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6/64

능엄경…6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의 사랑하는 아우입니다.
마음으로 부처님을 사랑하였으므로 저를 출가하게 하였으나,
저의 마음이 어찌 여래만을 공양하오릿까?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국토를 두루 다니며, 여러 부처님과
훌륭하신 스승님을 섬기는 것과 큰 용맹을 발하여, 행하기
어려운 일들을 행하는 것도 모두 마음으로 할 것이며,
비록 법을 비방하고, 훌륭한 근기에서 영원히 물러난다
하더라도 이 마음일 따름인데, 만약 이렇게 발생하는 분명한 것을 마음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면, 저는 마음이 없는 토목(土木)과 같을 것입니다. 이 깨닫고, 알고 하는 것을 여의면, 다른 것이 있을 수 없으니,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저의 마음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까?
저는 사실 놀랐사오며, 여기 모인 대중들도 의혹하지 않을수 없사오니 바라옵건대, 큰 자비를 베푸시어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을 깨우쳐 주시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아난과 여러 대중에게 그들의 마음으로 하여
무생법인(無生法忍)에 들게 하려 하여, 사자좌(獅子座)에서
아난의 정수리를 만지며 말씀하시길,
“여래가 항상 말씀하시되, ‘모든 법이 생기는 것이 오직 마음에 나타나는 것이며, 일체의 원인, 결과, 이 세계의 작은 티끌이 마음으로 인하여 실체를 이룬다’고 하나니,
아난아! 만약 모든 세계의 온갖 것 가운데 풀잎이나, 실오라기까지도 그 근원을 보면, 모두 본체의 성질이 있으며, 비록 허공까지도 이름과 모양이 있으며, 청정하고 오묘한 밝은
마음은 전부 마음의 본성(本性)이 되니,
어찌 실체가 없겠느냐?
만약 네가 분별하고, 깨닫고, 관찰하여 분명하게 아는 성품을 고집하여, 반드시 마음이라 한다면, 이 마음이 온갖 색깔과 소리, 향기와 맛의 접촉과 법 등, 상대적인 대상을 여의고도 온전한 성품이 있겠느냐?
마치 네가 지금 나의 법문을 듣는 것도 이것이 소리로 인해, 분별함이 있는 것이니, 비록 일체의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없애고, 안으로, 안정되어도 법진(法塵)을 상대로 분별하는 그림자가 되니라.
내가 네게 명령하여, 마음이 아니라고 고집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네가 마음에 대하여 자세히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만약 앞에 나타나는 대상을 여의고, 분별하는 심성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너의 마음이겠지만, 만약 분별하는 심성이 앞에
나타난 대상을 여의고 실체가 없다면, 이는 앞에 나타나는
대상을 분별하는 그림자일 뿐이다.
앞에 나타나는 대상은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니,
만약 변하여 없어질 때는, 이 마음이 곧 거북의 털이나
토끼의 뿔과 같을 것이니, 곧 너의 법신도 함께 끊어져
없어지는 것과 같으리라.
그러면, 무엇이 무생법인(無生法忍0을 닦아서 증득하겠느냐?”
그때, 아난이 대중들과 함께 넋이 나간 듯 하였다.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르시기를,
“세간에서 수학(修學)하는 모든 사람들이 현재 눈앞에서 비록 아홉 차례나 결정을 하였다 하더라도, 정기가 새어나가는
것을 다 끈어 아라한이 되지 못한 것은 모두 나고,
죽는 허망한 생각에 집착하여 진실한 것처럼 오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네가 지금 비록 많이 듣기는 하였으나,
성인의과업을 성취하지못했나니라.”
아난이 그 말을 듣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며, 온몸을 땅에 던지듯 꿇어 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기를,
“제가 부처님을 따라 발심하여 출가하였사오나, 부처님의 위엄있고, 신령한 것만 믿고, 항상 생각하기를 ‘내가 애써닦지
않아도 여래께서 나에게 삼매(三昧)를 얻게 해 주실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몸과 마음은 본래 서로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해
저의 본심을 잃었으니, 몸은 비록 출가하였으나,
마음은 도에 들지 못함을 비유하면, 마치 가난한 아이가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한 것과 같습니다.
오늘에야 비로소, 아무리 많이 들어도 수행하지 않으면 듣지 않은 것과 같음을 알았사오니,
이는 마치 사람이 음식을 말로 해서는 결코 배부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두 가지 장애에 얽매인 것은
진실로 항상 고요한[寂常] 심성(心性)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니, 바라옵건대, 여래께서 애민하고, 불쌍히
여기시고, 오묘하고 밝은 마음을 발하여, 저의 도안(道眼))을 열어 주소서.” 그때, 여래께서 가슴의 만(卍)자에서,
보배의 빛을 뿜어 내시니 백천의 색깔이 어울렸으며, 시방의 티끌 같이 많고 많은 부처님의 세계에,
일시에 두루 퍼져 시방에 있는 보배로운 사찰의 모든 부처님의 정수리에 닿게 하셨다가,
되돌려 아난과 여러 대중에게 이르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큰 법의 깃발을 세우며, 시방의 모든
중생으로 하여 오묘하고, 은밀하고, 깨끗한 밝은 성품을 얻어
청정한 눈을 뜨게 하리라.
아난아! 네가 조금 전에 내게 대답하기를 ‘
빛나는 주먹을 봅니다’ 하였는데, 이 주먹의 광명은 무엇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며, 어떻게주먹이 되었으며,
네가 무엇으로 보았는냐?” 아난이 대답하기를ㅡ,
“부처님의 온 몸이 염부단금(閻浮壇金)으로,
보배산처럼 빛나사, 청정하므로 광명이 있는 것이고, 제가 이것을 눈으로 보았으며,
수레바퀴 같은 무늬가 있는 다섯 손가락을 구부려 쥐고, 사람에게 보여 주셨으므로 주먹이 되었나이다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기를,
“여래가 오늘날 진실한 말로 네게 말해 주리니, 지혜가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닫게 할 수 있나니라.

아난아! 비유하면, 그 주먹을 만약 내 손이 없으면 내 주먹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으며,
만약 네 눈이 없으면 네가 볼 수 없으리니, 네 눈을 내 주먹과 같은 이치에 비유하면,
의미가 서로 비슷하겠느냐?”
아난이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눈이
없으면 제가 볼수 없으니, 여래의 주먹에 비유하면,
사실과 이치가 서로 비슷한 듯 하옵니다.”
부처님께서아난에게이르시기를,”네가 서로 비슷하다고 말하였으나, 이치는 그렇지 않나니라.
만약 내 손이 없으면 주먹이 없지만, 눈이 없는 사람은 보이는 것이 전혀 없지 아니하니, 까닭이 무엇인가,
네가 시험삼아 길에 나아가, 소경에게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으면,
소경이 대답하기를 , ‘지금 내 눈에는 오직 꺼멓게 어두운
것만 보이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렇듯, 앞에 대상이 어두울지언정
보는 것은 무슨 문제이 있겠느냐?”
아난이 대답하기를. “모든 소경들이 눈 앞에 오직 꺼멓게
어두운 것만 보이는 것을 어떻게 보는 것이라고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난아! 모든 소경들이 눈이 멀어서 오직 꺼멓게 어두운 것만 보이는 것과 눈을 가진 사람이 깜깜한 방에 있는 것과
두 가지 깜깜한 현상이 다르냐, 다르지 않느냐?”

아난이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깜깜한 방에
있는 사람과 소경들과의 두가지 캄캄함을 비교하면, 조금도 다름이 없습니다.” “아난아! 만일 눈이 없는 사람이 컴컴한
것만 보다가, 홀연히 눈의 광명을 되찾게 되면, 갖가지 빛깔을 보게 되리니, 이것을 눈이 보는 것이라 한다면,
어두운 방안에 있던 사람이 캄캄한 것만 보다가, 등불을
켜면, 역시 갖가지 빛깔을 볼 것이니,
이것은 응당 등불이 보는 것이라고 하겠구나.
등불을 보는 것인데, 등불이 볼 수 있는 것으로 등불이라고 이름하지 못할 것이며, 또한, 등불이 보는 것인데,
네 일과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그러므로, 당연히 알아야 한다.
등불은 빛을 나타낼 수 있을지언정, 보는 것은 눈이지 등불이 아니며, 눈은 빛깔을 나타낼 수 있을지언정,
보는 성품은 마음이지 눈이 아니니라.”
아난이 이 설법하심을 듣고, 여러 대중들과 함께 아무말이
없이 잠자코 있었으나, 마음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여래께서 자비한 음성으로 말씀해 주시기를 바라며, 합장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자비하신 가르침을 기다렸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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