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24
그 때에 부루나 미다라니자가 대중 가운데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들어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하여
공경히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위엄있고 덕 높으신 세존께서 중생을 위하여 여래의
제일의제(第一義諦)를 잘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세존께서 항상 추천하시기를 ‘설법하는 사람들 가운데
제가 제일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여래의 미묘한 법음을
듣자오니 마치 귀먹은 사람이 백 걸음 밖에서 모기 소리를
듣는 것과 같으니 본래 볼 수도 없거든 더구나 어떻게
들을 수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비록 분명하게 말씀해 주셔서 저로 하여금
의혹을 들게 하였사오나 저는 아직도 그 뜻을 끝까지
추구하여 의혹이 없는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나이다.
세존이시여! 아난 같은 무리들은 비록 깨달았다고는 하나
익혀온 습기와 번뇌가 아직 다 없어지지 못하였거니와
저희들은 모임 가운데 정기가 몸 밖으로 새는 것이 없는곳
까지 이른 자들이므로 비록 모든 새는 것을 다 끊어 버렸다
하더라도 지금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음을 듣고서는
오히려 의혹과 회의에 얽혔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세간에 일체의 근(根), 진(塵), 음(陰),
처(處), 계(界)등이 모두 여래장이어서 청정하고
본래 자연 그대로라고 한다면 어찌하여 홀연히 산과 강,
그리고 땅덩어리의 모든 물질들이 생겨나서 차례로
변천하여 끝마쳤다가는 다시 시작하곤 하는 것입니까?
또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흙과 물, 불과 바람은 본래 성품이 원융하여 법계에
두루퍼져 맑고 고요히 늘 머문다’고 하셨나니
세존이시여!
만약, 흙의 성품이 두루 퍼진다면 어떻게 물을 용납하며
물의 성품이 두루 퍼진다면 불은 생기지 못해야 할
것인데 어떻게 물과 불의 두 성분이 허공에 가득하여
서로 능멸(凌滅)하지 아니하는지 그 이치를 밝힐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흙의 성질은 가로막는 것이고 허공의 성질은 텅텅 빈
것이거니 어찌하여 두 가지가 다같이 법계에 두루 퍼진다고
하십니까?
저는 그 이치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바라건데, 여래께서는 큰 자비를 베푸시어 저의 어두운
구름을 벗겨 주소서.”
모든 대중들과 이렇게 말하고서는 오체(五體)를 땅에 던지고
여래의 더없이 높은 자비로운 가르침을 흠모하여 목마르게
기다렸다.
그때, 세존께서 부루나와 모임 가운데에서 정기가 몸 밖으로
새는 것이 모두 끊어진 무학(無學)인 모든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여래가 오늘 널리 이 모임을 위해서 수승한 이치 속에서도
참되고 수승한 이치의 성품을 설명하여 너희 모임 중에서
소승인 성문들과 일체의 두 가지 빈 것을 얻지 못한 이들과
상승(上乘)으로 회향하는 아라한 등으로 하여금 모두 일승의
열반의 자리[寂滅場地]인 참된 아련야(阿練惹)의 올바르게
수행할 방법을 얻게 하고자 하노니 너는 지금 자세히 들으라.
당연히 너를 위하여 설명하리라.”
부루나 등이 부처님의 법음을 흠모하여 잠자코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부루나야! 네가 말한 바와 같이 ‘청정한 본래 자연 그대로
라면 어떻게 홀연히 산과 강과 대지가 생기겠느냐?’고 하는데
너는 여래가 항상 설법하는 ‘성각(性覺)은 오묘하고 밝으며
본각(本覺)은 밝고 오묘하다’고 한 말을 듣지 못했느냐?”
부루나가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그러한 이치를 말씀하시는 것을
제가 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