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35
그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의 여러 큰 보살들과 무루의
큰 아라한들에게 널리 말씀하시기를
“너희들 보살과 아라한이 나의 법 가운데 배울 것이 없는 경지를
이루었나니 내가 지금 너희에게 묻겠는데 최초의 발심하여 十八계
(界)를 깨달았을 때 어느 것이 원통이며 어떤 방편으로 삼마지에
들어갔느냐?”
교진여등 다섯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제가 녹야원과 계원에 있을 때 여래께서 최초의 깨달음을 보고
부처님의 음성에서 사제(四諦)를 깨달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물으시므로 제가 먼저 안다고 하였는데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아야다(阿若多)’라고 하셨으니,
오묘한 음성이 은밀하고 원만하였으므로 저는 음성으로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
음성이 으뜸인가 하옵니다.”
우바니사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께 아뢰기를
“저도 부처님께서 최초의 깨달으심을 보았더니 청정하지 못한
모양을 보게 하셨으므로 크게 싫어 여의여야겠다는 생각을 내어
모든 물질의 성품을 깨달았나이다. 깨끗지 못한 것과 백골(百骨)과
티끌을 따라 허공으로 돌아가 허공의 대상이 없어져 배울 것이
없는 도를 이루었으니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나사타(尼沙陀)’라고 하셨는데, 색이라는 대상이 모두 없어져
미묘한 물질이 미세하고 원만하였사오므로 저는 그 물질의
모양으로부터 아라한을 얻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색신이 으뜸인가
하나이다.”
향엄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저는 여래께서 저에게 모든 것의 작위가 있는 형상을 자세히
살피라 하심을 듣고 제가 그때 부처님에게 하직하고 깨끗한 방에서
편안히 생각에 잠겼다가 여러 비구가 침수향 태우는 것을 보았더니 top
그 향기가 은연중에 코 속으로 들어오기에 향기는 나무도 아니요
허공도 아니며 연기도 아니요 불도 아니어서 가도 닿는 곳이 없으며
와도 좇아온 곳이 없음을 관하였나이다.
이로써, 뜻이 사라져서 무루의 힘을 받았하였사오니,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향엄(香嚴)’이라 하셨습니다. 향기가 사라져도
향기는 원만한 것이니 저는 그 향엄으로부터 아라한을 얻었사오니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향기가 으뜸인가
하나이다.”
약왕과 약상 두 법왕자가 모임 가운데 오백의 범천(梵天)과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저는 한량없는 세월 동안 세상의 훌륭한 의사가 되어서 입으로
이 사바세계의 풀, 나무, 쇠붙이, 돌을 맛본 그 가지 수가 十만
八천이나 되니 이와같이 쓰고, 시고, 짜고, 담담하고, 달고, 매운 것
등의 맛과 화합해서 생긴 맛, 함께 생긴 맛, 변하여 생기는 맛과
찬 맛, 더운 맛, 그리고 독이 있고, 없고를 두루 맛보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래를 받들어 모시면서 맛의 성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며, 몸과 마음에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몸과 마음을
떠나 있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으며, 맛의 원인을 분별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여래께서 저희 형제를 인가하시어 약왕, 약상보살로
이름하여 주심을 받자와 법왕자가 되었으며, 맛으로 인해 깨닫고
보살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 맛으로 닦는 것이 으뜸인가 하나이다.”
발타바라가 도반인 열 여섯 명의 개사(開士)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저희들이 앞서 위음불의 처소에서 법을 듣고 출가한 후 스님들과
목욕할 때 차례를 따라 욕실에 들어갔었는데 홀연히 물로 인해
깨닫고 물이 때를 씻은 것도 아니며, 때가몸을 씻는 것도 아니며,
중간이 없음을 얻었습니다. 숙세의 습기를 잊지 못해 지금에 와서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무루를 얻었으니, 부처님께서 저를
‘발타바라’라 하심을 받고 오묘한 촉으로 밝아져 불자로 머물 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
촉하여 닦는 것이 으뜸인가 하나이다.”
마하가섭과 자금광비구니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저는 과거, 세상에 나오신 부처님이 계셨으니 부처님 이름이
‘일월등(日月燈)’이었습니다. 제가 가까이 모시며 법을 듣고 닦아
익혔더니 그 부처님이 멸도(滅度)하신 뒤에 사리를 공양하며 등불을
밝혔사오며, 자단금(紫檀金)으로 부처님의 형상에 도금하였더니
그후 세세생생에 몸에 항상 자금광 빛이 모여 원만하였나이다.
이 자금광 비구니 등은 곧 저의 권속이니 그때 모두 함께 발심
하였나이다. 저는 세간의 육대가 변하여 없어짐을 보고, 오로지 비어
있고 고요함으로 멸진정(滅盡定)을 닦아 몸과 마음이 百, 天 겁을
지나도 마치 손가락을 퉁기는 기간과 같이 짧았으므로 저는 공법으로
아라한을 이루었으니 세존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두타(頭陀)에 최고라
하셨습니다. 오묘한 법이 밝게 열려 무루를 얻었으니 부처님께서
원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 법이 으뜸인가 하나이다.”
아나율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저는 처음 출가하여 항상 수면을 즐겼드니 여래께서 저를 꾸짖되
축생의 무리가 된다고 하시므로 저는 부처님의 꾸지람을 듣자옵고
눈물로 자책하여 七일을 잠자지 않았더니 두 눈이 멀었습니다.
세존께서 저에게 낙견조명금강삼매(樂見照明金剛三昧)를 가르쳐
주셨으므로 저는 눈으로는 시방세계를 보지 못하지만 환희의
세계가 열려 마치 손바닥에 있는 과일을 보는 듯하니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아라한을 이루었다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 보는 것을 돌이켜 근본을
따르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주리반특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저는 외울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듣는 것이 없어 처음 출가하여
부처님을 만나 설법을 듣고 여래의 비밀하신 게송을 기억하려는데
百일 동안이나 앞에 것을 외우면 뒤에 것을 잊고 뒤에 것을 외우면
앞에 것을 잊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저의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겨
저에게 편안히 있으면서 숨쉬는 것을 조절하라고 하시므로 제가
그때에 숨쉬는 것을 관하여 나고 머무르고 변하고 없어지고 걸림이
없음을 얻었으며, 무루에 이르러 아라한이 되었으며, 부처님의
자리에 머물러서 무학을 이루었다고 인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 숨쉬는 것을 따름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교범바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에게 아리기를
“저는 입으로 죄를 지어 과거 겁에 스님을 조롱하여 세세생생
소처럼 되새김하는 병이 있었으니 여래께서 저에게 일정한 맛의
청정한 마음의 법문을 가르쳐 주셨으므로 저는 잡념을 없엘 수
있어 삼마지에 들어가 맛을 아는 것이 실체도 아니고 물질도
아님을 관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생각 동안에 세간에서 유루를
벗어나 안으로 몸과 마음을 해탈하고 밖으로 세계를 버려
삼계[三界]를 멀리 벗어남이 마치 새가 새장에서 벗어난 것과
같아 때와 먼지를 소멸하여 법안이 맑아지는 아라한을 이루었으니,
여래께서 친히 인가하시어 무학에 올랐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 맛을 돌이켜
지(知)로 돌아감이 제일인가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