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8/64

능엄경…8

그때, 아난과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몸과
마음이 평안해져, 생각하기를 시작이 없는 과거로부터 본심을 잃어 버리고, 앞에 나타나는 물질만을 분별하는
그림자같은 일들을 헛되게 인정 해 오다가, 오늘에야 깨달은 것이 마치 어머니를 잃었던 젖먹이가
홀연히 어머니를 찾은 것과 같아, 합장하여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여래께서, 진실한 것과
허망한 것, 생기고 없어지는 것과 생하지도멸하지도
않는 것의 성품에 대하여 분명하게 들려주기를 원하였다.
그때, 바사닉왕이 일어서서 부처님께 아뢰기를,
“제가 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지 못하였을 때,
가전연과 비라지자를 만났었는데, 그들이 말하기를 ‘이 몸이 죽은 뒤에 아주 끊겨 없어지는 것[斷滅]을
열반이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비록 부처님을 만났사오나, 아직도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사오니,
어떻게, 나고 멸함이 없는 깨달을수 있겠습니까?
지금 대중들은 유루(有漏)를 끊지 못한 자들도 모두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이르시기를,
“그대의 몸이 살아 있으니, 그대에게 묻겠는데, 그대의 육신이
금강(金剛)과 같아, 항상 머물러 있어, 없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하느냐? 언젠가는 변하여 없어지리라 생각하느냐?”
세존이시여! 저의 지금 이 육신은 변하여 없어질 것입니다.”

부처님이 대왕에게 이르시기를,
“그대가 아직 죽지 않았거늘 어떻게 죽을 것을 아느냐?”
“세존이시여! 저의 이 무상하게 변하여 없어지는 몸이 비록, 아직은 죽은 것이 아니오나,
제가 지금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생각마다 변해가고 달라져서, 마치 불에 타 재가 되는 것과 같아서,
점점 늙어가고 있으므로, 이 몸이 언젠가는 없어질 것임을 아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다. 대왕아! 그대의 나이는 지금 이미 늙었는데,
얼굴 은 동자때와 같으냐, 어떠하냐?”
“세존이시여! 제가 옛날 어렸을때는 피부와 살결이 윤택하였었고, 성장함에 따라 혈기가 충만하더니, 이제는 쇠모함이
하니, 형색은 초췌하고 정신은 혼미하며, 머리털을 희지고 얼굴은 쭈그러져서, 오래가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어떻게 한창 젊었을 때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대왕아! 그대의 얼굴이 갑자기 늙은 것이 아니리라.”
대왕이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변화해 가므로, 제가 진실을 깨닫지 못합니다만,
계절이 감에 따라 이지경에 이르렀나이다.
어째서 그런가 하오면, 저의 나이 20세때는 젊었다고는 하나,
몸은 이미 10세 때보다 늙었고, 30세에는 20세 때보다
늙었으며, 지금 60에, 또 둘을 더하고 보니, 50세 때를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 훨씬 강장(强壯)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점차로 변해가는 것을 보고, 10년씩 말하였습니다만, 만약, 자세히 생각하게 하오면,
그 변해감이 어찌 일기(一紀), 이기(二紀)뿐이겠습니까?
사실은 해마다 변한 것입니다. 어찌 해마다 변하였을 뿐이겠습니까? 역시 달마다 변한 것이며,
어찌 달마다 변하였을 뿐이겠습니까? 또한 날마다 변한 것이니, 곰곰히 생각하면
찰나(刹那)마다 생각마다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몸이 변하여 없어질 줄을 아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대왕에게 이르기를,
“그대가 변천하여 머물지 않는 변화를 보고, 그대가 없어질 것을 알았다고 하는데, 죽어 없어질 때,
그대의 몸속에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아느냐?”
바사닉왕이 합장하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저는 사실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내가 지금 그대에게 나고 죽음이 없는 성품을 보여 주리라!
대왕아! 그대의 나이 몇 살 때에 황하강 물을 보았더냐?”
대왕이 말하기를, “제가 난 지 세 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기바천에 참배하러 가서,그 강을 건넜는데,
그 때에 항하강임을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대왕아! 그대의 말과 같아서,
스무 살 때엔 열 살 때보다 늙었으며, 예순이 되도록까지,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시간마다, 한생각마다
변천했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그대가 세살 때 보던 그 물과 열 세 살 때 보던 그 물이 어떠하더냐?”
대왕이 말하기를,”세살 때와 같아서 조금도 달라짐이
없었으며, 지금 예순 두 살이 되었사오나,
역시 달라짐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지금 머리털이
희어지고, 얼굴이 쭈그러짐을 애달파하나니, 그 얼굴은
어렸을 때 보다 쭈그러졌겠지만, 그대가 지금 항하강 물을
보는 것과 지난날 어렸을 때 항하강 물을 보던 것이 어리고
늙음의 차이가 있느냐, 없느냐?”
대왕이 말하기를,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대왕아! 그대의 얼굴이 비록 쭈그러졌으나,
보는 정기만은 본래의 성품 그대로 쭈그러진 것이 아니다.
쭈그러지는 것은 변하겠지만, 쭈그러지지 않는 것은 변하는 것이 아니다. 변하는 것은 없어지게 되겠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본래 나고, 멸함이 없거늘, 말가리(末伽梨)등의 말을 들어 몸이 죽은 뒤에 없어진다고 하느냐?”
대왕이 말을 듣고, 이 몸이 죽은 뒤에 이 생을 버리고,
다른 생에 태어난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 대중들과 함께 기뻐 날뛰며, 지금까지 듣지 못한 법문을 들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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