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7/64

능엄경…7

그때, 세존께서 도라면 같은 부드러운 그물 모양의 빛나는
손을 들어, 수레바퀴 같은 무늬가 있는 다섯 손가락을 펴시고,
아난과 여러 대중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처음 도를 이루고, 녹야원(鹿野園)에서 교진여 등,
다섯비구와 그의 사부대중을 위하여 말하기를, ‘일체 중생이 보리도와 아라한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모두 객진번뇌(客塵煩惱)로 인하여 그르치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너희들은 그때에 무엇을 깨 달아,
지금 성인의 과업을 이루었느냐?”
그때, 교진여가 일어나, 부처님께 아뢰기를,
“제가 지금 장로(長老)로서 대중 가운데 유독 저만이
‘알았다’는 이름을 얻은 것은 객진(客塵)이란 두 글자를
깨닫고, 부처님의 과업을 이룩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예를들면, 마치 길가는 사람이 여정에 들어 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밥먹고 잠 자는 일을 마치고, 행장을 꾸려,
머물 여가가 없이 길을 떠나지만, 만약 참다운 주인이라면,
갈 곳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머물지 않는 것은 나그네고,
머무는 것은 주인이니, 머물러 있지 않는 것을 ‘나그네’라고 이름하겠습니다.

또, 비가 개이고 맑은 태양이 하늘에 떠 올라 햇빛이 틈으로 들어와 밝게 비치면, 허공에 있는 모든 먼지가 보이는데,
티끌은 요동하지만, 허공은 고요한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미루어 생각하면, 맑고, 고요한 것은 허공이고,
요동하는 것은 티끌이니, 요동하는 것을 ‘티끌’이라 정의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니라.”
그때, 여래께서 대중 가운데에서 다섯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펴고, 폈다가 다시 구부리시며,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지금 무엇을 보느냐?” 아난이 대답하기를,
“저는 여래께서 백 가지 보배로운 수레바퀴 같은 손 바닥을 대중 앞에 폈다, 쥐었다 하tl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르시기를,
“네가 내 손이 대중 앞에 폈다, 쥐었다 함을 보았다고 하니,
그것은 내 손이 폈다, 쥐었다 한 것이냐 아니면,
네가 보는 것이 폈다 쥐었다 한 것이냐?”
아난이 대답하기를,”세존께서 대중 앞에 보배의 손을 폈다, 쥐었다 하시므로,
제가 여래의 손이 폈다 쥐었다 하심을 본 것이니, 저의 보는 것이 폈다 쥐었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어느 것이 움직였고, 어느 것이
가만히 있었느냐?” 아난이 대답하기를,
“부처님의 손도 가만히 있지 아니하였습니다만,
제가 보는 것도 고요하다고 할 것이 없으니,
어느 것을 가만히 있지 않았다고 고집하여
말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그러하다.”
여래가 손 바닥으로 부터 한 줄기 보배의 광명을 날려, 아난의
오른쪽을 비추니, 아난이 머리를 돌려 오른쪽을 보았다.
또, 한 줄기 빛을 내어, 아난의 왼쪽을 비추니, 아난이 왼쪽을 보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기를,
“네 머리가 지금 무엇 때문에 움직이느냐?”
아난이 대답하기를, “제가 여래께서 보배의 빛을 내시어 저의 왼쪽, 오른쪽에 보내셨기에 왼쪽과 오른쪽을 차례로
보느라고, 머리가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아난아! 네가 부처님 보배의 빛을 보느라고, 머리가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하니, 그것은 네 머리가 움직인 것이냐, 보는 것이 움직인 것이냐?”

“세존이시여! 저의 머리가 저절로 움직인 것이지, 저의 보는 성품은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것조차 없으니,
어찌 움직였다고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다.”
그때, 여래께서 대중에게 이르시기를,
“만약 중생들이 동요하는 것을 대상 물질[진:塵]이라 하고,
머물지 않는 것을 나그네라 한다면, 아난의 머리가 스스로
움직였을 뿐, 보는 것은 움직이지 않았음을 관찰하고,
또, 너희가 나의 손은 스스로 폈다, 쥐었다 하였으되,
보는 것은 폈다, 쥐었다 함이 없는 것임을 깨달으라.
어찌하여, 지금 너희들은 동요하는 것을 몸으로 여기고, 동요하는 것의 대상이 물질이라, 생각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마다 생겼다, 없어졌다 하여, 참다운 성품을 버리고,
뒤바뀐 짓을 하느냐?
성품에 참 마음은 잃어 버리고, 물건을 몸인 줄 알고 있으면, 그 속을 돌고, 돌아 스스로 끌려 다님을 취하려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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