고 걸리는 바가 없도다.’
때에 대지가 열여덟 가지로 움직여졌고 노리는 안개와 나르던 먼지가 모두 다 맑게 개었으며
하늘의 북은 저절로 미묘한 소리를 내고 향기 바람은 천천히 일어나서 부드럽고 깨끗하고 시원하였으며
여러 빛깔의 상서로운 구름은 단 이슬의 비를 내리고 동산 숲의 꽃과 열매는 때를 기다리지 않고 한참이었다.

또 만다라꽃[曼陀羅花]과 마하만다라꽃[摩詞曼陀羅花]과 만주사꽃[曼殊沙花]과 마하만주사꽃[曼詞摩殊沙花]과
금의 꽃ㆍ은의 꽃ㆍ유리 꽃ㆍ유리 등의 꽃인 7보의 꽃을 비 내려서 보리수를 둘러싸기 36요자나에 가득히 찼었다.
이 때 여러 하늘들은 하늘의 풍악을 잡히면서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며 노래하고 찬탄하였으며
하늘의 보배 일산과 당기ㆍ번기를 붙잡고 허공에 꽉 차서는 여래께 공양하였고 용이며 신의 8부들의 베푸는 공양도
역시 그와 같았느니라.

그러할 때에 일체 중생들은 모두 다 인자하여지고 성내거나 해치려는 생각이 없어지며 기뻐서 뛰놀며
마치 성도의 자취를 보듯 하였으며 두려워하는 정이 없고 그 마음이 고르고 부드러워지면서
교만한 뜻을 여의며 또한 아끼고 시새우고 아첨하는 마음이 없었졌다.
5정거천(淨居天)은 기쁨과 즐거움의 형상을 여의고 또한 모두가 기뻐하며 어쩔 줄 몰랐으며,
지옥의 고통은 잠시 동안 쉬게 되어 큰 기쁨이 생겼고 온갖 축생들로서 서로가 잡아먹던 것들이
다시는 나쁜 마음이 없어지며 아귀는 배가 불러져서 배고프거나 목마르다는 생각이 없었다.
세계 중에 어두컴컴한 곳으로서 해와 달의 거룩한 빛으로도 비출 수 없던 곳이 모두 크게 밝아졌는지라

그 속의 중생들이 모두가 서로 보게 되었으므로 저마다 말을 하였다.
‘이 안에서 어떻게 갑자기 중생들이 있는가?’
큰 성인이신 법왕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큰 법의 광명으로써 그릇된 법과 어둠을 깨뜨렸기 때문에
온갖 것이 모두 다 밝고 환하게 되었다.
감자(甘蔗) 성바지의 선왕(先王)으로서 나라를 버리고 도를 닦아서 5통(通)의 신선이 되었거나
또 열 가지의 선을 행하여 하늘에 나게 된 이들은 모두 신통을 부려서 보리수에 도착하여 허공에 있으면서
기뻐하며 합장하고 찬탄하였다.

‘우리 감자 성바지 중에서 능히 모든 번뇌를 끊고 일체지(一切智)를 이루어 세간의 안목이 되었으니,
매우 기특하십니다.’ 모두가 기뻐하며 뛰놀지 아니함이 없었으나, 오직 악마왕만은 마음으로 혼자 근심하였다.
그 때 여래는 7일 동안 선정에 들었다가 큰 나무를 자세히 살피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이 곳에 있으면서 온갖 번뇌를 다하고 할 일을 다 마쳤으며 본래의 원이 원만히 이루어졌는데,
내가 얻은 법은 매우 깊어 이해하기 어려워서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만이 알 수가 있구나,
일체 중생들은 다섯 가지 흐림[五濁]의 세상에서 탐냄과 성냄ㆍ어리석음ㆍ삿된 소견ㆍ교만ㆍ
아첨 등에 가리고 막힘을 받아 복이 엷고 근기가 둔하며 지혜가 없거늘 어떻게 나의 얻은 바 법을 알릴 수 있겠는가.

이제 내가 만약 법 바퀴를 굴리게 된다면 그들은 반드시 헷갈려서 믿어 받지 못하고 비방을 하여
장차는 나쁜 길에 떨어져서 여러 고통을 받으리니, 나는 차라리 감자코 열반에 들리라.’
그 때 여래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한 도는 심히 오르기 어렵고
지혜의 결과는 얻기가 어려운데
나는 이 어려운 가운데서
모두 다 이미 능사 이룩하였네.

내가 얻은 바의 지혜야말로
미묘하여 맨 첫째이거늘
중생들의 모든 근기가 둔하여서
즐거움에 집착하고 어리석어서 소경이 됐네.

나고 죽는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 근원에 되돌아갈 수가 없는
이와 같은 등의 무리들인데
어떻게 하여 제도할 수 있겠는가.

그 때에 여래가 이런 생각을 하여 마치자. 대범(大梵)천왕은 여래께서 거룩한 깨달음을 이미 이룩하였으면서도
잠자코 계시며 법 바퀴를 굴리지 않음을 보고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을 품고서 곧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옛날의 한량없는 억 겁 동안에 중생들을 위하여 오랜 동안 나고 죽는 데 계시면서
나라와 서이며 아내ㆍ아들ㆍ머리ㆍ눈ㆍ골수ㆍ뇌 등을 버리며 갖추 뭇 고통을 받으시다가
비로소 지금에야 소원이 만족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셨거늘,
어찌하여 잠자코 계시며 법을 말씀하시지 아니할까? 중생들은 오랜 세월을 나고 죽는 데에 빠지겠구나.
나는 이제 가서 법의 바퀴 굴리시기를 청해야겠다.’

그리고 곧 하늘 궁정을 출발하여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만큼의 사이에 여래의 처소에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서 물러나 한쪽에 머무르며 꿇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옛날에 중생들을 위하여 오랫동안 나고 죽는 데 머물면서 몸과 머리며 눈을 버리어
보시를 함으로써 갖추 여러 고통을 받으시며 널리 덕의 근본을 닦으시다가 비로소 지금에야 위없는 도를 이룩하셨는데 어찌하여 잠자코 계시며 법을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중생들은 오랜 세월 동안 나고 죽는 데에 빠지고
무명의 어둠에 떨어져서 뛰어나올 기약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어떤 중생은 지나간 세상에서 선한 법을 친히 하고 가까이하여 모든 덕의 근본을 심었는지라
법을 듣고 성인의 길을 받을 만하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이들을 위하여 크게 가엾이 여기는 힘으로써
미묘한 법의 바퀴를 굴리십시오.’ 석제환인과 이에 타화자재천까지도 역시 그와 같이 여래께서 중생들을 위하여
큰 법의 바퀴 굴리시기를 권하고 청하였다.

그 때 세존은 대범천왕과 석제환인 등에게 말씀하였다.
‘나 역시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법의 바퀴를 굴리고는 싶으나 다만 얻은 법이 미묘하고 아주 깊숙하고
풀이하기 어렵고 알기도 어려워 모든 중생들이 믿어 받을 수도 없거니와 비방하는 마음을 내어서 지옥에 떨어지리니,
나는 지금 이 때문에 잠자코 있을 뿐이니라.’

때에 범천왕 등은 세 번을 청하자, 때에 여래는 꼭 이레 만에야 잠자코 수락하시므로 범천왕 등은
부처님께서 청을 수락하심을 알고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서 저마다 사는 데로 돌아갔다.
그 때 세존은 범왕 등의 청을 수락하시고, 또 이레 동안을 부처 눈으로써 모든 중생들의 상ㆍ중ㆍ하의 근기와
모든 번뇌의 하ㆍ중ㆍ상을 자세히 살폈으므로 꼭 27일이 다되었는데, 그 때에 세존은 또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단 이슬의 법문을 열어야겠다. 누가 먼저 들을 이로서 마땅할까?
아라라(阿羅邏) 선인이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깨닫기 쉬우리라. 또 먼저 발원하기를,
(도가 이루어지면 나를 제도하소서)라고 하였다.’
이 생각을 하는 때에 공중에서 말하였다. ‘아라라 선인은 어제 밤에 죽었습니다.’
그 때에 세존은 곧 그 공중의 소리에 대답하였다. ‘나도 그가 어제 밤에 죽은 줄은 알고 있다.’
그리고는 또 생각하였다. ‘가란(迦’蘭) 선인이 근기가 영리하고 분명히 알 것이니, 역시 먼저 들음에 마땅하리라.’
공중에서 또 말하였다. ‘가란 선인은 어제 밤에 죽었습니다.’
그 때에 세존은 즉시 또 대답하였다. ‘나도 그가 어제 밤에 죽은 줄은 알고 있다.’
그 때에 세존은 또 생각하였다. ‘저 왕사와 대신이 파견한 교진여 등 나를 돌보던 다섯 사람이 모두가 다 총명하다.
또 지나간 세상에서 나에게 발원하기를, (먼저 법을 들고자 합니다)라고 하였으므로,
나는 이제 이 다섯 사람들을 위하여 먼저 법문을 열어야겠다.’
또 생각하였다. ‘옛날 모든 부처님네께서 법 바퀴를 굴리신 곳이 모두 바라나시(波羅奈國) 녹야원(鹿耶園) 안의
신선이 살던 곳이다. 또 이 다섯 사람이 머물고 있는 처소가 역시 거기이니,
나는 이제 그들의 살고 있는 곳에 가 닿아서 큰 법 바퀴를 굴려야 하겠다.’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바라나시에 나아갔다.

그 때 5백의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발다라사나(跋陀羅斯那)와 발다라리(跋陀羅梨)라는 두 사람이
주인으로서 너를 들판을 지나가는데, 때에 어떤 천신이 말하였다.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師)ㆍ
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가장 으뜸가는 복 밭이시니,
그대들은 이제 맨 먼저 공양을 베풀지니라.’

때에 그 장사하는 이들은 하늘의 말을 듣고 곧 대답하였다.
‘거룩하십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또 하늘에게 물었다.
‘세존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하늘은 또 대답하였다.
‘세존은 오래지 않아서 여기까지 오시리라.’
이에 여래는 한량없는 하늘들에게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며 다위사발리촌(多謂娑跋利村)에 닿으셨다.
때에 그 장사하는 사람들은 여래의 거룩한 상호가 장엄함을 보았고,
또 여러 하늘들이 앞뒤에서 둘러쌈을 보고는 갑절이나 기뻐하면서 곧 꿀과 미숫가루를 부처님께 받들어 올렸다.
그 때 세존은 생각하였다. ‘과거의 부처님네는 바루에 음식을 담으셨다.’
때에 사천왕은 부처님의 생각을 알고 저마다 하나씩의 바루를 가지고서 부처님 처소에 와 닿아서 받들어 올리는지라,
이에 세존은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만약 한 왕의 바루만을 받으면 나머지 왕들은 반드시 원망을 하리라.’
그리고는 곧 네 왕의 바루를 모두 받아서 손바닥 위에 포개 놓고 눌러서 하나가 되게 하였으나
네 짝이 각기 나타나게 하였다.
그 때 세존은 곧 주원(呪願)하였다. ‘지금 보시를 하는 것은 먹는 이가 기력이 찰 후 있게 하려 함이니,
장차 보시하는 이에게는 빛깔을 얻고 힘을 얻고 담(膽)을 얻고 기쁨을 얻어서 편안하고 상쾌하여
병이 없이 끝까지 오래 살게 하리라.

여러 착한 귀신들은 언제나 따르면서 수호하며 음식의 보시로 세 가지 독[三毒]의 부리를 끊고 장차 오는 세상에
당연히 세 가지 굳은 법[三堅法]의 과보를 얻게 하며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부처님 법을 돈독히 믿어서 태어나는 곳마다 바른 소견으로 어둡지 않게 할 것이며, 지금의 세상 동안에는 부모와 처자며 친척 권속들이 모두다 버썩 성하며
모든 재앙과 상서롭지 못한 일이 없을 것이요, 성바지 가운데서 만약 죽어서 나쁜 길에 떨어진 이가 있으면
지금 보시하는 복 때문에 도로 인간과 천상의 공덕이 더하며 언제나 모든 부처님ㆍ여래를 받들고 가까이하게 되어
미묘한 말씀을 듣게 되고 진리를 보며 증과(證果)를 얻어서 원한 바가 완전히 갖추어지리라.’

그 때 세존은 주원하기를 마치고 곧 음식을 받아서 잡수신 뒤에 손을 씻고 양치질하고 바루를 씻고는
곧 장사하는 이들에게 3귀(歸)를 주었나니, 첫째 부처님께 귀의하고, 둘째 가르침에 귀의하고,
셋째 장래의 상가에게 귀의하는 3귀를 수여하여 마치자, 그대로 그들과 작별하고 앞으로 나가셨는데
위의의 차분함과 걸음걸이가 마치 큰 거위와 같았다. 길에서 우바가(優波伽)라는 외도를 만났는데
여래의 상호가 장엄스럽고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었음을 보고서 찬탄하였다.
‘기특하도다.’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간의 모든 중생들이야말로
모두가 3독(毒)의 얽맴을 당해서
모든 감관은 또 경솔하고 조급하여
바깥의 경계에 내달으며 방탕한데

이제 어진 이를 뵈오니
모든 감관이 아주 고요하시므로
반드시 해탈의 경지에 가셨음이
결정코 의심할 것 없사옵니다.
어진 이가 배우셨던 스승께서는
그의 성자(姓字)가 무엇이옵니까?

그 때에 세존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야말로 지금 일체 중생의
겉모습을 이미 뛰어난지라
미묘하고 깊숙하며 머나먼 법을
나는 이제 이미 완전히 아느니라.

3독과 다섯 가지 욕심의 경계를
영원히 끊어서 남은 습기 없음이
마치 연꽃이 물에 있으면서
흐린 물과 진흙에 물들지 않음과 같다.

스스로 여덟 가지 바른 도를 깨치는데
스승도 없고 짝할 이로 없었으며
맑고 깨끗한 지혜를 써서
힘이 센 악마를 항복 받았느니라

이제는 정각을 이룩하였는지라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될 만하며
몸과 입과 뜻이 만족하나니
그러므로 명호를 모니(牟尼)라 하느니라.

바라나시에 나가서는
단 이슬의 법 바퀴를 굴리려 하는데
이것은 하늘ㆍ사람ㆍ악마ㆍ범인으로선
능히 굴릴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그 때 우바가는 이 게송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찬하고서는 합창하고 공경하며
둘레를 돈 뒤에 갔는데, 계속 되돌아보다가 보이지 않자 곧 그만두었다.
그 때 세존은 다시 나아가 다음에 아사바라(阿?婆羅) 물가에 이르렀는데
해가 저물었는지라 묵으면서 곧 선정에 들어갔다.
그러할 때에 이레 동안을 바람이 불고 비가 왔으므로 때에 그 물 속에 목진린타(目眞隣陀)라는 큰 용왕이 있다가
부처님께서 정에 드셨음을 보고 곧 그의 몸으로 주위를 일곱 번을 싸서 이레를 채운 뒤에,
그 용왕은 사람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기에 이레 동안 계시면서 심한 비바람에 병환이나 나시지 않으셨나이까?’
그 때에 세존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여러 하늘과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바의 다섯 가지 욕심으로
나의 선정의 즐거움에 견준다면
비유할 수조차 없으리라.

때에 그 용왕은 부처님의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며 날뛰면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있던 데로 돌아갔다.
그 때 세존께서은 다시 나아가 바라나국에 가서 교진여와 마하나마(摩詞那摩)ㆍ발파(跋波)ㆍ아사바사(阿捨婆?)ㆍ
발다라사(跋陀羅?)등이 머무르고 있는 곳에 이르자, 때에 다섯 사람은 멀리서 부처님이 오는 것을 보고
함께 서로가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 고행을 버리고 도로 물러나서 음식의 즐거움을 받았으니 다시는 도의 마음이 없으리라.
지금 이미 여기에 왔으나 우리들은 일어나서 영접할 필요조차 없다. 또한 예배하고 공경하거나 구하는 것을 묻거나
그를 위하여 앉을 곳을 펴 주지도 말자. 만약 앉고 싶으면 스스로 그의 뜻대로 하리라.’
이 말을 하여 마치고 저마다 잠자코 있었는데, 그 때에 세존이 이미 닿으시자 다섯 사람은 모르는 결에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배하고 받들어 영접하고는 서로가 시중을 들면서
혹은 또 혹은 또 옷과 바루를 가지고 있는 이도 있고, 혹은 물을 떠다가 손을 씻고 양치질하도록 하는 이도 있고
혹은 또 다리를 씻어 주는 이도 있기도 하며 저마다 본래의 맹세를 저버리면서도
오히려 짐짓 부처님을 일컬어서 구담라고 하였으니라.

그 때 세존은 교진여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함께 나를 보아도 일어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서는
이제 무엇 때문에 먼저의 맹세를 저버리고 놀라 일어나서 나의 시중을 드는가?’
때에 그 다섯 사람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깊이 부끄러워하면서 나아가 아뢰었다.
‘구담께서는 길을 걸어오시느라고 고달프시지나 않나이까?’
그 때에 세존은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위없는 어른에게 고상한 마음씨를 쓰면서도
성씨를 부르느냐. 나의 마음은 모든 훼방함과 칭찬함에 텅 비어서 분별하는 바는 없지만
다만 너희들이 교만하니 스스로 악한 과보만을 부르리라. 가령 어떤 아들 이 부모의 이름을 부르면
세상의 예의로도 오히려 불가하거늘 하물며 이제 일체 중생의 부모인 나에게 있어서겠느냐?’

때에 그 다섯 사람은 또 이 말씀을 듣고 갑절이나 부끄러워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어리석어서 슬기과 앎이 없어서, 지금 이미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는가도 모르옵니다.
왜냐 하오면 지난날 여래를 보건대 하루에 깨와 쌀을 잡수면서 6년 동안 고행을 하셨으나
이제는 도리어 음식의 즐거움을 받으셨습니다. 저희는 이 때문에 도를 얻지 못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 때 세존은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조그마한 지혜로써 나의 도가 이루어졌다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가벼이 헤아리지 말라. 왜냐 하면 형상이 괴로움에 있으면 마음이 곧 시달리고 어지러움이요,
몸이 즐거움에 있으면 뜻이 곧 좋아하고 집착하나니, 그러므로 괴로움과 즐거움은 두 가지 다 도의 요인이 아니다.
마치 비벼서 불을 낼 적에 물을 부우면 반드시 어둠을 깨뜨리는 빛이 없어지는 것처럼 지혜의 불을 비비는 것도
그와 같아서 괴로움과 즐거움의 물이 있으면 지혜의 광명이 나지 않으며,
나지 않기 때문에 나고 죽는 암흑의 장애를 없앨 수 없다.

이제 만약 괴로움과 즐거움을 능히 버리고 중도(中道)를 행하면 마음이 곧 고요하고 안정되어
저 여덟 가지 바르고 거룩한 도를 닦아 낼만 하므로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환난을 여의나니,
나는 이미 중도의 행을 따랐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할 수 있었다.’

때에 그 다섯 사람은 여래의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뛰놀기를 한량없이 하며
어른의 얼굴을 우러러보며 눈을 잠시도 떼지 않았다.
그 때 세존은 다섯 사람의 근기를 자세히 살피니 도로 받아낼 만하므로 말씀하였다.
‘교진여야, 너희들은 5음(陰)이 치성하여서 일어나는 고통ㆍ늙는 고통ㆍ병든 고통ㆍ죽는 고통ㆍ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고통ㆍ원수라고 생각되는 사람과 같이 살지 않을 수 없는 고통ㆍ구해서 얻지 못하는 고통ㆍ
영화와 즐거움을 잃는 고통을 알아야 하리라.

교진여야, 형상 있는 것ㆍ형상 없는 것ㆍ발 없는 것ㆍ한 발 돋히ㆍ두 발 돋히ㆍ네 발 돋히며 여러 발 가진 것의
일체 중생들이 모두 이러한 고통을 지니지 않은 것이 없다.
마치 재를 불 위에 덮었으나 만약 마른 풀이 닿으면 도로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이러한 여러 고통은 (나)로 말미암아
근본이 되므로 만약 어떤 중생이 조금이라도 (나)라는 생각을 일으키면 도로 다시 이와 같은 고통을 받게 되나니,
탐냄과 성냄과 그리고 어리석음은 모두가 다 (나)라는 근본을 반연하여 생긴다.

또 이 세 가지 독은 이는 모두 고통의 요인이니 마치 종자가 싹을 낼 수 있음과 같다.
중생들은 이로써 세 세상을 바퀴 돌 듯하므로, 만약 (나)라는 생각과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없애면
모든 고통도 다 이로부터 끊어지고 모두가 저 여덟 가지 바른 도를 원유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
마치 사람이 물을 훨훨 타는 불에 부음과 같으리니, 일체 중생들은 모든 고통의 근본을 모르면
모두 다 바퀴 돌 듯하며 나고 죽는 데에 있게 된다.

교진여야, 괴로움[苦]은 알아야 하며, 원인[習]은 끊어야 하며, 멸함[滅]은 증득해야 하며,
멸함에 이르는 길[道]은 닦아야 한다.
교진여야, 나는 이미 괴로움을 알았고, 이미 원인을 끊었고, 이미 멸함을 증득하였고,
이미 멸함에 이르는 길을 닦았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제 응당 괴로움을 알고 원인을 끊고 멸함을 증득하고 멸함에 이르는 길을 닦아야 하나니,
만약 사람들이 네 가지 진리를 알지 못하면 이 사람이야말로 해탈하지 못할 줄 알아야 한다.
네 가지 진리는 이것은 참되고 이것은 실다운 것이므로, 괴로움은 진실로 이 괴로움이요,
원인은 진실로 이 원인이요, 멸함은 진실로 이 멸함이요, 멸함에 이르는 길은 진실로 이 멸함에 이르는 길이니라.

교진여야, 너희들은 알겠느냐, 모르겠느냐?’
교진여가 대답하였다.‘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진리를 이해하고 알게 되었으므로, 그 때문에 아야교진여(阿若?陳如)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세 번 네 가지 진리로 12행(行)의 법 바퀴를 굴리실 때에 아야교진여는 모든 법 가운데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때에 공중의 8만 나유타 하늘들도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그 때 지신(地神)은 여래께서 그의 경계에 계시면서 법 바퀴 굴림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높은 소리로 외쳤다.
‘여래는 여기에서 미묘한 법의 바퀴를 굴리십니다.’
허공의 천신이 이 말을 듣고서 또 뛰놀면서 차츰차츰 부르짖었으므로 이에 아가니타설(阿迦??天)까지 이르렀는데,
모든 하늘들이 듣고 기뻐하기를 한량없이 하면서 높은 소리로 외쳤다.
‘여래는 오늘 바라나국 녹야원 안의 신선이 살던 곳에서 큰 법의 바퀴를 굴리셨는데,
일체 세간이 하늘ㆍ사람ㆍ악마ㆍ범천ㆍ사문과 바라문으로서는 굴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에 대지는 열여덟 가지로 움직였고, 하늘ㆍ용의 8부는 공중에서 뭇 풍악을 잡히며, 하늘 북은 저절로 울렸으며,
뭇 이름 있는 향을 사르고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을 흩뿌리며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에다 노래하고 찬탄하며
세계의 안이 저절로 크게 밝아졌다.
아야교진여는 제자들 중에서 처음 깨달았으므로 제1의 제자가 되었는데, 때에 마하나마 등 네 사람은
부처님의 법 바퀴 굴리심을 듣고 아야교진여 혼자만이 도의 자취를 깨달았으므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만약 다시 우리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면 우리들도 또 도의 자취를 깨칠 터인데.’
이렇게 생각한 뒤에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보면서 눈을 잠시도 떼지 않았다.

그 때 세존은 네 사람의 생각을 아시고 곧 거듭 그들을 위하여 자세히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자,
때에 네 사람은 모든 법 가운데서 역시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때에 그 다섯 사람은 도의 자취를 보고 나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다섯 사람은 이미 도의 자취를 보았습니다. 이미 도의 자취를 등극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부처님의 법에 집을 떠나 도를 닦고 싶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사랑하시고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소서.’
때에 세존은 그 다섯 사람을 부르시면서, ‘잘 왔도다, 비구들아’ 하시니,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즉시 사문이 되었다.

그 때 세존은 그 다섯 사람에게 물으셨다. ‘너희 비구들아,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을 알되,
이것이 항상함[常]이냐, 항상함이 아니냐? 이것은 괴로움[苦]이냐, 괴로움이 아니냐?
이것은 (공(空))이냐, (공)이 아니냐? 이것은 (나(我))가 있느냐. (나)가 없느냐?’
때에 다섯 비구(比丘)들은 부처님이 말씀하는 이 5음(陰)의 법을 듣자마자 번뇌(煩惱)가 다하고 뜻이 풀리어
아라한(阿羅漢)이 되고서는 곧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진실로 이는 무상이요, 괴로움이요, (공)이요, (나)가 없습니다.’
이에 세간에서는 비로소 여섯 분의 아라한이 계시게 되었는데, 부처님인 아라한은 바로 불보(佛寶)가 되셨고,
네 가지 진리의 법 바퀴는 바로 법보(法寶)가 되었고, 다섯의 아라한은 바로 승보(僧寶)가 되었나니,
이렇게 하여 세간에는 3보(寶)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모든 천상(天上)과 인간(人間)의 첫째가는 복밭[福田]이 되었다.
[출처] 과거현재인과경 – 제3권 (한국무속협회, 부산동래지부.) |작성자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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