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33
그때, 세존께서 아난과 모임 가운데 모든 유학(배울 것이 있는)
자들을 가엾게 여기시며, 미래의 모든 중생을 위하여 세간을
벗어나는 원인을 말씀하시어 장래의 법안(法眼)을 만들어 주려
하시여, 염부단자금광(閻浮檀紫金光)의 손으로 아난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니, 시방에 넓은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가지로 진동하며
그 세계에 계시는 모든 여래가 각각 보배의 빛이 그 정수리로부터
나오니, 그 광명이 동시에 그 세계에서 기타림으로 와서 여래의
정수리에 닿으니, 여러 대중들이 지금까지 없었던 일을 보게 되었다.
그때, 아난과 모든 대중들이 함께 들었는데, 시방의 모든 여래가
다른 입에서 같은 소리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훌륭하다! 아난아!
네가 나면서부터 생긴 무명이 너로 하여 윤회하고 전전하게 하는
나고 죽는 것이 맺혀진 근원을 알고자 하는데,
그것은 오직 너의 여섯 가지 감각 때문이요, 다른 물건이 아니며,
네가 다시 위없는 보리가 너로 하여 편안하고 즐겁게 해탈케 하는
고요하고 편안하고 오묘하고 항상 있음을 속히 증득하는 방법을
깨닫고자 함이니, 그것 역시 너의 여섯 가지 감각으로 인함이니
다른 물건이 아니니라.”
아난이 이러한 진리의 말씀은 들었으나 마음에는 아직 분명치
못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어째서 저로 하여 나고 죽음에 윤회하게 하며, 편안하고
즐겁고 오묘하고 항상 있게 함이 모두 여섯 가지 감각이요
다른 물건이 아니라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되
“감각과 감각의 근원은 같으며 얽매임과 해탈도 둘이 아니며 top
의식하는 성품의 허망이 허공의 꽃과 같으니라.
아난아! 대상으로 아는 것이 생기며, 감각으로 현상이 있나니
현상과 보는 것은 성품이 없어 허수아비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네가 이제 알고 보는 것이 아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
곧 무명의 근본이요, 알고 보는 것에 보는 것이 없으면
이는 곧 열반으로 무루(정기가 밖으로 새는 것)가 끊긴 참되고
청정함이니,
어떻게 그 가운데 다른 물체가 있겠느냐?”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하여 게송을 설하셨다.
참다운 성품에는 짓는 것이 없거늘
인연으로 생기는 것은 허깨비와 같네.
짓는 것도 없으며 생기거나 없어짐도 없어
진실되지 않음이 허공의 꽃과 같으니라.
거짓을 말하여 진실을 나타낸다면
거짓과 진실이 둘 다 거짓이네.
진실도 진실이 아닌 것도 아니거니
어찌하여 보는 것이다 보이는 물질이다 하겠느냐?
중간에는 진실한 성품이 없나니
그러므로 허깨비와 같나니라.
맺히고 풀림이 원인한 바가 같아서
성인과 범부가 두 길이 아니니,
너는 어우러진 마음 속의 성품을 보아라.
허공과 실체 이 두가지가 모두 아니니,
혼미하여 어두우면 곧 무명이요
밝게 열리면 곧 해탈이니라.
맺힌 것을 푸는데는 차례를 지켜서,
六이 풀리면 一도 따라 없어지리라.
감각 가운데 원만한 것을 택하면
흐름에 들어가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리라. top
아다나(阿陀那)의 미세한 의식은
습기가 사나운 흐름을 이루나니
진실과 진실 아님에 미혹할까
염려하여 내가 항상 말하지 않느냐.
제 마음에서 제 마음을 취하면
환망(幻妄)아닌 것이 환법(幻法)이 되나니
취하지 않으면 환망 아닌 것조차도 없으리라.
환망이 아닌 것도 생기지 않으니
환법이 어떻게 이루어지랴?
이것을 이름하여 ‘묘연화’, ‘금강왕보각’,
‘여여불삼매’라 하나니
손가락을 퉁기는 사이에
무학의 경지를 초월하리라.
이 비유할 수 없는 법은
시방 바가범이 열반에 이르는 문이니라.
이때, 아난과 여러 대중이 부처님의 위없이 자비하신 가르침인
기야(祇夜)와 가타(伽陀)가 섞인 세밀하고 밝아 오묘한 이치가
맑게 통함을 듣고 마음의 눈이 밝게 얼려 일찌기 없던 일임을
찬탄하더니,
아난이 합장하여 이마를 땅에 대어 예를 드리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제가 지금 부처님께서 차별없는 큰 자비로 말씀하신. 청정하고
오묘하고 항상하다는 진실한 법구를 들었사오나. 마음에는 아직
六이 풀리면 一이 없어진다는 매듭을 푸는 차례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하옵건데,
큰 자비를 베푸시와 여기에 모인 무리들과 미래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시여
법음(法音)을 베풀어 속에 밴 때까지 깨끗이 씻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