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34/64

능엄경… 34

그때, 여래께서 사자좌에서 열반증을 정돈하고 승가리(僧伽梨)를
여미신 다음, 칠보로 단장한 책상을 끌어당겨서 겁바라천
(劫坡羅天)이 바친 화건(華巾)을 가져다, 대중앞에서 이를 메어
매듭을 만들어 아난에게 보이시면서 말씀하시기를,
“이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모두 부처님께 아뢰기를
“그것은 매듭이라고 합니다.”
이에 여래께서 다시 첩화건(疊華巾)을 메어 또 한 개의 메듭을
만들어 거듭 아난에게 물으시기를
“이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또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그것도 매듭입니다.”
이와 같이 차례로 첩화건을 메어 모두 여섯 개의 메듭을
만들었는데 한 번씩 매듭을 만들 때마다 화건으로 만든 매듭을
들고 아난에게 묻기를
“이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
아난과 대중들도 차례로 부처님에게 대답하기를
“그것도 메듭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처음 화건을 멘것을 네가 메듭이라고 하였으니
이 첩화건의 실제는 한 가닥인 것을 두 번째 세 번째에도
어찌하여 너희들은 메듭이라고 하느냐?”
아난이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이 보첩화는 짜서 만든 수건으로서 비록 본래는 top
하나이나 저의 생각으로는 여래께서 한 번 메시면 한 개의
메듭이라고 하고, 백번 메시면 백개의 메듭이라고 해야 할 것이며,
더구나 이 수건이 여섯 개의 메듭 뿐이어서 일곱은 되지
못하였으며 다섯에는 머물지 않았사옵니다.
여래께서는 어찌하여 처음 것만 메듭이라 하시고 두번째 세 번째
것은 메듭이라 하지 않으려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보화건은 네가 아는 것과 같이 이 수건이 원래는 하나였으나
내가 여섯번 메듭을 지었을 때에 여섯개의 메듭이란 이름이 있게
되었나니 너는 자세히 관찰하여라.
수건 자체는 같은 것이지만 메듭으로 인하여 달라진 것이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처음 메어진 메듭을 첫 번째라고 하고, 여섯 번째 매듭까지
생겼으니, 내가 지금 여섯 번째 메듭을 가지고 첫번째 메듭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섯 번째 메듭이 있으면 여섯 번째 매듭이지 결코 첫 번째 매듭이
될 수는 없습니다. 비록 제가 여러 생을 두고 끝까지 밝혀본다고
하여도 어떻게 이 여섯 번째 매듭의 이름을 바꿀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니라. 여섯 개의 매듭이 같지는 아니하나 근본은 하나의
수건으로 된 것이니 섞이게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니라.
너의 여섯 개의 감각도 이와 같아서 필경에는 같은 가운데 다른 것이
생기나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굳이 이 여섯 개의 메듭이 하나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싫어해서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아난이 말하기를
“이 메듭을 그대로 두면 시비가 벌떼처럼 일어나 그 가운데 자연
이 매듭은 저것이 아니고 저 매듭은 이것이 아니라고 하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여래께서 메듭을 모두 풀어 메듭이 생기지 않게
하시면 이것이다 저것이다는 일이 없어져 하나라고 이름할 것도
없을 것이니, 여섯이 어떻게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섯이 풀리면 하나가 없어지는 이치도 그와 같으니라.
네가 과거로부터 마음의 성품의 어지러워짐을 따라서 깨닫고
보는 것이 허망하게 생겨나고 그렇게 생긴 허망이 쉬지 아니하여
보는 것이 피로하여 물질의 현상이 생기게 된 것이 마치 눈동자가
피로해 지면 허공에 헛보이는 꽃이 생기는 것과 같으니
맑고 정밀하고 밝은 것에 원인 없이 일체 세간의 산과 강,
이 땅덩어리와 나고 죽음과 열반이 어지럽게 일어나나니
이는 모두 어지럽고 혼란한 피로에서 생긴 뒤바뀐 헛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저 피로 때문에 생기는 현상은 메듭지어진 것과 같은 것이니
어떻게 풀어 없애야 되겠습니까?”
여래께서 손으로 메듭이 생긴 수건을 잡고 왼쪽을 당기며
아난에게 묻기를
“이렇게 하면 풀리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다시 손을 돌려 오른쪽을 당기면서 아난에게 묻기를
“이렇게 하면 풀리겠느냐?”
아난이 대답하기를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지금 손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각각 당겼으나 풀지
못하였으니 너는 방편을 내어 보아라.
어떻게 하면 풀리겠느냐?”
아난이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당연히 중심에서 부터 풀면 풀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나니라. 메듭을 풀려거든 메듭의 중심에서부터 풀어야
하나니라.
아난아!
내가 말하기를 ‘불법은 인연으로부터 생긴다’고 하였으니
세간과 화합하는 거친 현상들을 취한 것이 아니니라.
여래는 세간과 출세간의 법을 밝혀 근본이 인연한 것를 따라
나오는 것을 깨달으며, 항하사 처럼 많은 세계속에 한 방울의
비까지도 수를 알며, 앞에 나타나는 갖가지 현상 가운데
소나무는 곧고 가시나무는 굽었으며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 것에 대한 까닭을 모두 알아야 하나니,
아난아!
너의 마음속을 따라 여섯 가지 감각중에 하나를 선택하여라.
그 감각의 메듭이 풀리면 대상도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모든 허망이 사라져 없어지면 참되지 않음이 어찌 있겠느냐?
아난아!
내가 지금 네게 묻겠다.
이 겁파라수건의 여섯 메듭이 앞에 나타났으니 매듭을 풀면
한꺼번에 풀릴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그 매듭이 본래 차례로 맺혀진 것이므로 당연히 차례로 풀어야
할 것입니다.
여섯 매듭이 본체는 같지만 메듭은 동시에 맺혀진 것이 아니므로
메듭을 푸는데 어떻게 한꺼번에 풀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섯 가지의 감각으로 생기는 의혹을 푸는 것도 이와 같나니라.
그 감각의 처음것이 풀어지면 먼저 인공(人空)을 얻고 허공의
성품마져 원만하게 밝아져 법의 해탈이 이루어지나니
법을 해탈하고 나면 모두가 공하다는 것까지 생기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보살이 삼마지에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고 하나니라.”
아난과 여러 대중들이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받고 지혜로운
깨달음이 원만하게 통해서 의혹이 없어짐을 얻고 일시에 합장하여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고 절하고 아뢰기를
“저희들이 오늘에야 몸과 마음이 밝아져 걸림이 없음을 얻었습니다.
비록 다시 하나와 여섯이 없어지는 이치를 깨닫기는 하였사오나
아직도 원통의 본근(本根)은 깨닫지 못하였사오니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정처없이 헤메여 여러겁을 외롭게 떠돌다가 무슨 마음,
무슨 생각이 부처님의 천륜(天倫)에 참여하게 되었습니까?
마치 어미 잃은 젖먹이가 어머니를 만난 듯합니다.
만약 다시 이 모임으로 도가 이루어진다면 얻어들은 비밀스런
말씀이 본래의 깨달음과 같아서 듣지 못한 것과 다름이 없겠습니다.
바라옵건데,
큰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에게 신비하고 존엄하신 은혜로 말씀해
주시여 여래의 최후의 가르침을 성취하게 하여주소서.”
이렇게 말하고는 온 몸을 땅에 던지고 물러나와 숨을 죽이고
앉아 부처님의 은밀한 가르침을 기다렸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