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32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많이 듣는 것만 즐겨하고 유루를 끊지 못하고 마음 속에
앞뒤가바뀐 원인만을 깨닫고 참으로 바뀐 것이 앞에 나타나는
것을 실제로 알지 못하나니, 네가 아직도 마음이 믿어 복종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지금 내가 세상의 모든 일들을 들어 너의
의혹을 소멸하리라.”
그때, 여래께서 나후라에게 명하여 종을 한 번 치게 하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지금 종소리가 들리느냐? 들리지 않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함께 대답하기를
“저희들이 듣고 있습니다.”
종소리가 없어지자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네가 지금을 들리느냐? 들리지 않느냐?”
아난과 대중이 함께 대답하기를
“들리지 않습니다.”
그때, 나후라가 또 한 번 종을 치자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네가 지금은 들리느냐? 들리지 않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또 대답하기를
“모두 듣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네가 어떤 것을 듣는다고 하고 어떤 것을 듣지 못한다고
하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모두 부처님에게 말씀드리기를
“종을 쳐서 소리가 나면 저희들이 듣고 종을 친지 오래 되어
소리가 사라지고 메아리까지 없어지면 들리지 않습니다.”
여래께서 또다시 나후라를 시켜서 종을 치게 하시고 top
아난에게 물으셨다.
“네가 지금 소리가 나느냐 나지 않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함께 대답하기를
“소리가 납니다.”
조금 있다가 소리가 없어지거늘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네가 지금은 소리가 나느냐 안 나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대답하기를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잠깐 있다가 나후라가 다시 와서 종을 치니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네가 지금 소리가 나느냐 안 나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모두 대답하기를
“소리가 납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떤 것을 소리가 난다고 하고 어떤 것을 소리가
없다고 하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모두 부처님에게 말씀드리기를
“종을 쳐서 소리가 나면 소리가 있다고 하고 종을 친지
오래되어 소리가 없어지고 메아리까지 없어지면 소리가
없다고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과 대중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어찌하여 스스로 하는 말이 이랬다 저랬다 top
하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함께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저희들이 무엇을 이랬다 저랬다 했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게 들리느냐고 물으니 너는 들린다고 말하였고,
또 너에게 소리가 나느냐고 물으니 너는 소리가 난다고
말하여 듣고 소리가 나는데 대한 대답이 일정하지 아니하니
그런 것이 어찌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아난아!
소리가 사라지고 메아리까지 없어진 것을 너는 들음이
없다고 하는데, 참으로 들음이 없음은 듣는 성품이 없어져서
마른 나무와 같으리니 종을 다시 친들 네가 어떻게 들을 수
있겠느냐?
있음을 알고 없음을 아는 것은 들리는 대상인 소리가 있었다
없었다 하는 것이니, 어찌 듣는 성품이야 네게서 있었다
없었다 하겠느냐?
듣는 것이 없다고 한다면 무엇이 없다는 것을 알겠느냐?
아난아!
듣는 가운데 소리가 저절로 생겼다 없어졌다 할지언정 네가
듣는 것에는 소리가 생기고 없어짐이 너의 듣는 성품으로 하여
있었다 없었다 하는 것은 아니니라.
너는 아직도 앞뒤가 바뀌어서 소리를 듣는 것으로 착각하니
어찌 혼미한 것을 끊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겠느냐?
모든 움직임, 고요함, 열림, 닫힘, 통함, 막힘을 여의고 보면
듣는 성품이 없노라고 말하지 못하리라.
마치 깊이 잠든 사람이 침대에서 한참 자고 있을 때, 가족들이
다듬질이나 방아를 찧으면 그 사람이 잠결에 방망이 소리와
절구 소리를 듣고 깨어나 가족에게 말하기를 ‘조금전 잠결에 top
이 소리를 들었다’고 하리니,
아난아!
그 사람은 어떻게 움직이고 고요하며 열리고 닫히고 통하고
막힘을 알지 못하나, 그 형체는 비록 잠을 자고 있었으나
듣는 성품은 혼미하지 않았음이니라.
가령 너의 형체가 없어져서 목숨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 성품이야 어찌 너에게서 없어 지겠느냐?
모든 중생들이 과거로부터 모든 빛과 소리를 따르며 생각을
좇아 흘러와서, 본래 청정하고 오묘하고 항상 존재하는 성품을
깨닫지 못하여 항상 있는 것을 따르지 않고 나고 없어지는 것만
좇아다니므로 세세생생 잡념으로 흐르게 되나니,
나고 죽음을 버리고 항상 참된 존재를 지키면 빛이 앞에 나타나
감각과 대상 그리고, 의식하는 마음이 때를 따라 없어질 것이다.
생각하는 현상이 허망이고 의식하는 마음이 더러운 때가 된다.
두 가지 여의면 너의 법안(法眼)이 때를 따라서 맑고 밝아지리니
어찌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겠느냐?”
아난이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제이의(第二義)의 문을 말씀하셨으나,
지금 관하니,세상에서 맺힌 것을 푸는 사람이 맺히게 된 원인을
알지 못하면 끝내 풀 수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와 이 모임의 유학과 성문들도 이와 같아 과거로부터 무명과
더불어 함께 생기고 함께 없어지니,
오직 많이 듣는 근기를 지녀 이름만 출가하였다고 할 뿐,
마치 학질에 걸린 것과 같습니다.
바라옵건데,
큰 자비로 헤어나지 못함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오늘 이 몸과 마음이 어찌하여 이렇게 맺혀졌으며, 어떻게 하는
것이 해탈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습니까?
또한, 미래의 고통받는 중생들을 윤회에서 벗어나 삼계에 떨어지지
않게 해주소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대중들과 함께 온 몸을 땅에 던지고, 눈물을
흘리며 정성을 다하여 여래의 위없는 가르침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