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25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말한 깨달음이니 밝음이니 하는 것은 성품이 밝은 것을 깨달음이라고
이름한 것이냐 아니면 깨달음이 밝지 못한 것을 밝은 깨달음이라고
이름한 것이냐?”
부루나가 말하기를
“만약 이와 같이 밝지 못한 것을 이름하여 깨달음이라고 한다면 밝힐 것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약 밝힐 것이 없다면 밝혀야 할 깨달음이 없으리라.
밝힐 것이 있으면 깨달음이 아니고 밝힐 것이 없으면 밝은 것이 아니며
밝음이 없으면 깨달음의 맑고 밝은 성품이 아니리라.
성품의 깨달음이 반드시 밝은 것이어서 허망하게 밝혀야 할 깨달음이라고
하나니라.
깨달음은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건만 밝힘으로 해서 밝혀야 할 것이
이루어졌으니 그 밝혀야 할 것이 이미 망령되게 이루어지면 너의 허망한
작용의 능력을 생기게 해서 같고 다름이 없는 가운데서 불꽃처럼 성하게
다름을 이루었나니라.
저 다른 것을 다르다고 여겨서 그 다른 것으로 인해 같음이 성립되었고
같음과 다름을 분명히 구분하고 그로 인해 다시 같음도 없고 다름도
없음이 성립되었다.
이렇게 흔들리고 어지러운 것이 서로 작용하면 피로가 생기고 그 피로가
오래되면 번뇌가 생겨서 자연 서로 혼탁하게 되나니라.
이로 말미암아 오염과 번뇌[塵勞煩惱]가 일어나나니라.
움직여 일어나면 세계가 되고 고요하게 있는 것은 허공이 되나니 허공은
같으나 세계는 다르니 그 같고 다름이 없는 것이 참다운 현상계[有爲法]
이니라.
깨달음의 밝음과 허공의 어두운 것이 서로 작용하여 동요하기 때문에
바람바퀴[風輪]가 있어 세계를 잡아 지탱[熱持]하는 것이다.
그리고 허공에 크게 소리쳐서 흔들림이 생겨나고 밝은 것을 굳혀서 막힘이
이루어지니 저 금은 보배는 밝은 깨달음이 굳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금륜(金輪)이 국토를 보전하여 지탱하는 것이며,
깨달음이 굳어져서 금은 보배가 되고 밝음이 흔들려서 바람이 일어나니
바람과 금이 서로 마찰하므로 불빛이 생겨 변화하는 바퀴가 되었으며,
금보의 밝음이 윤택한 기운을 생기게 하고 불빛은 위로 치솟기 때문에
물바퀴[水輪]가 생겨 시방세계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불은 위로 오르고 물은 흘러 내려 서로 발하여 굳어져서 젖은 곳은
큰 바다가 되고 마른 곳은 육지와 섬이 되었으니
이러한 이치로써 저 바다 가운데서는 불빛이 늘 일어나고 육지와 섬
가운데서는 강물과 냇물이 늘 흐른다.
물의 힘은 불보다 열세이면 맺혀서 높은 산이된다.
이렇게 되면 돋아나서 풀이나 나무가 된다.
그러므로 숲과 늪이 타버리면 흙이 되고 쥐어짜면 물이 된다.
서로 엉켜서 허망함이 발생하여 번갈아 서로 종자가 되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세계가 서로 계속되나니라.
부루나야 밝은 것이 허망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깨달음의 밝은 것이
허물이 되니 허망한 것이 이미 성립되면 밝은 이치가 이를 앞지르지 못한다.
이러한 인연으로 듣는 것이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보는 것이 색깔을 벗어나지 못하여 빛과 향기, 맛과 촉감 등 여섯 가지
허망이 이루어지나니 그로 해서 보고 듣고 깨닫고 느끼는 것이 나뉘어져서
같은 업장끼리 서로 얽히고 어울리고 떠나는 것이 변화를 이루나니라.
보는 것이 밝아서 빛이 발하고 밝게 봄으로 해서 생각이 이루어지나니
다르게 보면 미움이 생기고 같은 생각은 사랑이 생겨서 그 사랑이 흘러
종자가 되고 생각을 받아들여 태(胎)가 되어서 서로 어우러짐이 발생하고
같은 업장끼리 끌어들인다.
그러므로 그 인연으로 해서 갈라람과 알포담등이 생기나니라.
태로 생하는 것과 알로 생하는 것, 습기에서 생하는 것과 화생으로 생하는
것이 제각기 응할 바를 따라서 알로 생하는 것은 오직 생각으로서만
생겨나고 태로 생하는 것은 (情)으로 인해 생겨나며,
습기로 생하는 것은 합하여 생기고 화생은 떠나서 응함으로 생기니,
정, 생, 각, 합, 떠남으로 생기는 것들이 다시 서로 변하고 바뀌어서
업을 받는데 그 업장을 따라 혹은 날고 혹은 잠기고 하니
그러한 인연으로 중생이 서로 계속되나니라.
부루나야!
여러가지 욕심으로 말미암아서 그것이 애욕의 성품이 생김을 돕는데
그 애욕을 여읠 수가 없어서 갖가지 업장을 짓게 되나니
그 때문에 나고 죽는 윤회가 계속하게 되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